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부터 동네 분식점 주인까지 모두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고심한다. 아래는 한 구청 희망일자리센터의 채용 공고 게시판.ⓒ연합뉴스

모든 고용주는 좋은 고용인을 뽑기 위해 고민합니다. 구직자가 조금이라도 나은 회사에 취직하고자 하는 것만큼이나 절박한 마음입니다. 고용주가 기업의 사장들뿐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555만명 중 130만명은 고용원을 두고 있습니다. 대기업 임원부터 동네 분식점 주인까지 모두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일 잘하는 사람(경제학 용어로 ‘생산성이 높은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요? 자명한 방법은 보상을 높이는 겁니다. 보상에는 임금뿐 아니라 고용 안정성, 노동시간, 사회적 존경 등 다양한 직업의 측면이 모두 포괄됩니다. 경제학자들은 높은 보상이 어떻게 생산성을 올리는지 밝혔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선별 효과(screening effect)입니다. 임금이 높은 자리에는 좋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능력자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두 번째는 인센티브 효과(incentive effect)입니다. 높은 보상은 고용된 이후에도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유인을 제공합니다. 인센티브 효과는 크게 두 가지 채널로 설명합니다. 우선, 만일 해고되어 실직하거나 다른 직장으로 부득이 옮기게 되면 손해가 큽니다. 또 높은 보상을 받은 기쁨 및 감사의 의미로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선물 교환(gift exchange) 채널입니다.

먼저 임금입니다. 높은 임금이 노동자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인사경제학(personnel economics)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러지어에서 출발합니다(Lazear, 2000). 그는 미국의 한 자동차 유리 생산업체가 1994~1995년 임금 지급방식을 정액급제(hourly wage)에서 성과급제(piece rate)로 변경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더 벌 수 있게 된 것이죠. 그 결과 생산성이 무려 44%나 상승했습니다. 그는 이 중 절반 정도만이 기존 노동자가 추가적인 노력을 한 결과(인센티브 효과)이고, 나머지 절반은 생산성이 높은 신규 취업자로 인한 것임을(선별 효과) 밝혔습니다.

직업 안정성도 생산성에 영향 미쳐

임금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직업적 특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정규직 가능성(직업 안정성)에 대해서 주목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적자본(건강·교육·노동)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저는 설문조사 요원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저와 현지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처음엔 설문조사 요원으로 채용되었다가 뛰어난 성과를 보여 정규직인 조사요원 관리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적은 보수를 받는 인턴으로 들어와서 높은 직책으로 오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턴십의 가장 큰 매력은 인턴을 잘 마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침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지역 인구주택총조사를 위해 설문조사 요원을 대규모로 고용해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설문조사 요원은 생산성 측정이 용이합니다. 하루에 몇 사람을 얼마나 정확하게 조사하는지가 핵심 성과입니다. 저와 싱가포르 경영대학의 김성훈 교수는 좀 더 높은 임금(정액+성과급)을 주는 방식과 인턴십 방식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습니다(Kim, Kim, and Kim, 2020). 해당 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 440명이 대상이었습니다. 무작위로 절반에게는 높은 임금을 받지만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없는 설문조사 요원(고임금 그룹), 나머지 절반에게는 일당은 교통비 수준이지만 성과가 좋으면 정규직 채용이 가능한 인턴 자리(인턴십 그룹)를 제시했습니다(〈그림 1〉 참조). ‘고임금 그룹’에 74명, ‘인턴십 그룹’에 63명이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두 집단의 성과를 단순 비교하면 생산성의 차이가 사람을 잘 뽑아서인지(선별 효과), 해당 방식이 고용된 사람을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인센티브 효과) 때문인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을 설문조사 요원으로 고용한 직후, ‘인턴십 그룹’의 절반에게 보수를 ‘고임금 그룹’과 동일하게 올려주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임금 그룹’의 절반에게 ‘인턴십 그룹’의 혜택인 정규직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결과 총 4개의 그룹이 만들어졌습니다. A그룹:인턴십(정규직 전환 가능), B그룹:인턴십+고임금(정규직 전환 가능 인턴으로 뽑혔으나 차후 임금도 높아진 사람), C그룹:고임금+인턴십(높은 임금의 비정규직으로 뽑혔으나 차후 정규직 가능성도 생긴 사람), D그룹:고임금(비정규직).

우선 B와 C를 비교하면 선별 효과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실제 일할 때는 완전히 똑같은 인센티브(높은 임금과 정규직 가능성)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인센티브 효과는 B와 C가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선발된 방식은 서로 다르지요. 연구 결과 B가 C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였습니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강조한 인턴으로 뽑는 것이 높은 임금을 강조해 뽑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었습니다.

다음으로 A와 B를 비교하면 높은 임금의 인센티브 효과를, C와 D를 비교하면 정규직 전환 가능성의 인센티브 효과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둘 다 생산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습니다. 결론적으로 인턴으로 뽑은 뒤, 추후 충분한 임금을 주는 방식(B그룹)이 생산성이 가장 높아지는 비결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사실 미국과 홍콩의 금융가에서 신입 직원을 뽑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대학생들에게 3~4학년 시절 인턴을 어디서 했는지는 취업에 중요합니다. 인턴십이 성공적이면 졸업하기도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취업 제의를 받습니다. 한편 저는 돈보다 연구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잘하는 친구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연구 조교를 뽑습니다. 연구 결과는 저의 조교 선발 방식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인사관리 담당자들도 실제로 인턴십을 통해 입사한 직원들이 회사에 잘 적응하고 생산성이 높다며 연구 결과에 동감을 표했습니다. 다만, 많은 직원을 뽑아야 하는 대기업 처지에서 인턴의 수가 한정적이라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군요.

