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가 늘면 오르고 공급이 늘면 떨어진다. ⓒ연합뉴스

요즘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빅스텝이니, 자이언트스텝이니 하면서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대출금리도 많이 올라 한껏 부채를 끌어다 쓴 ‘영끌족’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시장금리 상승은 주식은 물론 지난 수년간 달아올랐던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도 싸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금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독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금리에 관한 몇 가지 논점을 2회에 걸친 연재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금리란 무엇이고, 어떻게 결정되는가

금리는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에서 원금에 붙는 연간 이자의 원금 대비 비율을 의미합니다. 1000만원을 빌리고(빌려주고) 연간 이자로 100만원이 오갈 경우 금리는 10%가 되는 것이지요. 한편으로 금리는 돈의 가치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이자가 붙습니다. 돈을 맡긴 대가로 이자가 붙어 돈이 스스로 증식을 하는 셈이니 금리는 돈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돈의 가치인 금리는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금리는 상승하고, 돈의 공급이 늘어나면 금리는 하락합니다. 경기, 인플레이션, 신용위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은 돈에 대한 수요·공급에 영향을 줘 금리를 변동시키는 요인들입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금리가 상승합니다. 경기가 좋으면 기업의 투자수요나 가계의 소비수요가 늘어납니다. 투자나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모두 돈이 필요하지요.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니 경기가 좋을 때 금리가 올라가곤 합니다. 반대로 경기가 둔화되면 기업의 투자수요 등이 위축되면서 금리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가별 비교에서도 비교적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은 금리가 높고, 성장률이 낮은 선진국은 금리가 낮습니다.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에서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돈을 벌 기회가 많기 때문에 왕성한 투자수요가 존재하고, 이를 반영해 금리가 높게 형성되곤 합니다. 정부가 돈을 빌리는 데 사용되는 10년물 국채 기준 인도의 금리는 7.3%이고, 미국은 3.0%입니다(8월23일 기준). 인도의 성장률이 미국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이 양국의 금리에 투영돼 있습니다. 경제성장이 정체된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0.2%에 불과합니다. 최근 10년 동안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인도가 6.3%였고, 미국과 일본은 각각 2.2%와 0.5%였습니다.

한편 인플레이션이 생길 때도 금리가 올라갑니다. 물가가 기조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돈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집니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금액의 돈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려주는 대출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타인에게 자금을 빌려준 대가로 받는 이자는 실물이 아니라 돈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돈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지니,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됩니다. 이자를 더 많이 받지 못한다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돈으로 받는 금전 대차거래를 하는 것보다 가치가 상승하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채권자에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지 않으면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됩니다.

금리는 돈을 빌리는 경제주체의 신용도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돈을 빌려주는 대출자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자금 대차거래에서 대출자가 지게 되는 리스크는 빌려준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입니다. 돈을 빌리는 차입자가 보유한 자산과 소득이 많아 돈을 떼일 리스크가 적은 경우 대출자는 낮은 금리로도 돈을 빌려줍니다.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신용(credit)입니다. 신용도가 높으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신용도가 낮으면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국가가 민간기업보다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발행하는 국채금리는 기업의 차입 증서인 회사채 금리보다 낮습니다.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라질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2.3%입니다(8월23일 기준). 앞서 금리는 성장을 반영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브라질의 금리는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서 높은 것이 아닙니다. 브라질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브라질 정부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금리에 투영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브라질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0.65%에 불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이 경제에 돈을 많이 풀면 돈의 가치인 금리가 하락합니다. 반대로 경제에서 유통되는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정책을 쓰게 되면 금리가 상승합니다. 돈이 풍부하면 돈값인 금리가 하락하고, 돈이 희소해지면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지요.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연방준비제도는 1913년 설립됐다. ⓒAP Photo

■ 중앙은행, 왜 생겼나

중앙은행은 특정 경제공동체에 적용되는 기준금리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공적 기관입니다.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뒤에서 논의하고, 먼저 중앙은행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1913년에 설립됐고, 한국은행은 195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유럽은 역사가 좀 더 긴 편인데, 스웨덴에서 1668년에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이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스웨덴을 기원으로 삼더라도 중앙은행의 역사는 400년이 채 안 됩니다. 반면 금리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더 깁니다. BC 3000년 바빌로니아 때에도 금리 또는 이자율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니 금리의 역사는 5000년이 넘습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기관인데, 중앙은행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시장에서 금리를 결정해온 기간이 훨씬 더 긴 셈입니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중앙은행은 자금 대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앞서 금리 결정에는 경제성장과 함께 신용위험도 반영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성장과 위험 중 대체로 위험 쪽이 금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가 위기에 내몰리던 시기에는 위험이 압도적으로 큰 요인이었습니다. 바빌로니아, 그리스 공화정, 로마제국의 말기에는 늘 금리가 크게 뛰었다는 문헌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체제가 붕괴되던 시기였으니 세상은 어수선했을 테고, 경제 사정도 그리 좋지 못했을 것입니다. 패권국가가 쇠할 때는 늘 경제위기가 수반됐으니까요.

경기가 안 좋은데도 금리가 올랐다는 사실은 여윳돈을 가진 자금 대여자들이 자신의 돈을 빌려주고 떼일 가능성을 금리에 많이 반영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금리가 결정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적 직관에 반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춥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그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중앙은행이 생기기 전에는 경제위기가 왔을 때 오히려 금리가 치솟는 현상이 빈번히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중앙은행 설립 이전에는 한번 경기침체가 오면 그 기간이 수십 년간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경제위기가 오면 금리를 낮춰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오히려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설립되기 직전이던 1907년 미국에서는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신탁회사들이 잇따라 파산하고, 심각한 위기가 미국 경제를 엄습했습니다. 중앙은행이 없던 터라 당시 미국의 유력한 금융기관이었던 JP모건이라는 민간은행이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해 위기의 확산을 막은 바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1913년 연방준비제도의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중앙은행은 여윳돈을 가진 자금 대여자들의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적 이윤추구와 무관하며 배타적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경제위기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중앙은행을 경제의 ‘최종 대부자(The lender of last resorts)’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의 가이드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금리를 기준금리라고 합니다. 기준금리는 매우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제활동에 기준금리가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국은행과 거래할 일이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과 민간은행 간의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민간 경제주체들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준금리에 가산금리가 붙어 시장금리가 형성됩니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가산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매우 가변적인 값입니다. 시장금리는 경제주체들의 신용이나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 등에 따라 결정됩니다. 돈을 빌리는 경제주체들의 신용을 평가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책무가 아니라 자금을 빌려주는 대여자가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

개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기준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됩니다. 은행보다 특정 개인의 신용도가 더 높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이면 가산금리 부과 이전의 기준점 자체가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금리도 상승하곤 합니다. 요즘의 대출금리 상승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시장참여자들은 중앙은행의 결정에 늘 주목하게 됩니다. 중앙은행은 경제에서 유통되는 유동성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거의 배타적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늘리면 돈의 가치인 금리는 떨어지고, 유동성을 줄이면 금리가 올라가곤 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의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기준금리가 모든 금리의 기본인 이유입니다.

기자명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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