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2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가운데)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년행사에 참석했다.ⓒ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여러 지인들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으나 비용을 각자 내거나 번갈아 냈다. 명절 선물은 오래되어 잘 기억하지 못하나 의례적인 수준이었다. 값비싼 선물은 받은 적이 없다.”(2022년 1월26일,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 입장문)

건설사 삼부토건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잇는 핵심 연결고리다. 이름 앞 수식어를 ‘정치인’으로 바꾸기 전까지 검사로 살아온 윤 후보가 접대, 스폰서, 봐주기 수사 등 입길에 오를 때 삼부토건이 거론되었다. 배우자와 장모 관련 의혹, 국민의힘 안팎을 흔든 무속 논란에도 이 회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난해 6월29일 윤 후보가 정치참여 선언을 한 직후부터 등장한 삼부토건 관련 의혹은 대선이 임박한 현재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선대본은 삼부토건과 관련한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 이상의 입장은 내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선대본 관계자들은 “(윤석열 당시 검사가) 밤, 고기, 곶감 등을 받고 ‘봐주기 수사’ 했다는 것이냐” “20여 년 전부터 10년 전 사이(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드물게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측을) 만나는 정도였다” 등 기존 입장에 개별적으로 한두 마디를 덧붙이는 게 전부였다.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 해명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질문들이 남아 있다. 현직 검사와 건설사 회장은 어떻게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됐는지,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한 ‘여러 지인’은 누구인지, 또 윤 후보처럼 당시 삼부토건 회장과 인연을 맺은 다른 검사들이 있는지, 있다면 누가, 몇 명이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등이다.

삼부토건은 국내 1호 건설사다. 1948년 설립돼 국내 최초로 건설업 면허를 받았다. 충청남도 부여 출신 창업주 고 조정구 선대 회장 3형제가 설립했다. 경부·경인고속도로, 서울지하철 1호선 등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형 토목공사에 참여하면서 한때 국내 도급 순위 3위까지 올랐다. 1980년대엔 호텔업에도 진출했다. 지금은 사라진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이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은 조정구 선대 회장의 장남이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조달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하다가 1993년 회사를 물려받았다. 제13대 국회의원(민자당)을 지냈다. 대한건설협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자유총연맹 부총재, 충청향우회 부총재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이력과 학연, 지연, 혼맥 등을 활용해 정·관·재계 전반에서 인맥을 넓혔다.

〈시사IN〉은 조 전 회장이 주변 인물들을 챙기기 위해 자신의 일정을 수기로 기록한 달력, 휴대용 일정표, 전화번호 수첩, 명절 선물 목록, 삼부토건 법무팀 등 내부 부서에서 작성한 각종 문건 등을 입수했다. 조 전 회장이 누구를 언제 어디에서 만났는지 그리고 이를 증빙하는 영수증 등 자료가 담겨 있다.

조남욱 전 회장이 수기로 작성한 일정표와 달력 메모. 2006년 10월5일 오전 8시6분 뉴서울 골프장에서 윤석열 당시 검사와, 황 아무개 A산업 대표가 만남을 가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문건들의 실체는 검찰도 확인했다. 2013년 수원지방검찰청이 조 전 회장의 차남 조시연 전 삼부그룹 부사장의 배임 횡령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앞서의 일정표와 달력 등을 확보했다. 당시 수원지검이 압수했다가 돌려준 압수물품 반환 목록에서 문건들의 명칭과 수량 등이 확인된다.

조 전 회장과 비서실에서 직접 기록한 자료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그 인맥 중 한 축은 법조계, 특히 검찰이었다. 문건으로 확인되는 1995년부터 2016년까지 21년간 등장하는 검사는 모두 36명이다. 문건에 적힌 이름과 직함, 근무지 등을 법조계에서 주로 쓰이는 인명록인 ‘법조인대관’에서 확인하고 주변 취재로 교차 검증했다. ‘검사’ ‘검사장’ 등 직함만 기록돼 있는 등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인물들은 모두 제외했다.

확인된 검찰 인사들은 대부분 조 전 회장과 10년 넘게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치면서 관계를 이어갔다. 명절 선물 및 승진, 인사이동 축하 선물 등도 제공됐으나 이는 조 전 회장 측이 교류 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건을 종합하면, 선물을 받은 검사들 대부분이 약속과 만남이 전제되는 식사·골프 등으로 조 전 회장과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다. 일부 검사들은 검찰을 떠난 직후 변호사가 되어 삼부토건 법률고문 또는 조 전 회장 일가 및 주변 인물들이 연루된 사건 소송대리인 등을 맡았다.