저는 또 다른 연구를 통해 근무시간의 선별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하루 8시간 일하는 직장과 4시간 일하는 파트타임 직장을 무작위로 제시하고 선별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장시간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파트타임 지원자보다 현격하게 생산성이 높았습니다(Kim, Kim, and Zhou, 2022).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직업의 다양한 요소가 선별 효과와 인센티브 효과를 통해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줍니다. 기업이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현철 교수 등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설문조사 요원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생산성 측정 연구를 했다.ⓒ김현철 제공

그렇다면 공무원 연봉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공무원의 임금수준은 논쟁거리입니다. 임금을 높여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까요? 혹자는 임금이 높으면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공무원의 자질은 국민 삶에 주는 영향이 큽니다. 유능한 공무원은 우리나라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죠.

미국은 정부보다 시장의 역할을 중시합니다. 공무원 임금이 민간에 비해 낮습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민간기업에서 일하라는 신호의 의미도 있습니다. 세수가 부족한 저개발국가는 공무원 임금이 매우 낮습니다. 월급으로는 생활수준 유지가 잘 안 되는데, 다양한 인허가 관련 권력이 있으니 부패가 만연합니다. 싱가포르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합니다. 공무원에게 고임금을 주어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들을 뽑고, 부패의 씨앗을 철저히 차단합니다.

멕시코 정부가 공무원 채용 방식에 대한 검증을 한번 해보았습니다(Dal Bo et al., 2013). 멕시코는 지역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지방직 공무원을 106개 시군구에서 350명 정도 추가 선발하고자 했습니다. 무작위로 일부 시군구에는 월급을 5000페소(약 31만원), 나머지 시군구에는 3750페소(약 23만원)로 책정했습니다. 그리고 두 지역의 지원자를 비교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임금이 높은 곳에 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성도 더 좋은 사람들이 지원했습니다. 사명감은 두 집단에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높은 임금은 아무도 일하고자 하지 않는 오지 및 마약 갱들이 창궐하는 지역에 가려는 사람을 늘렸습니다. 공무원 또한 능력 있는 사람을 고용하려면 충분히 보상해야 함을, 그것이 사명감과는 별 상관없음을 증명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공무원의 임금수준을 더 올릴 필요가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이미 직업 안정성과 넉넉한 연금 혜택으로 능력 있는 인재들이 충분히 지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관 주도의 경제발전 단계를 지나 민간 부문의 혁신을 통한 경제발전이 필요한 단계죠. 그러므로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상대적 보상의 규모를 점차 줄여서, 훌륭한 인재가 민간으로 흘러갈 수 있게끔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정부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할 의사를 길러낼 공공의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명감 높은 의과대학 지원자를 뽑아 의사로서 수련을 마친 후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의료계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이 방식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습니다. 특별한 봉사정신으로 무장했던 10대 고등학생도, 의사로 활동할 30대가 되면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는 가족을 둔 보통 생활인이 됩니다. 취약 지역에 오래 남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열심히 일할 이유도 별로 없지요.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면 바로 다른 도시에 자리 잡을 확률이 큽니다.

놀라웠던 잠비아 정부의 보건요원 선발 결과

오지에서 일하는 의료인 선발 방식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연구가 있습니다(Ashraf et al., 2020). 잠비아 정부는 국가 보건요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24개 시군구에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보건요원에 지원하라’고 선전했습니다. 나머지 24개 시군구에는 ‘(의사가 될 수 있는 자리에 지원해) 커리어를 극대화하라’고 선전했죠. 〈그림 2〉가 두 가지 선발 공고입니다. 그 결과 실제로 전자(Panel A)에서는 사회봉사 정신이 높은 사람들이, 후자(Panel B)에서는 자기 인생의 성취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선발되었습니다.

이들이 지역사회에 실제 배치되고 나서 누가 더 일을 잘했을까요? 놀랍게도 후자였습니다. 방문진료 횟수, 응급진료 처리속도, 영유아 백신접종률 등 모든 척도에서 자기 인생의 성취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사회봉사 정신이 높은 사람들을 압도했죠. 이 연구는 아프리카에서 이뤄졌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해줍니다. 봉사 정신이 높은 사람보다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둘 다 있다면 물론 제일 좋지만) 일의 성취도 측면에서 더 나은 겁니다.

그럼 의료 취약 지역의 의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의사들이 스스로 의료 취약 지역에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금전적 인센티브는 기본입니다. 가령, 지방 의료기관에 가산 수가를 주어 더 많이 보상하는 것이죠. 이에 더해 이런 의사들이 사회에서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비금전적 인센티브도 적극 활용해야겠습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의료 취약 지역에서 자기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의사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좋은 정책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공공선을 창출해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의과대학에 다니던 저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아픈 것이 의료의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학적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전문의 과정 대신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대 중반이던 저는 공공선에 대한 갈망이 높은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운 좋게 높은 연봉을 주는 미국과 홍콩에서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공부를 마치면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와 나라에 봉사해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를 둔 40대 가장이 되니 귀국해서 연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 더 이상 쉬운 결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점이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이 미국은 물론 홍콩 및 싱가포르보다 떨어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학교수도 생활인이고, 대학교수 채용에도 시장원리가 작동합니다. 연봉과 연구비를 많이 주는 곳으로 고성과자가 이동합니다. 능력이 뛰어난 세계적 학자들이 한국 대학에 오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교수에게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고, 연구를 게을리 하는 학자에게는 연봉을 삭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연봉이 올라가는 연공제를 버려야 합니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은 기업, 정부, 심지어 사명감이 필요한 직업에도 적용되는 보편 원칙입니다. 기업은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고용 방식을 최적화해왔으나, 최대 고용주인 국가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시장원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하고 공공선을 달성할 수 있는 선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국가라는 고용주의 중요한 책임입니다.

기자명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 및 정책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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