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3월10일 새벽 국민의힘 당사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선거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승자독식의 대통령 선거는 더욱 그렇다. 한 표 차이라도, 승자와 패자의 세계는 극명하게 갈린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8.56%를 득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의 47.83% 득표와 0.73%포인트(24만여 표) 차이다. 대통령 직선제가 치러진 이래 가장 적은 1·2위 득표 차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2022년 5월10일부터 2027년 5월9일까지 국정을 총괄 책임지게 된다.

0.73%포인트는 복기해야 하는 숫자다. 복기는 패자만의 몫이 아니다. 국정은 한판 승부가 아니기에, 당선자는 해당 표심의 의미를 살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에 앞으로 5년의 국정 향방과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부터 172석의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경쟁 후보들에게 투표한 절반 이상의 주권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사IN〉은 ‘우리의 5년’을 위해 대선 직후 발행하는 이번 제757호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각 지역별 개표 결과 및 방송 3사 출구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20대 대선 표심을 분석했다. 선관위의 정확한 지역별․성별․연령별 투표율 분석은 선거로부터 석 달 정도 지난 시점에 나온다. 그렇기에 당장 표심을 짚는 자료로는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곧잘 활용된다. 연이어 다음 호(제758호)에서는 대규모 웹조사를 통해 표심을 심층 분석할 예정이다. △각 후보를 선택한 이유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효과 △각 후보들의 공약 및 네거티브 효과 △20대 남녀의 표심 △각 분야 문재인 정부 평가와 표심 등 다양한 층위로 유권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풀지 못한 숙제

‘정치 신인’ 윤석열을 당선시킨 힘은 정권교체 여론이다. 대선 출마 직전까지 윤 당선자의 경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을 맡았던 그는 직을 던진 지 1년 만에 야당 후보로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유례없는 정권 말 지지율 40%대를 유지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가장 아픈 국정 성적표를 거머쥐게 되었다. 문 대통령 본인이 임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정권교체를 당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제1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에 나온 3월 첫째 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자를 지지하는 이유 1위는 압도적으로 ‘정권교체(69%)’였다. ‘정책·공약이 마음에 들어서(9%)’ ‘다른 후보가 되는 것이 싫어서(7%)’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서(4%)’는 부차적인 이유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당선자의 경쟁력은 ‘문재인 정부에 맞서 정권교체를 실현시킬 사람’이란 이미지 그 자체에 있었다. 윤 당선자도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정권교체론을 자극하는 데 더욱 골몰하게 되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겨냥해 ‘히틀러’ ‘파시스트’ 같은 센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지역일수록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아파트 가격 보니 득표율 달리 보이네' 기사 참조). 부동산 가격 폭등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윤석열 당선자 또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을 공격했다. 문재인 정부가 “의도적으로 집값을 올렸다”라는 주장까지 할 정도였다. 그는 선거 구도를 ‘전망’이 아니라 ‘회고’의 틀 속에 가두려 했다.

그러던 가운데 정치 보복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발언으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윤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인 2월7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 수사에 대한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대답했다. 대통령 신분으로 이런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검사 시절의 윤석열 당선자가 보여줬던 거침없는 수사 드라이브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윤 당선자는 “내 사전에 정치 보복은 없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권교체는 지지하지만 정치 보복은 반기지 않는 중도층의 표를 염두에 둔 메시지였다.

이 지점이 윤 당선자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지금까지 대선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지지는 50%를 줄곧 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까지 이뤘지만 최종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했다. 정권교체에 우호적이었지만 윤석열 당선자를 찍지 않은 사람, 그리고 선거 막판까지 부동층으로 있다가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의 결합이 만든 결과다. 이들의 표심을 읽어야 한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성범죄특별위원장(가운데 왼쪽)이 3월8일 이재명 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당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이들은 20대 여성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 58%는 이재명 후보, 33.8%는 윤석열 당선자를 지지했다. 이재명 후보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지목되어온 40대 지지율에 비견되는 수치다. 40대 남성 61%, 40대 여성 60%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동시에 20대 여성은 전체 성별·연령별로 놓고 보면 윤석열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낮은 집단이다. 33.8%로 40대 남성·여성보다 윤석열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이 낮았다.

