새로운 아이콘이 나타났다. 〈시사IN〉 2022년 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등장’이다. 〈시사IN〉은 2007년부터 매해(2008년, 2011년 제외)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물었다.
최근 10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신뢰는 단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2년째인 2014년, 오차범위 안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앞섰다. 2016년 ‘박근혜 게이트’ 때를 정점으로 줄곧 박정희 전 대통령을 누르고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 1위를 차지했다(〈그림 1〉 참조).
올해 신뢰도 조사에선 8년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격차가 다시 오차범위(±3.1%포인트)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해와 비교해 ‘노무현 신뢰도’는 6.2%포인트 줄어 29.8%, ‘박정희 신뢰도’는 2%포인트 줄어 24.3%로 나타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이 20%대로 떨어진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왜 그럴까. 이번 조사에선 ‘문재인’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지난 5월9일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롭게 문항에 포함되면서 지난해 1~4위였던 노무현·박정희·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이 모두 줄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첫해 ‘문재인 신뢰도’는 15.1%다. 순위로 보면 각각 민주당 계열 정부와 보수정당 계열 정부의 상징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3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신뢰도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전직 대통령의 퇴임 첫해 신뢰도는 201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4.4%,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0.6%였다.
2022년 〈시사IN〉 조사에서 나타난 ‘노무현 신뢰도’의 하락은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신뢰가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분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신뢰도’와 ‘문재인 신뢰도’를 단순 합산하면 44.9%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7년 ‘노무현 신뢰도(45.3%)’와 비슷하다. ‘노무현 신뢰도’가 가장 높았던 때다.
전직 대통령 노무현을 향한 신뢰는 여전히 70세 이상(9.1%)을 제외하면 전 세대(21.3~43.3%)에서 고루 높았다. 지역별(20.2~35.2%)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진보적 성향’인 응답자가 많아서일까? 〈시사IN〉은 여론조사 응답자들에게 정치 성향을 물었다. 전체 응답자 중 22%가 자신을 진보, 32.3%가 보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는 41.7%였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라고 답한 사람 중 43.4%, 중도층 36.2%가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보수의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사람 중 44.1%가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 이어 보수층 신뢰도 2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14.6%)이었다. ‘노무현 신뢰도’는 보수층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8.0%), 김영삼 전 대통령(4.1%), 이승만 전 대통령(3.7%), 박근혜 전 대통령(3.5%) 등 다른 보수정당 계열 대통령보다 앞섰다.
보수층 신뢰도도 노무현〉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대통령’을 넘어 두루 신뢰받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5월23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시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 실장 등 윤석열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여야를 떠나 선배 정치인의 공은 계승해야 한다. 권위주의 대신 소탈함을, 지역주의를 넘어 국민 통합을, 당파를 초월하여 국익을 추구했던 노 전 대통령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이번 〈시사IN〉 조사에서 전직 대통령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한 이들은 누구일까. 연령·지역·직업·정치 성향을 기준으로 살폈다. 30대(22.7%)와 광주·전라(22.6%), 학생층(21.5%)에서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선 진보층 29%, 중도층 14.1%, 보수층 7%가 문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꼽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모두 젊은 세대에서 신뢰도가 높게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과 달리, 같은 세대 내에서도 성별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신뢰도가 확연히 나뉘었다. 〈그림 2〉는 18~29세, 30대 응답층을 남녀로 구분해 비교한 결과다.
18~29세 여성의 28.4%, 30대 여성의 34.1%는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꼽았다. 전 세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문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꼽은 18~29세 남성은 9.1%, 30대 남성은 12.0%였다.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신뢰가 낮은 18~29세 남성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신뢰 또한 동일 세대 내에서 성별에 따라 크게 차이를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첫해인 2013년, 4.4%가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으로 이 전 대통령을 꼽았다. 이후 줄곧 1~2%대에 머물던 ‘이명박 신뢰도’는 2020년 4.8%, 지난해 5.0%까지 올라 주목받았다. 2021년 19~29세 남성 27.7%, 30대 남성 6.0%가 이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으로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이명박 신뢰도’는 3.6%로 떨어졌다. 18~29세 남성 응답층의 변화가 있었다. 18~29세 남성 17.9%, 30대 남성 10.9%가 전직 대통령 중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했다.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이명박 신뢰도’가 10% 이상 나온 집단이다. 이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꼽은 18~29세 여성은 5.5%, 30대 여성은 1.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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