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보수 우익 세력의 대표 인사인 김상철 변호사(위)는 북한 인권운동, 노무현 정부 퇴진운동 등을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탈북자 관련 연합체인 북한인권단체연합회 대표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보수 우익 세력의 대표 인사인 김상철 변호사(60)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 국제 봉사단체의 공금 10억 여원을 횡령·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서울시장에 임명되었다가 그린벨트 무단 형질변경 문제로 취임 7일 만에 낙마한 이력이 있는 그는 미래한국신문 발행인, 반핵반김자유통일 국민대회 집행위원장,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장, 자유지식인선언 공동대표, 국가비상대책협의회 상임의장 등 굵직굵직한 보수 단체의 리더로 활동해왔다.

문제가 된 단체는 태평양아시아협회(이하 PAS)라는 순수 민간단체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와 러시아에 대한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한 곳이다. 지난 1994년 뜻있는 기업가·정치인·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창립했으며, 김상철씨는 1998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협력기관이라 마음대로 돈을 빼 썼다?

김 회장의 비리 혐의가 드러난 것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PAS의 자체 감사와 한 공인 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서다. 조사 결과 김상철 회장은 2001년부터 5년여 동안 교육부 지원금·각 대학 후원금·학생들 참가비로 구성된 단체 공금을 자신이 창간한 미래한국신문사 운영비로 쓰거나 벤처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은행에 예치된 실제 잔액이 장부상의 수입금에 비해 4억2000만원 정도 모자란 것으로 밝혀졌는데, 김 회장은 이 중 2억여 원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못했다.

감사에 참여한 김진홍 집행위원장(한국외대 교수)·구봉회 감사위원장 등은 “사라진 금액은 김 회장이 개인 용도로 쓴 것이 분명하다”라며 지난 10월12일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김상철 회장은 그러나 〈시사IN〉과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했다. “감사 보고서는 김진홍 위원장 측이 정한 일방적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공금 착복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 회장은 다만 미래한국신문사 운영에 쓰인 5억4000여 만원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는데, “횡령이나 유용이 아니라 일시 대여한 것이고 이미 다 갚았다. 잘한 일은 아니지만 정당한 행위였다고 생각한다”라는 궁색한 해명을 덧붙였다. “미래한국신문은 많은 PAS 회원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창간됐고, 청년 봉사활동을 20여 차례에 걸쳐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사실상 협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김 회장을 고발한 측에서는 이에 대해 ‘말장난’이라고 반박한다. 김진홍 집행위원장은 “나중에 갚았다고 하더라도 아무 절차 없이 마음대로 가져다 썼으면 그게 유용이고 횡령이다. 그리고 미래한국신문은 주식회사이고, PAS는 순수 민간단체로 완전히 별개다. 우리가 그 매체에 홍보를 해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 협력기관 운운은 김 회장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말장난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지난해 8월 PAS 집행위원회에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시사IN 윤무영PAS는 김상철씨의 변호사 사무실, 미래한국신문사와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지만 전혀 별개 단체다.
지난해 3월 김상철 회장 측이 집행위원회에 제출한 2005년 결산 보고서도 김 회장 주장의 진실성을 의심케 하는 증거다. 이 보고서에는 ‘협력기관’인 미래한국신문사에 지출된 돈이 단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감사 결과 실제로는 2억여 원이 미래한국신문사로 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은 “PAS 초기에 재정이 불안할 때 내 자신이 2억5000만원 정도를 출연한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가 회장이던 지난 1998년부터 약 3년여 동안 사무총장을 지낸 구봉회 감사위원장은 “자신이 돈을 냈다고 공금을 마음대로 빼 쓰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하면서 김 회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억여 원 넘게 출연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장부를 확인한 바로는 다 합쳐야 3000만원 정도이다. 더구나 김 회장이 초기에 돈을 엉뚱한 곳에 써서 PAS가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진 적도 있었다.”

탈북자 가족에게 돈 받았다가 구설수

지난 10월29일 김상철 회장은 횡령 논란에 아랑곳없이 지지 세력과 함께 PAS 사무실을 ‘접수’했다. ‘접수’는 김 회장이 직접 쓴 표현이다. 현재 김상철 회장 측은 사무실 열쇠를 교체하는 등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김진홍 집행위원장 등이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리고 월권을 일삼으며 협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접수 이유를 밝혔다. 김진홍 위원장 측은 “협회의 혼란은 김 회장이 공금을 횡령·유용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라며 ‘검찰 수사를 앞두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김상철 회장은 과거에도 이처럼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었다. 지난해 1월 SBS는 한 탈북자 인권단체가 구출 대가로 탈북자 가족에게 돈을 받았고 구출에 실패한 뒤에도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그때 문제의 단체가 바로 김 회장이 본부장으로 있는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였다. 김 회장은 당시 “불가피한 조처였다”라며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김 회장은 지난 11월13일 탈북자 관련 38개 단체의 연합체인 북한인권단체연합회의 대표회장으로 선출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진홍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수많은 민간단체를 만들어 야누스적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여러 단체에서 공금 횡령 등 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라며 법의 심판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박탈해야 할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명 고동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intered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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