검사들과의 약속이 담긴 일정표와 달력은 1995년부터 작성됐다. 조남욱 전 회장이 정치권을 떠나 온전히 경영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는 1988~1992년 제13대 국회의원, 1993년부터 1996년까지는 민자당 부여 지구당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검찰 인사들을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셈이다.

문건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시기를 기준으로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그리고 2000년대 초반~2015년까지다. 1990년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조 전 회장을 만난 검사들은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중수부장),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 검찰 핵심 요직을 차지하는 ‘특수통 계보’를 잇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씨 구속 등 당시 주요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지휘하고 있었다.

임용된 지 몇 해 지나지 않은 검사들도 있었다. 1997년 9월4일 조 전 회장 휴대용 일정표의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21층(당시 스카이라운지)’ 약속에 등장한 윤석열 후보(1994년 검사 임용)가 이 경우다. 윤 후보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등 정재계를 겨냥한 수사를 맡으면서 검찰 ‘특수통 계보’를 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낸 뒤인 2021년에 검찰을 떠났다.

2006년 9월3일 오후 2시27분 비전힐스 골프장에서 윤석열 당시 검사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파주운정지구 수사가 끝났을 시점이다.

이 시기 조 전 회장을 만난 검사들은 1년에 두세 차례씩 주로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바·스카이라운지 등을 방문했다. 삼부토건이 법인 회원권을 가진 5개 골프장에서도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조 전 회장과 독대를 하거나 두세 명씩 그룹을 만들어 약속을 잡기도 했다. 검찰 고위 간부 다수가 참여한 ‘만찬’ 기록도 발견된다. 명단을 검토한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검사들이었다. 중견 건설사가 이 정도 ‘급’의 검사 수십 명과 관계를 맺는 일은 당시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때 일정표와 달력 등에서 이름이 발견된 검사들 대부분은 충청도 출신 또는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조남욱 전 회장의 고향, 출신 학교와 같다. 윤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부친이 충남 공주 출신이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도 조 전 회장 일정표 등에 나온다. 대검 중수부는 정치권과 5대 그룹이 연루된 이 사건에 대해 ‘한국판 마니풀리테(깨끗한 손)’를 선언하고 당시 기준 단일 사건으로 역대 최대 수사팀(검사 15명 포함 총 180명)을 구성했다. 광주지검에서 근무하던 윤 후보도 2003년 10월 이 수사팀에 파견되었다.

조 전 회장 일정표에서 확인된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윤석열 후보를 포함해 총 3명이다. 윤 후보를 제외한 2명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이후부터 명단에 이름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윤 후보와 서울대 동기다. 현재도 친분이 깊다. 이들 역시 조 전 회장과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쳤고 명절 선물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는 조 전 회장 측이 관리하는 새로운 법조계 그룹이 생긴다. 법복을 갓 벗고 변호사가 된 검사, 판사들에게 법률고문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친분을 가졌던 법조계 인사들이 이른바 ‘전관 변호사’가 되어 관계를 이어갔다. 1990년대까지 한 명이었던 삼부토건 법률고문은 2001년부터 2015년 사이 총 10명으로 늘어났다.

삼부토건 인사과가 작성한 ‘법률고문 위촉 현황표’와 계약서, 위촉장, 수수료 및 급여명세서 등 내부 문건을 종합하면, 삼부토건 및 계열사 법률고문 또는 고문 상담역을 맡았던 인사는 여상규·최교일·이범래 전 의원, 김각영 전 검찰총장, 정진규 전 서울고검장, 문강배 전 BBK특검보, 이건개 전 서울지검장, 양재택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이상민 전 서울고법 판사, 박영수 전 국정농단 의혹 사건수사 특검 등이다. 이들은 매달 적게는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가량의 고문료를 받으며 짧게는 1년, 길게는 16년 동안 법률고문으로 활동했다. 법률고문 계약 자체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고문료가 이례적으로 큰 규모로 지급되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삼부토건 경영권 분쟁과 법조인들

‘정운호 법조 게이트’에 연루돼 2017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홍만표 변호사도 조 전 회장 문건에서 확인된다. 그는 조 전 회장 일가가 연루된 사건 소송에서 변호를 맡았다. 홍 변호사가 2011년 9월 변호사 개업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수임한 사건이 삼부토건 창립자 가족이 연루된 비위 의혹이었다. 홍 변호사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부장을 끝으로 2011년 8월 퇴임했다.

