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씨 부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전북 부안에서 카페(사진)를 열었고, ‘조건부’ 정부 지원이 만든 사각지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흥구

서진영씨(가명·41) 부부는 초중고 동창이다. 전북 부안군에서 함께 나고 자랐다. 부안에서 맞벌이 직장 생활을 하던 서씨 부부는 2019년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기 위해 시간 활용이 보다 자유로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2019년 12월24일, 서씨 부부는 부안군 중심가인 부안읍 한편에 카페를 오픈했다. 대출과 양가 가족의 지원을 더해 1억원가량이 들었다.

몇 달 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됐다. 전북 지역은 비교적 뒤늦게 영향을 받았지만, 3차 대유행 때부터는 서씨 부부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2020년 11월부터 전국 커피 전문점의 홀 영업이 금지되었다. 영업금지는 2021년 2월까지 계속됐고, 이후에는 인원(5인 이상 집합 금지) 제한, 영업시간(오후 9시) 제한이 1년 가까이 이어졌다. 영업 제한이 시작되자 부채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제2금융권에서 담보로 잡힌 승용차를 가져갔고, 이자를 연체하다 보니 신용점수가 깎여 나갔다.

‘조건부’ 정부 지원은 수많은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서씨 부부 역시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서씨 가게는 2019년 연말에 오픈해 그해 일주일가량(12월24~31일) 영업을 했다. 오픈 직후라 손님이 없던 시기였다. 이 일주일 영업 매출보다 2020년 평균 영업 매출이 근소하게 더 많았다. 서씨 부부와 달리 2020년 초에 문을 연 인근 다른 가게는 정부 지원을 받았다. 서씨는 “일주일만 늦게 오픈할 걸 그랬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빚은 늘었다. 월세 140만원, 각종 공과금·재료비, 인건비를 합치면 숨만 쉬어도 월 300만원이 새나갔다. 신용점수가 계속 떨어지다 보니 정부의 유동성 지원도 신청하기 어려웠다. 월세는 내야 했다. 지인과 가족들에게 손을 내밀다 결국 대부업까지 이용했다. ‘주부대출’이라고 이름 붙은 대부 자금의 연 이자율은 19% 수준이었다. 일수도 썼다. 연이율로 따지면 30%가 넘는 불법 금융이었다. 그러나 서씨는 “그분들(대부업체)이 밉진 않다. 오히려 너무 고마웠다. 당시에는 정말 절박한 돈이었다”라고 말한다. 지난 2년간 국가가 서씨에게 지원해준 것은 코로나 여파 초기에 받은 긴급자금 2000만원 대출과 올해 지급된 손실보상금 600만원이 전부다. 임신 7개월 차인 서씨는 현재 빚을 갚기 위해 부업을 하고 있다. 서씨의 남편은 개인회생을 시작했다.

‘매출액이라는 사각지대’에 빠진 서씨 부부의 사례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빚’이라는 과거는 깊은 상흔을 남겼다.

〈시사IN〉은 참여연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코로나19 기간에 확대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채 규모를 파악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핵심은 간명했다. ‘빚’은 매출액이 적고, 소득수준이 낮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일수록 더 늘었다. 빚을 진 당사자들, 정부의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되묻는다. “정부 방역에 동참한 대가, 폐업하지 않은 대가가 빚이었다”라고.

한국은행은 2022년 3월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부채를 약 960조원으로 파악한다. 참여연대와 장혜영 의원실이 한국은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자영업자의 부채는 2017년 549조원, 2018년 624조원, 2019년 684조원 수준이었다. 매년 10% 안팎으로 증가하던 전체 부채 규모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약 803조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난다. 전년 대비 17.3% 증가다. 2021년에도 전체 부채 규모는 약 909조원으로 전년 대비 13.2% 늘었다(〈그림 1〉 참조).

저소득 자영업자, 생활고에 따른 빚 많아

같은 자영업자라고 모두 빚을 늘린 건 아니다. 소득이 적을수록 빚을 많이 냈다. 자영업자를 저소득(하위 30%), 중소득(30~70%), 고소득(상위 30%)으로 나누어보면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2020년 저소득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22.32%, 중소득 자영업자는 25.51% 부채가 늘었다. 반면 같은 시기 고소득 자영업자는 14.76% 증가에 그쳤다. 2021년도 마찬가지다. 저소득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17.32%, 중소득 자영업자는 14.4%, 고소득 자영업자는 12.22% 빚이 늘었다.

