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의 ‘검찰 보고서’ 작성 실무와 총괄을 맡은 관계자들이 〈시사IN〉 편집국에 모였다.ⓒ시사IN 조남진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다. 이른바 ‘추·윤 갈등’에 대해 2021년 1월18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내놓은 대답이었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서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다.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또 더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후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이 발언이 나온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2021년 3월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중도 사퇴했다. 6월29일 정치 도전을 선언했고, 한 달 뒤인 7월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리고 2022년 3월9일 대선에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어떤 의미로든 함께했다. 2017년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같은 달 19일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한 바 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일명 ‘검수완박’으로 불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등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검찰개혁’ 이슈는 뜨거웠다. 그리고 검찰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조차 대선 공약(△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총장에게 검찰청의 예산 편성권 부여)으로 언급할 정도로 ‘뉴노멀’로 자리 잡았지만, 사용하는 의미는 제각각이었다.

검찰개혁을 앞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마주하고 있는 2022년, 그렇기에 ‘검찰개혁은 과연 무엇인가’는 중요한 질문이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공과를 짚어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새롭게 예상되는 ‘검찰 공화국’의 본질도 제대로 볼 수 있다. 비판자들의 예상처럼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정부를 꾸리고 있다.

〈시사IN〉이 5월30일 발간된 참여연대의 ‘검찰 보고서’를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참여연대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매년 검찰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검찰 인사와 직제, 징계, 외부 기관 파견 그리고 주요 사건을 정리한다. 해마다 전국 검사들에게 보낸다. 이번에 나온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5년 종합판이다. 제목은 ‘표류하는 검찰개혁 다가오는 검찰 공화국’이다.

보고서 작성 실무부터 총괄을 맡은 참여연대 관계자 4명이 6월8일 〈시사IN〉 편집국에 모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오병두 홍익대 법대 교수, 공동대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일 선임간사, 박영민 간사(위 사진 왼쪽부터)가 함께했다. 정치권이 오용하기 시작한 검찰개혁에 대한 비판부터 참여연대에 대한 성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 속 언급된 인물의 직책은 처음에만 명기했다.

500쪽가량 보고서의 상당 부분은 ‘검찰 주요 수사 122건’이다. 특히 눈여겨본 사건은?

박영민(박):안태근 등 검사들의 성폭력 사건 수사다. 서지현 전 검사의 미투로 촉발되었다. 진상조사단이 꾸려졌다. 그런데 검찰은 안태근 전 검사장을 기소하면서 사건 무마 의혹이 있던 윗선은 서면조사만 했다. 결국 안태근은 무죄를 받았다. 또한 후배 여검사를 관사에 불러 성추행한 김○○ 부장검사를 긴급체포했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가 나왔다. 검찰이 구형 1년을 주장해놓고서 항소도 안 하더라. 검찰 조직 내 성폭력과 같은 극단적 형태의 폭력조차도 해결할 자정능력이 없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다. 서지현의 미투 이후 검찰 내부 다양성이 추가됐다거나 권위적인 분위기가 타파됐다고 보기 어렵다.

김태일(김):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다. 김학의 사건 자체가 검찰 내 심각한 젠더 감수성 문제를 드러냈다. 또한 검찰이 얼마나 사건 프레임을 잘 바꾸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는지 보여줬다. 수사의 시기와 방법, 증거의 취사선택을 통해 ‘김학의 사건’을 덮었던 과거 검찰의 잘못은 사라지고 ‘출국금지 불법성’만 남았다. ‘사법농단’ 수사도 빼놓을 수 없다. 검찰 특수수사의 최대치를 보여줬다. 검찰이 그동안 유일하게 털지 못한 성역이 사법부였다. 그런데 대법원장(양승태)도 구속시켰다. 검찰로서는 ‘불가능은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사건이다.

사법농단 수사는 적폐 청산의 일환이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를 검찰이 끌고 간 측면이 있다.

오병두(오):적폐 수사의 이중성이 있다. 형법으로 처벌하면 정의가 살아나고 적폐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 거다. 형사법의 오랜 주제인데, 형법을 통한 과거 청산이 굉장히 어렵고 위험하다는 것이다. 적폐 수사를 통해 특수통이 전면에 대두됐다. 동시에 적폐이기도 한 검찰 내부에는 그 칼끝이 미치지 않았다.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이후에는 약진한 특수통을 청와대가 통제하지 못했다. 특수 수사가 사회에 필요한 총량이 있는데 그게 너무 커지면 줄이기가 어렵다.