삼부토건 법률고문과 변호인 명단에는 충청도-경기고-서울대 출신이 아닌 법조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조 전 회장이 ‘관리’한 법조계 인사들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삼부토건 내부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 탓이다. 삼부토건 법무팀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 조남욱 전 회장은 후계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때 조남욱 전 회장의 동생 조남원 전 부회장과 차남 조시연 전 부사장 사이에 알력 다툼이 생겼다. 가족 간 갈등을 넘어 투서와 제보가 오갔다.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 대비하려고 알고 지내던 전관 출신들을 법률고문으로 위촉해 고문료를 줬다. 오너 일가가 자신들을 위해 회삿돈을 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조남욱 전 회장 일가가 관리한 법조계 인사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2015년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김각영 전 총장,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 고문 급여를 0원으로 산정했다. 법원이 회사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과정에서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윤석열 후보는 ‘파주운정지구 부동산 개발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삼부토건에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 후보는 2005년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검사 시절 이 사건을 직접 수사했다. 파주운정지구 사건은 파주시 일원 ‘파주운정2지구’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당시 다수 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했는데, 이들 회사가 싼값에 땅을 매입하기 위해 약 3만2000평 부지의 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민원 등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개발 공고 이후 체결한 매매계약을 이전에 체결한 것처럼 조작했다. 당시 기준으로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공고 전에 땅 매입 계약을 체결해두면 저렴하게 땅을 살 수 있었다.

삼부토건은 이 사업에서 시행업체 중 한 곳이었던 SM종합건설(당시 장안종합건설)과 2002년 12월 사업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아파트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사업을 위한 토지 매입대금을 삼부토건이 대고, 시행 이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였다. 이 공동사업에는 삼부토건과 삼부토건 출신 임원이 설립한 업체 ‘미래가’도 참여했다. 이익은 삼부토건 4, SM종합건설 4, 미래가 2로 나누기로 했다. 사실상 이익 분배가 6(삼부토건 측)대 4(SM종합건설)로 이뤄진 셈이다.

당시 의혹이 불거지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파주운정지구 개발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사업에 참여한 8개 건설사 대표들을 사기 등 혐의로 2006년 1월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사업에 함께 참여한 삼부토건은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SM종합건설 대표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삼부토건과의 관계, 사업구조 등에 대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삼부토건이 당시 돈을 대고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던 정황은 다른 검찰 수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2011년 10월~2013년 5월 삼부토건 창립자 가족이 연루된 횡령·배임 사건 수사를 위해 돈의 흐름을 좇는 과정에서다. 당시 삼부토건 법무팀이 수사 대응을 위해 만든 기록을 보면, 개발사업부 부장 이 아무개씨는 2013년 검찰 조사에서 “2003년 9월부터 약 1년 동안 129억원, 2004년 8월부터 1년간 83억원을 운정지구 토지 매입자금 명목으로 SM종합건설에 대여했다”라고 진술했다.

1997년부터 조 전 회장 일정표에 등장하는 윤석열 당시 검사는 공교롭게도 파주운정지구 수사가 끝난 2006년 9월과 10월 조 전 회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윤 후보는 파주운정지구 부동산 비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여 법을 위반한 사람은 예외 없이 엄정 처리했다. 삼부토건은 수사 대상도 아니었고 따라서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찾았다. 조 전 회장 일정표에 많이 등장하는 황 아무개 A산업 사장의 아들(오른쪽)이 이날 동행했다.ⓒTHE FACT

국민의힘 선대본은 “윤석열 후보와 조남욱 전 회장 측이 10년 이상 교류가 없었다”라고 주장한다. 실제 일정표에서도 2021년 기준 10년간 조 전 회장과 윤 후보가 식사, 골프 등을 통해 만남을 가졌다는 기록은 없다. 조 전 회장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윤석열 당시 검사에게 17차례 명절 선물을 보내고 2012년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씨의 결혼식에 화환을 보낸 사실이 문건에서 확인되지만, 조 전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윤 후보가 받은 명절 선물의 경우 2014년부터는 선물 품목이 정육에서 밤, 곶감 등으로 바뀌었다. 당시는 윤 후보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됐을 때다. 비슷한 시기 조 전 회장의 차남 조시연 전 부사장이 횡령·배임 사건으로 수사·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2015년 이후부터는 조남욱 전 회장 측이 윤 후보 측에 보내는 선물도 완전히 끊겼다. 삼부토건은 오너 일가가 연루된 비위 사건과 잇따른 사업 실패 등이 겹치면서 재정이 악화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년 뒤인 2017년 조 전 회장 일가는 회사를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지금의 삼부토건은 조 전 회장 일가가 경영하던 회사와 전혀 다른 곳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들은 조 전 회장 시절 회사를 ‘옛 삼부토건’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윤 후보는 조 전 회장 일가와 교류는 별개로 삼부토건을 중심으로 맺어진 주변 인물들과의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장모 최은순씨 등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대표는 조남욱 전 회장과 또 다른 인물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또 다른 인물’은 삼부토건 문건에서 법조계 인사들 이름 이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른바 ‘무정 스님(심무정)’이다. 심씨는 1995년부터 조 전 회장이 윤 후보를 비롯한 법조계 인사들을 만나는 식사·골프 자리에 대부분 동석했다. 그는 조남욱 전 회장과 윤석열 후보를 이어주고, 다시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소개해준 인물로 꼽힌다.