‘빚의 질’도 문제다. 전체 자영업자 부채 가운데 비은행권(상호저축·상호금융·보험사·여신전문금융·대부업 등) 대출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9년에는 전체 자영업자 부채 가운데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32.2%(약 220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는 33.5%(약 269조원)로, 2021년에는 35.5%(약 322조원)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저소득 자영업자일수록 ‘생활고에 따른 빚’이 많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3월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체 부채 가운데 11%가 ‘생활비’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같은 시기 중소득 자영업자의 ‘생활비 부채’는 3%, 고소득 자영업자는 1%에 불과하다.

자영업자의 부채 과잉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로 연소득 대비 대출잔액 비율(LTI)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LTI가 높다는 것은 버는 소득에 비해 대출잔액이 많음을 의미한다. 저소득 자영업자일수록 LTI는 팬데믹 국면에서 계속 늘었다. 반면 중·고소득 자영업자는 LTI의 비율이 답보 상태이거나, 더 하락했다(〈그림 2〉 참조).

2018년 저소득 자영업자의 LTI는 418.1%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9년 494.6%, 2020년 508.3%, 2021년 524.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LTI가 늘어난다는 것은 분모인 소득이 줄었거나, 분자인 대출잔액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 감소와 대출 증가 모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고소득 자영업자는 2018년 383.1%에서 2021년 356.9%로 LTI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소득에 따라 ‘빚의 무게’는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영업제한 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지난 2년간 특정 업종 자영업자들에게 오롯이 전가되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대개 ‘이자가 저렴한 대출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IMF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데 들인 재정·유동성 지원 규모는 2020년 GDP의 약 16.5%다. 재정 지원은 GDP 대비 6.4%, 유동성 지원은 GDP 대비 10.1% 수준이다. 한국은 그나마 돈을 아낀 나라다. 전 세계 평균(재정 GDP 대비 18%, 유동성 GDP 대비 12%)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같은 시기 일본은 GDP의 약 45%를, 독일은 43.1%를 투입했다.

물론 전체 집행 규모를 다른 나라들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시행한 ‘셧다운’을 경험하지 않았다.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격리하며, 일상생활을 멈추지 않는 선에서 방역을 강화하는 ‘K방역’으로 국가경제 전체 피해를 최소화했다.

‘나랏돈을 아낀’ 덕분에 경제적 피해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집중적으로 전가되었다. 순리대로라면, ‘아껴둔 나랏돈’은 이들에게 적극 활용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2차 추경으로 편성된 손실보상금 이전까지는 자영업자들에게 이렇다 할 재정 지원이 미비했고, 대신 ‘소상공인 금융지원’으로 대표되는 저금리 대출(최대 고정금리 3%대)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이 금융지원이 6개월 단위로 계속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틸수록 금융시장의 불안은 커진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의 ‘빚’을 냉혹하게 평가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는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정책 방향을 유동성 지원에서 채무이행 지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쉽게 말해 업종에 따라 단계적으로 빚을 빨리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출 부진 장기화 등으로 채무 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사업을 정리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생겨난 부실이 다른 금융업권으로 전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자영업자의 빚은 전체 금융시장에 폭탄이다. 국가경제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한도 끝도 없이 ‘유동성 회수’를 연기해주기 어렵다는 관점이다.

폐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현실

금융위기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부실 대출의 책임을 과연 채무자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물을 수 있을까? 폐업하고 싶어도 폐업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 가운데에는 사업 시작 당시 지불한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대출로 버티는 이들도 있으며, 폐업 시 모든 부채를 즉시 상환해야 한다는 대출 조건 때문에 문 닫고 싶어도 닫을 수 없는 이들도 있었다. 영업손실을 부채로 치환하며 버틴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2021년 7월까지의 영업손실을 소급해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7월12일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연합’은 집회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의 집합·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사업장은 폐업 여부와 상관없이 그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 소급 적용은 대통령이 약속했던 사안인 만큼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유동성 회수에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7월14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에 따르면, 자영업자 부채 가운데 부실 우려 채권을 매입하는 새출발기금을 30조원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저금리 대환대출, 사업구조 변환을 위한 자금 지원책도 밝혔다. 그러나 이들 사업에서 정부 예산의 비중은 극히 낮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사업에 79조원이 넘는 지원을 할 것이라 밝혔으나, 실제 정부출연금은 4조48000억원 선에 그친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천천히 회복해 부채 문제가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애초에 빚을 내 버티라고 했던 주체가 정부라고 지적한다. 지금이라도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 문제에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과한 바람일까.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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