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29일자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 가수 비(23위), 오바마 대통령(37위)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인물 중심으로 순위가 매겨져 있었다. 그중 4위에 오른 인물은 파키스탄 탈레반 반군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였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이름인 바이툴라 메수드, 도대체 그가 누구이기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4위에 선정되었을까.

파키스탄 탈레반 최고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로 추정되는 인물.
파키스탄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인 바이툴라 메수드(35)는 마드라사(이슬람 종교학교) 학생 출신이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원 활동에 참여해오던 그는 29세의 젊은 나이로 2004년 7개 부족으로 된 파키스탄 남와지리스탄 자치구를 관할하는 부족 지도자가 됐다. 미군 폭격으로 당시 남와지리스탄을 관할하던 부족 지도자 네크 모하마드 와지르가 사망하자 미국의 추적을 받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최고 지도자 오마르가 그를 후임으로 지명한 것이다. 흔히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하면 나이 지긋한 노인을 떠올리겠지만 1974년생, 아직 어린 나이인 그가 지금 명실공히 파키스탄의 탈레반을 이끌고 있다.

그의 고향은 파키스탄 북서 변경주 반누 지역의 ‘다우드 샤’라는 마을이며 그의 부친은 조그만 모스크에서 이맘(이슬람 성직자)으로 일해오다 수년 전 사망했다. 바이툴라 메수드는 다섯 살 때 부친에 의해 페샤와르에서 서쪽으로 45km 떨어진 아코라 카탁이라는 도시에 있는 ‘다둘 울라미 하카니’라는 마드라사로 보내져 줄곧 그곳에서 공부했다. 그가 다닌 마드라사는 탈레반의 성소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9·11 이후 미국의 대표 공적이 된 물라 오마르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유명한 탈레반 지도자들을 배출한 ‘탈레반 명문학교’이다. 탈레반 지도자들 이름에는 ‘하카니’라는 이름이 많이 붙어 있는데 그만큼 이 마드라사를 졸업한 사실을 그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메수드는 빈 라덴보다 위험한 인물

메수드가 이끄는 무장 조직은 ‘테리크 에 탈레반(TTP·파키스탄 탈레반 운동)’이다. 이 조직은 2007년 12월 부족 단위로 활동하던 13개 무장 그룹을 묶어 출범했다. TTP는 FATA(연방직할부족지역) 전체는 물론이고 파키스탄의 전 탈레반을 망라하는 조직이다. 고위 간부 40명으로 구성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슈라’가 있고, 최고 사령관(아미르)은 바이툴라 메수드이며 부사령관(나이브 아미르)은 북와지리스탄 자치구를 관할하는 하피즈 굴 바하둘이다. 파키스탄 일간지 더 뉴스의 모하마드 자히르 기자는 “현재 파키스탄에는 탈레반 지도자가 크게 7명 있는데 그중 바이툴라 메수드는 그들을 대표하는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이다. 그는 같은 장소에서 두 번 자는 법이 없고 얼굴 촬영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얼굴이 공개적으로 노출된 적이 없다.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어서 파키스탄의 모든 탈레반을 대표하는 최고 지휘관이다”라고 그에 대해 설명했다.

2007년 12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 배후로 지목됐던 그는 최근 정부군의 공세에 맞서 주요 도시를 목표로 테러를 감행해왔으며 파키스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테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수드는 “나는 알 카에다의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를 매우 존경한다. 두 사람이 우리의 목숨을 희생하라고 청할지라도 두 사람에게 봉사할 것이다”라며 알 카에다와의 연대를 지향해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4월 초 일요판 ‘옵서버’는 ‘이젠 바이툴라 메수드가 미국의 공공의 적 제1호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수드의 가장 큰 성과는 무슬림 세계에 흩어져 있던 군벌과 알 카에다 잔여 세력을 규합해 파키스탄의 지하드 네트워크를 복원해온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어떻게 보면 빈 라덴보다도 메수드가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 더 위험한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갑자기 떠오른 젊은 탈레반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의 목에 현상금 500만 달러(약 69억원)를 내걸었고, 탈레반 소탕 작전을 펼치는 파키스탄 정부도 그를 검거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오와이스 아마드 가니 북서프런티어 주 주지사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와지리스탄 등에 대해 철저히 준비된 작전에 착수했다. 정부는 메수드와 그 연계 조직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 모든 악의 근원인 탈레반 최고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에 대한 공격에 돌입했다”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최근 탈레반 소탕과 메수드 제거를 위해 대규모 군사작전을 펴 북서 변경주 스와트 일대의 탈레반을 물리치고 그의 활동 근거지인 남와지리스탄 인근 지역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지난 5월28일 파키스탄 페샤와르 시내 키사 카와니와 카바리 시장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 현장 모습.
그러나 메수드는 이에 지지 않고 즉각 페샤와르 시내 키사 카와니와 카바리 시장에서 2분 간격으로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100명 넘게 사상자를 냈고, 같은 날 저녁 페샤와르 남부 외곽 지대의 사라 카와르에 위치한 검문소에도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경비 근무 중이던 군인과 경찰관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치게 하는 등 계속적인 폭탄 테러로 맞대응했다. 최근 정부군의 공세에 맞선 탈레반의 보복 테러인 것이다. 사건 후 메수드는 내외신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다. 오랫동안 목표물을 찾아왔다. 자폭 테러는 정부군의 스와트 지역 작전에 대한 우리들의 정당한 대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라호르·이슬라마바드·라왈핀디·물탄 등 주요 도시의 정부 건물을 새로운 테러 목표로 정했다면서 “우리는 파키스탄 국민을 사랑한다. 따라서 이 지역 주민에게 테러 피해를 입지 않도록 떠나줄 것을 정중하게 당부한다”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보도 자료를 내놓고 대국민 테러 대피 성명까지 발표한 그는 그 여세를 몰아 미국의 심장부인 백악관을 공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31일 AP통신 등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는 백악관을 공격해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을 공격 목표로 택한 이유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 미사일 공격을 하는 것에 보복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어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무장 단체를 모아 성전위원회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3월2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 내 알 카에다 세력이 미국을 공격하려 한다는 정보 보고가 있다”라고 말한 뒤에 나온 것이다.