김건희 대표의 ‘7시간 녹취록’에서 김 대표는 무정스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시사IN〉 제750호 ‘공개된 김건희 녹취록 그 배경과 맥락’ 기사 참조). “무정 스님이라고. 진짜 스님은 아니고 스님이 우리 남편 20대 때 만나가지고 계속 사법고시가 떨어지니까 이제 원래 한국은행 취직하려고 했어요. 하도 고시가 떨어지니까. 그 양반이 너는 3년 더해야 한다. 딱 3년 했는데 정말 붙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그분이 우리 남편 검사 할 생각도 없었는데 너는 검사 팔자다 해가지고 검사도 그분 때문에 됐죠.”

회장 일정표에 나오는 ‘최은순’ ‘최 회장’

김건희 대표는 결혼도 ‘무정 스님’의 조언을 따라 결정했다고 말했다. “너는 (윤)석열이하고 맞는다. 그분이 처음 소개할 때도 너희들은 완전 반대다. 김건희가 완전 남자고 석열이는 완전 여자다. 근데 누가 그걸 그렇게 보겠어. 근데 정말 결혼을 해보니까 그게 진짜인 거야. 내가 남자고 우리 남편이 여자인 거야. 아 그래도 진짜 도사는 도사구나.”

김건희 대표의 모친 최은순씨, 20여 년간 법정 공방이 벌어진 윤 후보 처가 의혹 속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양재택 전 검사도 삼부토건 문건에서 확인된다. 양 전 검사는 김건희 대표와의 체코 여행설, 최은순씨의 외화 송금 의혹 등으로 입길에 올랐다. 문건 속 법조계 인사들 가운데 양 전 검사는 조 전 회장과 가장 잦은 만남을 가졌다. 일정표와 메모에는, 조남욱 전 회장이 어떤 검찰 관계자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 양재택 전 검사가 동석하는 내용도 나온다. 조 전 회장과 검사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정황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양 전 검사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삼부토건 법률고문을 지냈다.

최은순씨는 ‘최은순’ ‘최 회장’ 등의 이름으로 2003년부터 조남욱 전 회장 일정표에 나타난다. 그는 이 시기를 전후로 부동산 사업 과정에서 만난 동업자들과 송사를 벌이는데, 조 전 회장과 식사·골프를 하거나 삼부토건 법률고문을 지낸 변호사들이 최씨 변호를 맡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지금도 최씨 사건을 대리하고 있다.

조 전 회장 일정표에선 황 아무개 A산업 사장의 이름도 수십 차례 확인된다. 문건에는 2006년 10월5일, 2011년 8월13일 황 사장이 조 전 회장과 함께 윤석열 당시 검사를 만난 것으로 적혀 있다. 황 사장의 아들은 지난해 6월 윤 후보가 ‘정치참여 선언’을 하기 전부터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이후까지 윤 후보 주변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와 취재진들에게 여러 차례 포착됐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전 공식적으로 출범한 캠프 및 현재 선대본 명단에는 황 아무개씨(황 사장의 아들)라는 이름이 없다. 공식 캠프 출범 전의 일은 확인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2월14일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목사·왼쪽)을 만났다. 김장환 목사의 이름도 1999년부터 매년 조남욱 전 회장 일정표에 등장한다.ⓒ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보수 개신교계 원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목사)도 1999년부터 매년 조 전 회장 일정표에 등장한다. 김건희 대표는 지난 2월14일 김 이사장과 비공개로 만나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12월 대국민 사과 이후 김건희 대표의 첫 행보라 관심을 끌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와 윤 후보를 둘러싸고 불거진 무속 논란을 의식한 만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와 김 이사장의 만남은 윤 후보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회장이 만난 검사들 일부는 세상을 떠났거나 법조계에서 은퇴한 지 오래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만난 한 인사는 당시 조 전 회장과 식사·골프 등을 통해 관계를 맺어온 사실은 확인해줬으나 구체적인 설명은 거부했다. 나머지 인사들은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거나 전화, 문자메시지 등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들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조차 〈시사IN〉 취재진이 삼부토건 얘기를 꺼내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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