한상희(한):정치의 실패다. 정권교체는 당연히 지난 정권에 대한 평가 내지는 극복이라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 모든 작업은 기본적으로 정치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함성과 함께 시작했는데, 정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향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 과정을 검찰에 일임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더니, 〈조선일보〉가 ‘참여연대 “검찰개혁 내세운 文정부, 되레 정치화시켰다”’라고 제목을 뽑더라(웃음). 그게 아니라, 정치로 해결해야 할 것을 정치로 해결하지 않고, 검찰로 해결했다는 뜻이다. 검찰 과거사위의 실패가 상징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진실화해위원회를 꾸렸다. 과거와 단절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투영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검찰 과거사위는 수사 위주로 가다 보니 내부 이견 등으로, 활동 종료하고도 백서조차 내지 못했다. 역사적 청산이 아니라 사법적 청산을 하려다 보니, 과거사 청산이 아니라 과거사 부활이 되었다. 검찰은 반성하는 게 아니라,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라도 힘이 더 필요하다는 식으로 나왔다.

‘정치의 실패’는 그럼 무엇을 뜻하나?

:권력이 검찰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겠다고 하는 순간 개혁은 어려워진다. 김대중 대통령이 검찰을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 인식하는 순간 검찰개혁은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검찰을 사정의 수단으로 삼는 바람에 검찰개혁의 동력이 지체됐다.

:정부가 바뀐 시점에 이런 평가를 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불편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1년 차부터 지적해왔다.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2018년 〈잰걸음 적폐청산 더딘걸음 검찰개혁〉, 2019년 〈백년하청 검찰개혁 날개 다는 검찰권력〉, 2020년 〈한발 나간 검찰개혁 반발하는 검찰권력〉, 2021년 〈미완성 검찰개혁 철옹성 검찰권력〉) 기조가 바뀐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1년 차부터 이대로 가면 ‘검찰 공화국 볼 거다’라고 경고했는데, 그때는 언론이 주목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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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 임명식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금 우리가 보는 윤석열 정부의 진용이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윤석열 사단’ 그대로다. 바꿔 말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핵심 도구로 검찰을 활용하고 있다.

:이제 참여연대 검찰 보고서를 용산 대통령실에도 보내야겠다(웃음).

‘검찰개혁’이 정파적으로 소비된 측면도 있다.

:검찰개혁을 나눠 봐야 한다. 정치권에서 얘기된 검찰개혁이 있고, 시민사회가 이야기한 검찰개혁의 흐름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을 자기들 식으로 이해해서 만들어나가고 추진한 측면이 있다.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넘어오면서 법무-검찰 대립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게 소위 ‘검수완박’ 입법으로 마무리되었다. 개혁은 목표이자 동시에 과정이어야 하는데, 형사사법 권력이라는 국가권력을 누가 가질 것인가에만 논의가 집중되었다.

:내부적으로 ‘검수완박’ 국면에서 고민이 깊었다. 민주당의 첫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자, ‘참여연대가 검찰개혁 반대하느냐’는 전화가 엄청 왔다. 시민사회와 참여연대의 검찰개혁이 있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있다. 심지어 윤석열은 ‘수사 잘하는 게 검찰개혁’이라고 하지 않나. 저희가 제일 걱정한 건, 그 와중에 시민들이 소박하나마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검찰개혁의 원동력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참여연대에 들어온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제가 조금 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말하는 건데(웃음), 시민사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한 부분도 있다. 누군가는 조국을 수호하는 게 검찰개혁인 것처럼, 누군가는 윤석열을 탄핵하는 게 검찰개혁인 것처럼 말할 때, 그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중심을 잘 잡았나? 시민의 관점에서 검찰개혁의 의미가 뭔지 공론장을 제대로 열었나?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받아주지 않는 상황이 물론 있었겠지만, 아쉬운 결과들이 있었다. 진영화된 것, 정치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 것과 별개로 제3진영에서 공론화하는 모습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조국의 강’이라는 표현을 쓴다. 강을 건너는 것을 두고 양 진영에서 비판한다. 강을 건넜냐고 따지기 전에, 그 강에 다리가 있었느냐고 묻고 싶다.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다리와 같은 공론장이 있었다면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번 검찰 보고서에는 시민 7명과 진행한 ‘검찰개혁 앞담화’라는 코너가 있다. 검찰개혁에 대해 시민의 관점으로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조국 사태, 추·윤 갈등 때 시민은 어디에 서야 했나를 두고 뜨겁게 토론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편을 어떻게 드나’부터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을 두고 왜 고민해야 하나’라고 외치는 분까지, 의견이 다양했다. 끝까지 합의는 안 됐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성공이라고 평가할 것인가, 실패라고 평가할 것인가. 간단하게 딱 떨어지지는 않았다. 제도적 성과, 정치적 실패, 양극화와 공론장 붕괴 같은 것들을 짚었다. 다만 모두가 동의하는 건 ‘검찰은 개혁되어야 한다’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검찰화는 진전이 있었다.

