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속에서도 사기는 계속된다
  • 정희상 기자
  • 호수 10
  • 승인 2007.11.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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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서 징영 12년 중형을 선고받은 제이유 사기사건 주범 주수도 회장의 사기 마케팅은 옥중 경영으로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반성은 없이 무죄를 주장하다 대법원에서 징역 12년 확정 판결을 받은 주수도씨(가운데).
 
 
지난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이유 그룹 사기 사건은 공식 집계된 피해 규모만도 피해자 9만3000여 명에, 피해 금액 2조1000억원에 이르는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 사건’이었다. 사건 총책인 제이유 주수도 회장에게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12년형의 중형이 확정됨으로써 이 사기극은 형식적으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수도씨의 사기 마케팅이 완전히 뿌리 뽑힌 것은 아니다. 우선 주씨는 수감 중에도 제이유 사업 피해자에게 사기성 ‘위조수표’를 건네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제이유 사업자로서 1억2000여 만원의 사기 피해를 입은 이 아무개씨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감옥에서 주수도씨와 만나 집요하게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이씨의 보상 독촉에 시달리던 주수도씨는 지난 9월 지인을 시켜 6000만원짜리 홍콩상하이 은행 수표를 지급케 하고,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이씨 가족과 합의문을 작성했다. 그러나 이씨가 해당 은행에 확인한 결과 이 수표는 계좌번호도 없고 발행일자도 없는 지급 불능 위조수표였다. 결국 이씨는 지난 11월13일 주수도씨를 서울중앙지검에 사기죄로 형사 고소했다.

구속된 직후부터 수많은 사기 피해자에게 전혀 반성의 기미 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온 주씨는 대법원 판결로 중형이 확정된 뒤에도 감옥에서 사실상 옥중 다단계 경영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주수도씨의 제이유는 최근 RESD라는 신종 다단계 회사와 MUK라는 방문판매 회사로 양분되어 명맥을 잇고 있다. RESD는 리수도(다시 주수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대표는 제이유에서 재경담당 이사를 맡아 주 회장의 심복으로 활동했던 전 아무개씨가 맡고 있다. MUK라는 방문판매 회사 역시 주씨의 심복이었던 전 제이유 전산담당 이사 백 아무개씨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감옥에 있는 주씨에게 임원과 사업자들을 보내 면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주씨의 옥중 경영을 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수도씨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제이유 피해자들에게 새로운 다단계 사업에 다시 투자해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며 또다시 현혹하고 있다.

“주수도, 엄청난 비자금 숨겨놓고 있다”

그러나 제이유 피해자들에게 주씨의 이런 행태는 당치도 않는 일이다. 이들은 주수도씨가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 수조원대 자금 중 상당액을 어딘가에 아직도 숨겨놓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피해 보상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시사IN 안희태
지난 9월 감옥의 주수도씨로부터 피해 보상 합의금 명목으로 받은 5400만원짜리 홍콩상하이 은행 수표가 위조 수표라며 최근 주씨를 사기죄로 고소한 제이유 피해자.
 
 
지난 1년여 동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주수도씨의 은닉 비자금은 72억원으로 그가 모은 수조원대 피해 액수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서울 중앙지검은 올 한 해 동안 주수도의 정·관계 로비자금 수사를 벌여 모두 18명의 정·관계 인사에게 많게는 8억원부터 적게는 수천만원의 검은 돈을 건넨 사실을 적발해 이들을 형사 처벌했다. 주수도씨의 검은돈 거래는 주로 정치인을 중심으로 공무원과 수사기관, 금감원 및 공정위 등 감독기관, 언론사와 시민단체 대표까지 총망라된 백화점식 로비였다.

우선 서경석 목사가 주 회장으로부터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만나 청탁해달라는 대가로 복지단체 후원금 명목으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7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고, 염동연 의원도 세무조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1천2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금감원 수석조사역 김 아무개씨는 제이유에 대한 대출 알선 대가로 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3년이 선고됐으며, 민주당 전 국회의원 보좌관 윤 아무개씨도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SBS 전 취재부장 임모씨 역시 주수도씨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치 전문 인터넷 언론 대표 장 아무개씨도 2000만원 수수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주씨는 피해자들에게 거둬들인 거액의 돈을 떡 주무르듯 하면서 각계각층 유력자들에게 접근해 투자금, 공익성 법인 후원금, 고문료, 물품 납품 기회 제공 등 다양한 로비자금 전달 수법을 구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로비 효과가 나타나 제이유는 800억원대 세금 감면을 받았고, 나중에 폐기되기는 했지만 한때 국회에서 제이유에 유리한 방문판매법 개정안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제이유 피해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검찰 수사로 드러난 정·관계 로비 액수 및 18명의 면면이 제이유 비리의 전부라고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지난해 5월 시사IN(당시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해 보도한 ‘제이유 사건 관련 국정원 정보문건’에도 최소 150여 명의 정·관계 인사 로비리스트가 담겨 있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기간에 제이유 로비 리스트가 다시 한번 나돌아 상대 후보 진영을 흔들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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