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PRO TV 합성ⓒ시사IN 이정현

대통령 선거는 ‘미디어 전쟁’이기도 했다. 2002년 ‘노무현 바람’을 일으킨 것은 인터넷 언론이었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는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가 영향을 미쳤다. 2022년 대선엔 ‘정치 유튜브’가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측됐다. 정작 유권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낸 유튜브는 정치 채널이 아닌 경제 전문 채널 ‘삼프로TV’였다.

1월20일 기준 구독자 187만여 명인 ‘삼프로TV’의 주된 구독자는, 경제에 관심이 많은 35~54세의 남성이다(전체 구독자의 남녀 성비 7대 3, 45~54세 33.2%, 35~44세 30.2%, 25~34세 15.5%). 주요 대선주자가 모두 출연하면서 공중파 TV 토론 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이는 숫자로 나타난다. 2021년 12월25일 동시에 공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편의 조회수는 683만여 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편의 조회수는 354만여 회다. 지난 1월2일 업로드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편의 조회수 역시 각각 53만, 169만여 회다(1월20일 기준).

조회수를 모두 합치면 1259만 회를 웃돈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견해를 귀담아듣는 수요가 확인된 셈이다. 2022년 대선에 참여하는 전체 유권자 수가 4400만명 정도 될 것(선거인 명부는 2월26일 확정되며, 2020년 총선 당시 전체 유권자 수는 4399만여 명이었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게다가 이들은 그저 내용을 감상하는 수동적인 유권자가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남겼다. 이재명 편 7만2396개, 윤석열 편 6만9752개, 심상정 편 4208개, 안철수 편 3만2104개의 댓글이 달렸다(1월20일 기준). 소감과 각 후보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유튜브 정치 콘텐츠에서 곧잘 보이는 격한 비난이나 욕설은 드물었다. ‘댓글러’들 스스로 감탄했다. “댓글 수준 칭찬하고 갑니다. 그저 정치적인 편가르기·비판이 없이 그 영상에 대한 평가만 주를 이뤄서 읽기가 좋네요.”

〈시사IN〉은 데이터 기반 전략 컨설팅 기업 ‘아르스 프락시아’와 함께 해당 댓글 11만2858개를 분석했다(이재명·윤석열 12월25일~1월1일, 심상정·안철수 1월2~6일 기준). 대선은 후보와 유권자가 함께 펼쳐나가는 당대 시대정신의 장이다. 후보는 유권자에게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내보이며 선택받으려 한다. 이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이 다시 후보의 행보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다이내믹스가 대선 레이스 내내 작동하다 선거 결과로 도출된다. 〈시사IN〉이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담론 지도(〈시사IN〉 제746호 ‘이념보다 실리형, 이재명 거래의 리더십’ ‘반문재인 프레임으로 윤석열 응징의 리더십’ 기사 참조)에 이어 ‘삼프로TV’ 댓글을 분석한 이유다. 이 댓글들은, 2022년 대선을 대하는 유권자들의 집합적 속내를 읽어낼 수 있는 요긴한 통로 중 하나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드러난 ‘삼프로TV 현상’은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갈증을 드러낸다. 본의 아니게 제각기 장단점을 노출한 후보들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린다. 아르스 프락시아의 텍스트 분석 시스템(옵티마인드 4.0)으로 댓글의 의미망을 살폈다.

댓글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정책’

지난해 말부터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삼프로’까지 치면 자동으로 완성되는 문장이 있다. ‘삼프로(TV)가 나라를 구했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원내 의석수순) 편 모든 영상의 댓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다. “네 후보님들 잘 들었습니다. 삼프로가 나라를 구했습니다!” “유권자 대우 제대로 받은 거 같아요. 투표권은 하나지만 여러 후보들의 정책 비전을 듣다 보니, 대통령뿐만 아니라 장관들도 뽑고 싶은 생각이 들구만요! 삼프로의 레전드급 기획, 박수 드립니다!” 같은 반응이 주를 이뤘다.

댓글러들은 후보의 목소리를 통해 당사자의 견해를 쭉 이어 듣는 형식으로 진행된 ‘삼프로TV’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해당 영상들에선 공격적 질문이나 상대방 말 끊기 등이 없다. 그 덕분에 각 후보를 비교하며 볼 수 있었다는 후기가 많다. 기성 언론에 대한 비판도 신랄했다. “공중파 매체에서 해야 할 역할을 유튜브를 통해 ‘삼프로TV’가 이루어주시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객관적인 진행 때문에 두 후보자의 정치철학, 미래에 대한 로드맵을 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선택도 확실해졌습니다.”

