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헌법 만들기

조현익 지음, 스튜디오 하프-보틀 펴냄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일까요?”

2019년 창립한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 하프-보틀’에는 회사 ‘헌법’이 있다. 기업가 정신으로 회사를 일군 이야기는 많아도, 회사 헌법을 만들게 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직장 내 부조리 앞에서 “사회가 원래 그런 곳”이라는 회피 말고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창업이 회사라는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면, 조직 문화 역시 자체 기준과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책 뒤에 나와 있는 스튜디오 하프-보틀의 헌법은 그런 점에서 좋은 사례다. 노동권·휴식권·환경권부터 의사결정과 업무 분담에서의 인격권, 일할 권리, 평가받을 권리까지 다양한 기본권들이 정리돼 있다. 한국과 해외 정당의 강령까지 참고했다.

 

 

 

프렌즈

로빈 던바 지음, 안진이 옮김, 정재승 해제, 어크로스 펴냄

“우정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마법처럼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친구를 만나는 빈도가 줄었다. 진정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확인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대체 우정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친구를 사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옥스퍼드 대학 진화심리학 교수가 ‘우정’에 관한 각종 과학적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 로빈 던바는 야생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다 인간의 사회성으로 관심을 돌렸다. 뇌의 크기가 그 동물이 이루는 사회집단의 크기를 결정하며, 따라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 수에는 한계가 있다(약 150명)’는 ‘던바의 수’로 유명하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던바의 수는 유효한지, 우리의 뇌가 친구를 어떻게 만드는지 등 흥미로운 질문이 가득하다.

 

 

 

턴어웨이

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지음, 김보영 옮김, 동녘 펴냄

“임신중지는 제 인생을 규정짓지 않습니다. 그건 그저 일어난 일일 뿐이에요.”

임신중지를 했거나 ‘거절당한(turnaway)’ 여성 1000여 명을 약 10년에 걸쳐 연구했다. 원치 않는 임신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초의 시도다. 인구통계학자인 저자가 이끈 연구팀에는 공중보건학·역학·사회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전문가 4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임신중지가 여성의 신체건강 및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음을, 오히려 임신중지를 거절당하는 것이 여성 당사자만이 아니라 아이와 가족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연구는 임신중지를 ‘죄’로 만드는 법과 제도의 문제를 낱낱이 드러낸다. “내 바람은 우리가 실제 여성의 삶의 맥락에서 임신과 임신중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하루 영어교양

서미석 지음, 유유 펴냄

“영어를 이렇게 배웠더라면.”

‘매일 한 줄로 익히는 서양 문화 상식 365’라니 새해와 어울리는 책이다. 매일 한 줄씩 영어 한 문장에 담긴 신화와 문학, 역사를 섭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해 서구의 신화, 역사와 관련된 책을 번역해온 저자가 영어 관용어 표현의 유래와 배경을 알아본다. 가령 ‘black sheep’이 말썽꾼, 골칫거리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 배경에는 성경이 있다. 하느님을 목자, 사람을 양으로 표현하는데 하얀 양들 틈에서 간혹 태어나는 검은 양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검은 양은 악마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짧은 표현이라도 그 안에 스며 있는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도시를 보호하라

권오영 외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페스트 방역을 통한 위생의 제도화는 근대 중국의 국가 건설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불결’은 산업혁명이 낳은 대도시의 유산이다. 영국에서 위생개혁 운동이 시작된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우 아편전쟁을 기점으로 서구의 근대적 위생론이 등장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도시 위생은 인류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것은 빈곤과 부유의 문제였다.
더 깨끗한 것은 언제나 더 더러운 것 옆에서 우월한 가치를 증명했다.
식민시대에 위생은 인종차별적 정책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때로는 주택의 채광 담론 주제로, 때로는 격리와 감시의 근거가 됐다. 팬데믹 시대, 우리에게 ‘위생도시’는 어떤 의미인가?  근현대 방역정책과 보건시설의 풍부한 사료를 통해 흥미롭게 기술한다.

 

 

도시를 바꾸는 새

티모시 비틀리 지음, 김숲 옮김, 원더박스 펴냄

“새들이 도시에 오는 이유는 도시가 탄생하기 전에도 왔기 때문이에요.”

새는 정말 당황스러워 보였다. 분명히 눈앞에 아무것도 없는데 몸이 자꾸 부딪혀 떨어졌다. 어느 순간 새의 날갯짓은 자포자기에 가까워졌다. 날개를 한번 퍼덕일 수 있는 힘이 모이면 날아올랐다가, 투명 방음벽에 머리를 들이박고는, 도로 콘크리트 담벼락에 떨어졌다. 만약 누군가 손짓으로 그 새를 유도하지 않았다면 그 참새는 해마다 국내에서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 800만 마리 중 한 마리로 기록됐을, 아니 기록조차 되지 못한 채 그냥 지워졌을 것이다.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무심하게 잔인할 권리가 있는가. 이 책, ‘자연과의 공생을 고민하는 도시생활자를 위한 안내서’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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