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 앞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국회사진취재단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이 등장하는 기사에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대통령의 결정이나 대통령을 둘러싼 현안을 참모진이 비공개로 설명했을 때 쓰인다. 그래서 익명일지라도,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대통령 의중을 정확히 담고 있어야 한다. 직전 정부에선 어땠을까.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오래 출입한 한 기자는 4월19일자 〈기자협회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중한 성격인 문 대통령의 고뇌가 대외 메시지에 담겨야 하는데 스피커들이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임기 초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통을 중요시했다. 5년 전 취임 당일, 문 전 대통령은 청와대의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에서 새 정부 첫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취임사를 통해서도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라고 했다. 불통 이미지가 강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별화한 모습이었다. 소통하겠다고 약속한 신임 대통령에게 국민도 기자들도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임기 동안 인사·개각·사면·부동산·남북관계처럼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할 만한 사안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대통령 대신 청와대 관계자가 나섰다. 지난 5년간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때는 여덟 차례 기자회견과 국민과의 대화 두 번이 사실상 전부였다. 임기 막바지에 열린 기자간담회나 손석희 앵커와의 대담 같은 행사가 자주 있었다면 문 전 대통령을 향한 평가는 달랐을 것이다.

비판 매체 출입 불허하고, 지역 언론 취재 거부하고

결국 청와대 시대는 불통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더 이상 청와대는 대통령의 집무실이 아니다. 5월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옛 국방부 청사에서 국정 업무를 시작했다.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는 새 대통령의 인식이 집무실 이전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이제 기자들은 대통령과 한 건물에 자리한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겠다,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소통하는 대통령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

아쉽게도 이런 희망은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당선자 시절 윤 대통령과 참모진의 행보를 보면 그렇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특정 매체 기자들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교롭게도 당시 윤 당선자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매체들이 그 대상이었다. 취임 전 지방 민심을 듣겠다며 대구·경북과 전북, 광주·전남을 방문한 윤 당선자가 지역 언론의 취재를 거부한 일도 있었다. 이런 태도는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기자협회 소속 10개 시·도기자협회는 “지역 민심 청취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관광성 유람’ 아니냐”라며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뒤, 소통했던 대통령으로 평가받길 바란다. 취임 초반 반짝하는 모습만으로는 쉽지 않을 일이다. 집무실을 옮기고, 대통령실과 프레스센터를 한 건물에 배치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그다. 앞으로 5년,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를 더 자주 보고 싶다.

기자명 김달아(⟨기자협회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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