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대형마트를 죽인다’는 주장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사진은 인천의 한 대형마트 모습. ⓒ시사IN 조남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윤석열 정부의 규제 심판 대상에 올랐다. 지난 7월 대통령실은 온라인 여론투표를 벌이는 ‘국민제안 톱10’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포함했다. 8월4일 국무조정실은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과 0~10시 영업시간 제한의 폐지를 규제심판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했다.

현재 전국의 모든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준대규모 점포)은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는다. 매일 오전 0~10시 영업도 제한된다. 2012~2013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서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 2는 시군구 각 지자체장이 월 이틀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오전 0~10시 범위 내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한다. 모든 지자체가 이 조문에 따라 대형마트의 영업 요일과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법이 개정되기 전 대형마트는 365일 24시간 내내 장사를 했다. 문전성시 불야성을 이루며 매년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재래시장과 일반 소매점 중소상인들의 박탈감이 쌓여갔다. 불매운동을 펼치고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상생’과 ‘경제민주화’가 당시 사회 화두가 되었다. 정치권에서 이를 받아 입법 논의를 시작했다. 2009년경부터 무르익어간 대형마트 규제 방안은 2012~2013년 본격 제도로 정착되었다.

이후 10년이 지났다. 그간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으로 대변되는 영세상인)의 흥망성쇠를 한두 문장으로 단정해 설명하기는 어렵다. 규제(대형마트 의무휴업) 이후 번창하는 재래시장도 있었고, 규제에도 불구하고 망하는 재래시장도 있었다. 규제 이후 폐점하는 대형마트도 나왔고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느는 대형마트도 적지 않았다. 누가 언제 어떤 자료로 보느냐에 따라 규제의 효과가 달라졌다. 유통 환경도 많이 변했다. 온라인 장보기가 대세가 되고 코로나19와 같은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 서로 미친 영향이 뒤섞이고 엉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를테면, ‘규제 때문에 대형마트가 죽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검증이 그렇다. 마트업계나 경제지 등에서는 최근 대형마트·SSM 점포 수가 계속 줄고 있고 매출 순위도 백화점과 편의점 등에 밀리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의무휴무제 같은 ‘과잉규제’로 짚는다. 하지만 일의 선후관계와 인과관계는 명확히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의무휴무제가 없었으면 추세는 지금과 달랐을까? 규제가 있건 없건 시장 포화 현상, 온라인으로의 유통구조 변화 등으로 오프라인 대형마트 시장은 원래 내리막길이 예정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이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실험집단(규제 적용을 받은 집단)과 더불어 통제집단(규제 적용을 받지 않은 집단)이 필요하다. 단순히 규제 적용 전후의 차이를 넘어, 규제 적용 전후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이 각각 나타낸 차이를 비교해야 한다. 차이의 차이를 계산하는 방식, 이중차분법이다. ‘대형마트 규제정책에 관한 연구(이수기, 2017)’와 같은 논문들이 이 분석 기법을 채택했다. 지자체마다 의무휴업을 시작하는 시기가 각각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분석 결과 월 2회 의무휴업은 대형마트 매출액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다른 비슷한 연구들의 결과도 비슷했다. 최근 오프라인 대형마트 시장이 하락세라고 해도(이 또한 단정 짓기 어렵다), 그 원인을 의무휴업 하나로 덮어씌우기엔 증거가 너무 부족하다.

8월10일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 등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만으로 제도 장단점 견주기 어렵다”

‘규제는 재래시장과 영세 상인들을 살렸나?’라는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효과를 명확히 검증해낸다면 대형마트가 입는 손해를 비교적 쉽게 정당화할 수 있다. ‘대기업의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영세 상인을 살릴 수 있다면’이라는 사회적 합의와 입법 취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증은 아직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연구 결과는 대형마트 의무휴무제가 전통시장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지만(이수기(2017)·한국법제연구원(2017) 등), 어떤 연구는 정반대 결과를 도출했다(서용구 외(2019)·이상원(2022) 등). 단기·중기·장기 분석 결과가 모두 달랐고 지역·세대별로도 차이가 났다. 규제 도입 이후 재래시장의 방문객 수와 매출액이 증대되었다 해도 그것이 대형마트 의무휴무제의 순수 효과인지 그 시기 적극 투입된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 예산 덕인지 판가름하기 어렵다. 역시 여러 변수의 선후관계와 인과관계가 뒤엉켜 있다.

이 쟁점들은 법정에서도 오랫동안 여러 차례 다뤄졌다. 대형마트 업계는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을 제기해 의무휴업제와 영업시간 제한의 무용성과 부당성을 지적해왔다. 원고와 피고는 해당 규제가 유통소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수많은 실증 자료들을 각각 증거로 제출했다. 최종적으로, 사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의 합법성과 합헌성을 인정했다. 2015년 11월 대법원 판결, 2018년 6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나왔다.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입법 취지와 헌법적 정당성을 우선으로 여겼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말했다. “양측의 경제효과 분석 등 자료만으로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의 매출 증대 등 효과나 대형마트 개설자와 납품업자 등의 매출 감소 등 효과의 경중을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 규제의 취지 등에 비추어 단순히 경제효과 분석 등에 나타난 수치 자료만으로 규제 수단의 실효성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2015년 11월19일 2015두295 전원합의체).”

결국, 다시 ‘규제의 취지’로 돌아간다. 헌재 결정문에 대형마트 규제의 취지가 적혀 있다. “건전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대형마트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도모하며, 대형마트 등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심판 대상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 …대형마트 등과 중소 유통업자들의 경쟁을 형식적 자유시장 논리에 따라 방임한다면 유통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질서가 깨어지고, 다양한 경제주체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시장 기능의 정상적 작동이 저해되며, 중소상인들이 생존 위협을 받는 등 경제 영역에서의 사회정의가 훼손될 수 있으므로, 국가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이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2018년 6월28일 2016헌바77·78·79(병합)).”

대형마트 규제 10년, 한국 사회는 이 입법 취지에 대한 공감대가 남아 있는가. 대형마트 규제 없이도 건전한 유통 질서, 대기업과 중소상인의 상생,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 규제의 정량적 효과를 측정하고 판단하는 것에 앞서 필요한 일은, 규제를 통해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다시 묻는 일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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