각 후보 영상에 달린 댓글의 의미망 분석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이 ‘삼프로TV’에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핵심 키워드는 ‘정책’이다. 42쪽 〈그림 1〉이 이재명, 43쪽 〈그림 2〉는 윤석열, 44쪽 〈그림 3〉이 심상정, 45쪽 〈그림 4〉가 안철수 후보 영상에 달린 댓글 의미망이다.

그림에서 노드(점)의 크기는 해당 단어의 중요도다. 노드의 같은 색상은 같은 ‘의미 덩어리’다. 딥러닝 기술로 해당 단어가 활용된 맥락을 식별하고 긍정과 부정 의미로 나누었다. 긍정은 하늘색, 부정은 보라색 계열로 표시된다. 농도가 진할수록 긍·부정의 정도가 강하다. 선의 화살표는 논리적 상호관계를 뜻한다.

네 후보의 댓글 의미망 지도(그림)에서 ‘정책’이라는 노드(단어)는 모두 중심부에 있다. 지도에 등장하는 다양한 단어가 ‘정책’ 노드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삼프로TV’에 댓글을 남긴 이들은 ‘정책’을 중시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책’이라는 단어도 후보에 따라 긍정과 부정으로 반응이 나뉘었다.

이재명 후보의 〈그림 1〉에서 ‘정책’ 노드는 하늘색(긍정)이다. ‘정책’은 주변 대부분 단어(실용, 경제 대통령, 미래, 실행, 효율 등)와 연결될 정도로, 의미망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다. 큰 노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정책’은 ‘일꾼-정치-지지’로 이어진다. ‘정책을 실현할 일꾼이고 정치적으로 지지한다’라는 식이다. ‘삼프로TV’에서 이재명 후보는 1990년대부터 주식 투자를 했던 ‘개미 경험’을 풀어놓으며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 등을 펼쳤다. 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한 대부업체 단속과 대출 정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의 〈그림 3〉에서 정책 노드는 응원이라는 단어와 주요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책-응원-노동자-필요’로 이어진다. 심 후보의 정책을 들어보니 그를 응원하고 싶고, 해당 정책들이 노동자에게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 심 후보는 ‘삼프로TV’에서 불로소득을 비판했다. “누군가의 불로소득은 누군가의 근로소득을 빼앗은 측면이 있다. 직장생활 해서 10년 적금 부어 집 한 채 사려 했는데, 가격이 2배가 됐으면 10년은 빼앗긴 것과 다름없다.”

안철수 후보의 〈그림 4〉에서도 정책은 긍정적 의미를 띤다. ‘정책’ 노드가 ‘안철수-전문-지지’로 연결된다. ‘정책에서는 안철수가 전문가이므로,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안랩의 전신)를 창업한 안 후보는 ‘삼프로TV’ 영상에서 기업 CEO로서 투자한 경험을 소개했다. 과학자·의사로서의 식견을 강조하며, 주로 미래산업 구조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했다. 국민연금 재정의 적자 폭이 앞으로 더 커지기에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며 거대 양당을 비판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댓글 의미망에서 ‘정책’ 노드는 보라색이다. 댓글러들이 윤 후보의 정책 관련 사항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윤석열 후보의 〈그림 2〉를 보면, 벼락치기·미달·무식·식견·공부 등의 단어가 ‘정책’이라는 노드를 둘러싸고 있다. 큰 노드만 살펴보면, ‘정책’이 ‘준비-차이-극명’으로 흘러간다. ‘정책 준비가 부족하고 다른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극명하다’는 뜻이다. 검사 생활을 27년 한 그는 상대적으로 경제정책을 잘 모르는 모습을 노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프로TV’에서 윤 후보는 경제를 강에 비유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윤 후보는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사인 MSCI 지수 편입이나 공매도에 대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OX로만 말할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다 보니 영상을 시청한 이들이 남긴 댓글의 의미망(〈그림 2〉) 상단에 ‘대답-횡설수설-동문서답-핵심-이해-부족-인내심’이라는 ‘단어 흐름’이 나타났다.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답변이 명확하지 못하다 보니, ‘대답이 횡설수설에 동문서답이고, 사안의 핵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듣는 이에게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삼프로TV에 나가는 줄도 몰랐다”

이 같은 윤석열 후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다른 후보의 영상 댓글에까지 나타난다. 이재명·심상정·안철수 후보의 영상 댓글에는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댓글이 자주 보였다. “1인은 논지가 전혀 없어 정말 힘들었지만 세 후보님들의 정치적 방향성과 가치관을 듣는 것은 대선 투표 이상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후보 한 명 빼고 다들 철학과 비전이 있으시네요. 삼프로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같은 내용이 많았다.

