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 최소 연간 2000억원 경제적 효과’라는 보도가 있다. 진실일까? 일단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계산에 따르면 진실이다. 다시 말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청와대 개방 시 얻을 경제적 효과가 최소 연간 2000억원이라는 보고서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했다는 사실 자체는 진실로 보인다.
‘경제적 효과’를 다룬 기사는 종종 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65조원이었다. 진실일까? 현대경제연구원이 그러한 사실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는 진실이다. 마찬가지로 G20 회의 유치의 경제적 효과가 31조원이라는 보도는 물론, G20 회의를 통한 국제공조가 한국에 기여한 경제효과가 450조원이라는 보도까지 있었다. 역시 한국무역협회가 G20의 경제효과를 450조원이라고 추정하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 자체는 진실이다.
나름 신뢰 있는 기관이 발표한 보고서를 소개하는 것도 충분히 뉴스거리가 될 수 있겠다. 검증 여부가 언론과 ‘찌라시’를 나누는 기준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름 있는 경제연구소가 계산한 경제적 효과가 맞는지 틀린지 일개 언론사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다른 전문가를 통해 교차검증을 해야 한다고?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진실은 다수결이 아니다. 다수의 전문가가 경제효과를 100억원이라고 했다고 1000억원으로 추산한 연구 결과가 거짓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기사 하나 쓰자고 다수의 경제연구소에 경제효과를 계산해달라는 용역을 발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최소한 ‘경제적 효과’라는 개념을 명확히 설명하자. 경제적 효과는 기회비용까지 고려되어 경제적으로 새롭게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경제적 효과 계산에 쓰인 가정을 명확히 하자. 예컨대 연간 2000억원이라는 청와대 개방의 경제적 효과는, 연간 300만명이 청와대를 방문하고 1인당 2만3000원을 지출할 것을 가정한 결과다. 이 가정이 합리적일까? 연간 300만명 모두 새로운 소비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른 관광지에 갈 사람이 청와대에 방문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청와대 근처에서 돈을 쓰는 것만큼 다른 관광지에서 감소할 기회비용은 인식하지 않은 개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내가 10억원으로 땅을 파고 다시 메워도 경제적 효과는 창출된다. 그러나 그 10억원으로 다른 건설적인 일을 했을 때보다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는 적다. 기회비용을 인식하지 않는 경제적 효과라는 개념은 제대로 된 경제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회비용 따지지 않는 ‘경제적 효과’ 개념
그래서 보통 사업의 타당성을 분석하는 데 경제적 효과가 얼마라는 것보다는 비용편익 분석(BC 분석)을 하곤 한다. 투자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만 분석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이는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도할 때도 적용된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그대로 경제적 손실액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파업은 과도한 재고를 소진해 오히려 기업의 경영활동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언론은 경제적 효과 또는 경제적 손실액이라는 단어를 다룰 때, 개념이 가진 한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적 효과’라는 단어의 뉘앙스와 ‘경제적 효과’라는 개념에는 제법 넓은 간극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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