:탈검찰화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 중 하나다. 또한 탈검찰화가 검찰개혁의 선제 작업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윤석열 정부가 제일 먼저 엎을 것이 ‘법무부 탈검찰화’다. 법무부는 시스템적으로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다. 징계를 하고 인사를 한다. 그런 법무부를 검사 출신이 장악하면 검찰 통제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법무부는 탈검찰을 상당히 진행했다. 그런데 ‘가역적으로’ 했다. 훈령을 고치면서 관련 직책에 검사는 아예 못하도록 못 박았어야 했는데 여지를 남겨두었다. ‘검사 또는 ○○○(다른 직책)’ 등으로 바꿔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입장에서는 시행령을 바꿀 필요도 없이 역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 공화국’이라고 할 때는, 아무나 잡아 넣어서 그리 말하는 게 아니다. 검찰이 법무부를 장악하고, 각 기관에 파견을 간다. 검찰은 수사하고 기소하는 전문가여야 하는데, 민법·상법 전문가까지 되어버린다. 더 나아가서 국정원, 금감원, 외교부 등등에 파견된다. 검찰 만능주의가 일어난다. 이러한 분위기가 검찰 조직 내부에 팽배한 게 지금 현실이다. 윤석열이 아무 데나 검찰 출신을 임명하는 것도 연장선상의 일이다. 상당히 많은 국가행정을 ‘검찰적인 시각’으로 바꿔나가는 게 검찰 공화국의 가장 큰 문제다.

:검찰은 자기 영향력을 확장시킨다. 파견받는 기관 입장에서도 좋아한다. 이해충돌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파견 검사가 수사의 방패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국정원 파견 검사가 ‘국정원 댓글 사건’ 추가 수사를 나온 수사관들을 다른 데로 안내하며 방해한 게 대표적 사례다.

보고서에서 징계받은 검사(20~21쪽 기사 참조)를 실명으로 공개했다.

:‘음주운전’ 등은 개인 일탈이라고 볼 수 있다. 검사라고 좋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징계는 어느 조직이나 있겠다 싶은 수준이다. 문제는 조직적으로 무마하거나 봐주려고 하는 것이다. 내부 고발이 있거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징계도 있었다. 기소를 해야 할 만한 징계 사안인데 안 한 건도 있다.

:검찰은 ‘한 식구’ ‘만능’ ‘무오류’라는 태도를 가진다. 징계 내역을 보면, 곧잘 개인 비리로 돌리는 점이 보인다. 검찰 구조나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는 검토하지 않는다.

:참여연대의 검찰 감시 핵심 중 하나가 징계 검사 실명 공개다. 또한 사건 수사팀 검사들의 이름도 실명으로 남긴다. 검찰권을 행사하는 사람의 이름은 역사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최대한 실명을 쓰려고 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주임 검사 이름을 안 알려주는 경우가 있었다.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깨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 틀을 유지한다. 부장, 차장, 검사장까지 결재를 받아야 한다. 행위는 조직적으로 이뤄지는데 책임은 모호하게 분산돼 있기 때문에 ‘검사가 잘못됐다’고 말해봐야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명을 거론해 어떤 틀 안에서 사건이 이루어졌는지 밝혀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공과를 총괄 평가한다면?

:지금 윤석열 정부의 검찰 인사에 대해서 〈조선일보〉 정도를 빼면 다 비판적이다. 검찰 권력이 남용되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각각 경험한 사건으로 진보와 보수 모두 다 알게 됐다.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설치가 된 것에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현재 공수처의 성과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 독점권이 깨졌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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