실제로 ‘삼프로TV’ 출연 이후 윤석열 후보가 얻은 정치적 소득은 마이너스에 가깝다. 당내 혼돈까지 노출됐다. 1월6일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장은 윤 후보가 ‘삼프로TV’에 나가는 줄도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가 전혀 준비가 안 돼서 아주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됐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윤석열 후보도 “어떤 데인지 정확히 모르고 가서, 주식시장이라든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시장경제에 대해 가진 생각을 얘기하면 된다고 해서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삼프로TV’ 출연은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언급을 삼가는 주제가 되었다. 국민의힘 당시 선대위 차원에서 나온 ‘삼프로TV’ 관련 논평은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의 “이재명 후보는 주가조작 공범임을 자백한 것인가. 이제 전과 5범의 반열에 오른 것인가(2021년 12월25일)” 정도다. ‘삼프로TV’에서 이재명 후보가 주식 투자 경험을 말하며 ‘작전주인지 모르고 들어간 적이 있다’고 한 부분을 겨냥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삼프로TV’ 영상은 조회수 대비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7만 개에 가까운 댓글 가운데 윤 후보에 대한 긍정 댓글은 적은 편이었다. 윤 후보가 출연한 ‘삼프로TV’ 내용에 대한 긍정 평가보다는, 정권교체 바람을 드러내거나 도덕성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낫다고 강조하는 식이었다. “윤석열로 하나 되어 정권교체 압도적 승리로 후손들에게 좋은 나라 물려줍시다”라거나 “윤석열 후보 적어도 거짓말은 안 해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능력 있는 전문가를 발탁하여 경제를 맡기고 경제 살리는 정책을 하시리라 믿어요!” 같은 내용이었다.

간혹 윤 후보 비판 일색의 댓글에 대해 ‘작업’을 의심하는 내용도 있었다. “자유시장 경제를 존중하는 철학이 확고한 후보. 윤 후보의 경제적 지식 폭에 감탄합니다. (중략) 근데 댓글들이 지령받은 거처럼 한결같은 내용. 데이터 분석해보면 중국 조선족들이 댓글 다는 거 아닌지 궁금하네요.” “드루킹들 많이 몰려왔네.”

이재명·심상정·안철수 후보의 댓글과 비교되는 양상이었다. 이재명 후보의 〈그림 1〉 댓글 의미망 지도에는 ‘전문가’ ‘느낌’ ‘디테일’ ‘믿음’ 같은 단어가 몰려 있다. 심상정 후보의 〈그림 3〉에는 ‘가치’ ‘인정’ ‘의미’ ‘반성’ 등의 단어가 큰 블록을 차지했다. 안철수 후보의 〈그림 4〉에는 ‘미래’ ‘세계’ ‘산업’ ‘기술’ 노드가 눈에 띈다.

윤석열 후보의 〈그림 2〉에서 하늘색(긍정)으로 표시된 노드는 ‘삼프로TV’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림 2〉의 왼쪽 하단에 잡히는 하늘색 큰 노드 부분을 보자. ‘국민-판단-감사-유익’으로 이어진다.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줘서 ‘삼프로TV’에 감사하고 유익하다’는 내용이다. ‘댓글’이라는 노드에는 공감·대박·구경·소문·맛집·존경·박수 등과 같은 단어가 연결되어 있다. 윤 후보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 댓글에 공감하며, 이러한 소문을 듣고 구경 왔다는 뜻이다.

윤석열 후보의 댓글 지도(〈그림 2〉)에는 다른 정치인의 이름도 여럿 나온다. 유승민, 홍준표, 안철수 그리고 박근혜다. 모두 윤 후보에게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토론을 하면 결국 싸움밖에 안 난다”라고 말한 윤석열 후보는 댓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주 비교되었다. 2012년 대선 당시 토론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 박 전 대통령은 법이 정한 최소한으로만 TV 토론 일정을 소화했다. “남자 박근혜” 같은 댓글이 달렸다.