지난 6월15일 파키스탄의 반 탈레반 시위자들이 바이툴라 메수드의 인형을 만들어 불태우고 있다.
메수드의 ‘정적’ 피살돼

이렇게 무력으로도 말로도 지지 않는 이 메수드를 제거하기 위해 파키스탄 정부는 좀 더 구체적인 ‘메수드 제거 작전’에 돌입했다. 남와지리스탄을 관할하던 부족 지도자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최고 지도자 오마르가 바이툴라 메수드를 후임으로 임명한 것은 파격 인사였다. 그 당시 다른 후보로 ‘카리 자이누딘’이라는 다른 탈레반 지도자가 유력했다. 자이누딘과 메수드는 모두 같은 부족 출신으로 2007년 7월에 사망한 압둘라 메수드 밑에서 한솥밥을 먹던 죽마고우였다. 다정했던 친구 관계도 권력투쟁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지 메수드가 자이누딘을 누르고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르며 둘 사이는 금이 갔다. 자이누딘은 메수드에게 밀려난 뒤 독립했으나 그에게 앙심을 품게 되었고 메수드를 공동의 적으로 삼은 파키스탄 정부와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지난주 더 뉴스 인터뷰에서 “바이툴라의 행위는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다. 그를 제거해야 한다”라고 직접 메수드를 맹비난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이들의 관계를 계속 이간질해 자이누딘이 메수드를 제거하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손에 피 안 묻히고 내부 분열로 탈레반을 와해해 자멸하게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치 않게 나타났다.

메수드에게 반기를 들었던 친정부 성향의 탈레반 지도자인 자이누딘이 6월23일 피살되었다. 파키스탄 경찰에 따르면 메수드를 비판해온 그는 이날 새벽 북서 변경주 데라 이스마일 칸에 있는 거처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자이누딘의 측근인 바즈 모하마드는 “아침 기도 후 괴한이 방으로 들어와 총기를 난사했다. 우리 진영에 침투한 괴한은 분명 바이툴라 메수드의 부하다. 자이누딘은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고 즉사했다”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인 사디는 “메수드가 자이누딘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현지 언론은 어느 정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시민들은 메수드를 대적할 사람은 이제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메수드와 경쟁관계에 있던 자이누딘이 사망하면서 파키스탄 정부의 ‘메수드 제거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고 결과는 메수드의 승리로 끝난 듯싶다. 

현재 그는 몇 번 사망설이 돌긴 했지만 오사마 빈 라덴과 마찬가지로 어디 있는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는 얼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현재 돌아다니는 그의 사진도 실제 그인지 확인조차 되지 않는다. 지하드(성전) 전사가 언론에 노출되어 유명해지면 어떤 신세가 되는지 잘 아는 그는 보안에도 철저해서 중무장 경호원 20여 명의 호위를 받으며 픽업 행렬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를 넘나든다. 〈타임〉에 의해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고도 사진이 없는 유일한 인사가 메수드이다. 메수드가 건재한 이상 파키스탄의 탈레반도 건재할 것이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끊임없이 지원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로서는 어지간히 골치 아픈 게 아니다. 그의 생사조차 정확하지 않아 미군은 아직도 그의 거처나 거점이라 여겨지는 곳에 무인 비행기를 보내 지속적으로 폭격을 가한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딜레마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기자명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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