원인으로는 윤석열 당선자 측의 반(反)페미니즘 행보가 지목된다. 윤석열 당선자는 1월 초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내홍을 수습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 줄 공약을 올렸다. 이후 ‘성범죄 처벌 강화·무고죄 처벌 강화’ 한 줄 공약도 선보였다. 이후 20대 남성 지지율이 오르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윤 당선자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성인지 예산으로 북핵을 막겠다”와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준석 대표 또한 언론사의 각 후보별 성평등 정책 질의에 윤석열 캠프가 ‘답변 거부’한 사실을 홍보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행보가 남녀 갈라치기라고 비판하면서도, 일부 남초 사이트가 ‘페미’라고 주장한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출연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대 여성은 선거 직전까지 가장 부동층이 많은 유권자 그룹이었다. 성별·연령별 지지율을 공개하는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3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11%가 부동층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모든 성별·연령별 유권자 중 유일하게 선거 마지막까지 부동층이 두 자리 숫자를 기록한 집단이다. 같은 기간의 같은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9%였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마지막 일주일 동안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58%다. 선거 막판, 이재명 후보는 부동층 20대 여성 잡기에 집중했다. 민주당의 권력형 성범죄를 공개 사과했고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박지현씨를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으로 영입해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가 만든 ‘명분’이 더해지자, 국민의힘의 반페미니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위해 투표장을 찾은 20대 여성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여야 협치의 안은 이미 나와 있다

표심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징하다. ‘갈라치기 하지 마라’는 뜻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결과적으로는 젠더 갈등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만한 소외감이나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2030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선거전략 과정에서도 조금 더 한번 돌이켜봐야 될 것이 아닌가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3월10일 대통령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당선자는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남녀 양성의 문제를 집합적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지금 이제 어느 정도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적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 국가가 관심을 갖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왔다”라고 덧붙였다. 0.73%포인트 차이 당선의 의미를 차기 대통령이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시그널이다.

‘통합’은 20대 남녀를 뛰어넘는 이슈이기도 하다. 윤석열 당선자도 통합과 번영을 당선사례의 핵심 키워드로 내보였다. 당선자 첫 공식 일정으로 방문한 국립현충원에서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낙선한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또한 통합을 강조했다.

문제는 ‘현실’이다. 통합이나 협치는 ‘좋은 말’이지만, 실현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당선자는 곧바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선거 기간 고소·고발이 난무했고, 이에 따라 대장동 의혹 등 여러 사건들이 검찰청에 가 있다('파편’만 남은 대장동 공방전' 기사 참조).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해 9월 대장동 이슈가 한창 불거질 때 이재명 후보를 겨냥하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이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뿐 아니라 현재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을 쥐고 있다. 해당 사건의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35차례나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는 오는 5월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수사는 선거와 달리, 피아를 적대적으로 구분하게 만든다.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 안 할 것”이라고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 공언했더라도 블랙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승자인 현직 대통령(윤석열)은 패자(이재명) 및 전 정권(문재인)과의 관계 설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더욱이 윤석열 당선자의 지지자 중 상당수는 그에게 ‘복수’를 요구할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자신의 인기를 단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이런 요구들 대신 야당 및 비판자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제도 개혁 쪽으로 전진할 수 있을까? 가까이는 대선 막판 민주당이 꺼내들고 정의당·국민의당이 합의한 선거구제 개편, 결선투표제 도입, 대통령제 중임제 개헌 등 정치개혁안이 있다. 새로운 여야 협치의 도구가 될 만한 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 신승의 의미를 ‘갈라치기하지 말고 협치하라’로 읽어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국정 5년이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지금부터는 ‘당선자의 시간’이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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