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원짜리 담배 세금만 1495원
  • 정희상 기자
  • 호수 94
  • 승인 2009.06.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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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체험 ‘끊고 살아보기’ 6탄 -엘리베이터와 담배 ④ 평생 금연을 향하여
집과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켜면 매일 업데이트되는 수치 화면이 뜬다. ‘8일 7시간16분.’ 담배를 끊은 지 34일째인 6월26일, 늘어난 내 수명이다. 인터넷 ‘금연나라’ 사이트에서 제공받은 수명 연장 자동계산 프로그램이다. 만일 계속 흡연했다면 지난 한 달간 그만큼 수명이 단축됐을 거라는 뜻도 된다. 1개월 금연해서 수명이 1주일 연장됐다는 게 당장은 실감이 안 나지만 그래도 ‘하늘이 내린 보상’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은 마냥 좋다.

   
지난 호에서 금연 선언 후 <시사IN> 편집국 내에서도 금연 동지가 두 사람 생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독자 가운데도 금연 동참 뜻을 밝혀온 분들이 있다. 서울에서 중앙 부처 공무원으로 있는 한 독자는 금연 연재 수기를 보고 자기도 7월1일을 금연 디데이로 잡았다고 알려왔다. 인천의 한 독자는 금연을 응원한다며 무가당 사탕과 자일리톨 껌을 한 움큼 싸서 보내주셨다. 어떤 이들은 ‘한 달 끊기 프로젝트’이므로 연재가 끝나면 다시 흡연할 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다시 탈지라도 금연 중단은 안 될 말이다. 이 지면에서 독자와 금연 수기로 만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지라도 영구 금연 의지는 계속 ‘고고 씽~’ 할 것이다.

엘리베이터와 담배 끊기에 도전한 지 한 달을 막 넘긴 6월25일, 윤증현 지식경제부 장관이 서민 흡연자 가슴에 불을 질렀다. 부자 감세 논란이 이는 법인세 감소를 밀어붙이되 부족한 세수는 술·담배에 붙이는 세금을 더 높여 충당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가뜩이나 현 정부의 실정 앞에 술·담배로 울분과 시름을 달래는 서민이 늘어난 마당에 정부가 서민 뒤통수를 내리친 거나 다름없는 정책이다. 이거야말로 부자들 잔치 설거지를 서민에게 떠넘기겠다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서민용 담배에 ‘세금 폭탄’ 안겨

금연한 지 한 달 이상 지났고, 계속 유지하면 부자 정부의 ‘봉 노릇’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안도했던 나도 그놈의 술값 인상에 생각이 퍼뜩 미치면서 다시 부아가 치민다. 이래저래 서민을 봉으로 아는 정부에 ‘열이 뻗쳐’ 오늘밤도 전국의 서민이 술집을 찾고 줄담배를 피워대겠지. 바로 그게 현 정부 정책 당국자들이 노리는 바 아닐까.

담배 한 갑을 사서 피우는 일은 세금을 피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로 그런지 KT&G에 전화해 물어보았다. 현재 국내 시판되는 대다수 담배 가격은 20개비 들이 한 갑에 2500원이다. 원가를 물었더니 대략 642원이라고 한다. 그럼 나머지 돈은 무슨 명목일까.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1원,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 및 국민건강부담금 361원 등이다. 무려 1550원이 담배 관련 각종 세금이다. 게다가 가격이 싼 담배로 갈수록 ‘세금 폭탄’이다. 국산 담배 중 가장 싼 88라이트가 1900원인데 세금은 담뱃값의 79%나 되는 1495원이다.

지난 한 해 KT&G가 만들어 판 담배가 31억3600여 만 갑이었다고 한다. 이를 사서 피운 국민은 총 5조원에 이르는 세금과 부담금을 낸 셈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것도 모자라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나섰다. 부자 감세 뒤치다꺼리를 위해서다. 들리는 바로는 한 갑당 소비세를 200 ~300원가량 인상할 것이라고 한다. 담배 세금 중 가장 비중이 큰 소비세는 지방 재정으로 들어간다. 현재 대운하 전초사업이라는 의혹 속에 추진되는 4대강 정비사업 관련 예산 22조원도 담배 관련 세금이 크게 기여할 것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따지고 보면 아무리 골초라도 현 정부에서 금연 명분과 욕구가 솟아나지 않을 리 없다. 역설적으로 서민이 작심하고 금연에 나서기 딱 좋은 정권이다.

※다음 호부터 ‘끊고 살아보기 7탄 -텔레비전’ 편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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