윤석열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다른 후보와도 비교됐다. 댓글 의미망 분석을 보면 ‘유승민-홍준표-교체-승리’로 연결된다.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윤석열 후보로는 대선에서 이기기 어려워 보이니, 유승민 전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으로 후보를 바꿔야 이긴다는 내용이다. “홍준표가 그립다” “유승민 같은 사람이 나왔어야”라는 댓글이 있었다.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윤 후보 영상의 댓글창으로 소환됐다. 〈그림 2〉 속 안철수라는 키워드는 ‘정권-교체’와 이어져 있다. “이재명 싫으면 안철수든 누구든 다른 사람 찍어라.” “정권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윤(석열) 검사님은 적자가 아닙니다. 안철수 후보님 중심으로 야권 단일화 희망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의 대체재로 언급되었다.

공교롭게도 ‘삼프로TV’가 공개된 이후 여론조사에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올랐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해산되는 등 내홍을 겪던 시기이기도 했다.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6%(12월 넷째 주)에서 14%(1월 둘째 주)로 뛰었다(이하 모든 여론조사는 NBS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같은 기간 같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다. 12월 넷째 주 29%였고, 12월 다섯째 주·1월 첫째 주·1월 둘째 주 모두 28%였다. ‘윤석열 지지 이유’를 살펴보면 해당 지지율 추이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12월 넷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의 8%만이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서’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 지지층의 69%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그를 선택했다.

주요 대선후보 4명의 ‘삼프로TV’ 영상이 공개된 이후인 1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서’ 지지한다고 응답한 윤 후보 지지자는 3%로 떨어졌고, ‘정권교체를 위해서’가 70%로 소폭 늘었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에 큰 변동이 없는데도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오른 배경에는 중도층이 있다. 관망세였던 중도층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향을 중도라고 언급한 이들의 안철수 지지율을 보면, 지난해 12월 넷째 주 8%에서 1월 둘째 주 22%로 늘었다.

각 후보들의 댓글을 살펴본 김도훈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는 이렇게 총평했다. “이재명은 민생정책의 디테일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행정 경험이 높게 평가된다. 그러나 (감성분석 결과 등을 봤을 때) 공약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도 높게 나타난다.” “윤석열은 기본 소양과 소통·태도 면에서 점수를 많이 까먹은 것으로 나타난다. 댓글에서 윤석열에 대한 긍정 워딩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심상정에 대해서는 불로소득과 노동문제에 대해 현실에 맞는 대안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가 운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실천할 만큼 ‘공부’했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관찰된다.” “안철수는 과학기술·산업 등에 대한 미래 기대가 높게 반영된다. 다만 그동안 안철수의 경영 및 정치 이력에 관한 평가가 낮은 편이었기에 확장성에 한계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삼프로 현상’이 드러낸 사실은 자명하다. 유권자들은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알고 싶어 한다. 캠프 관계자에게 대신 발표하게 하거나 누가 써준 내용을 보고 읽는 대선후보가 아닌, 소화한 만큼 자기 목소리로 정책을 밝히는 대선후보를 보고 싶어 한다. 이는 투표하는 데 중요한 판단 자원이 된다.

정치권과 레거시 미디어가 놓친 것

그렇기에 ‘삼프로 현상’은 지금껏 불문율처럼 전해지는 여의도의 통설을 깨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의 흔한 믿음 중 하나가 ‘정책은 표가 안 된다’였다. 선거 당락을 가르는 세 가지 요소로 ‘인물·구도·바람’이 꼽힐 만큼 정책은 선거캠프의 우선순위에 들지 못했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은 중요한 취급을 못 받은 게 ‘정책의 현실’이었다. 마찬가지로 정책 보도도 인기 없다는 게 언론계 다수설이었다.

미디어의 전달 형태가 달라지자 유권자들의 갈급함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대선후보들이 ‘삼프로TV’에 나와 경제정책에 관해 90여 분간 자기 생각을 풀어놨다. 내용을 본 이들은 각자에 대한 평가를 댓글창에 솔직하게 남겼다. ‘표가 안 된다던 정책’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유권자 그룹은 이미 존재했다. 여의도 정치권과 레거시 미디어가 놓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프로 현상’이 표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3월9일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김도훈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는 “전반적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의 정책적 디테일에 대한 요구와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가 기존 정치·언론의 문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설령 이번에 정책과 뉴미디어가 단번에 게임체인저가 되지 못하더라도, 정책적 역량과 뉴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대적 흐름은 거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삼프로 현상’이 순간 반짝하고 지나갈 유행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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