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0일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운데)의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정치에 뛰어든 지 129일 만에 대통령 후보로 선정되었다. 유권자들은 여전히 그에 대해 ‘검찰총장’ ‘검사’ 같은 직함을 먼저 떠올린다. ‘정치인 윤석열’을 더 알고 싶지만, 그의 생각을 직접 들을 기회는 제한되어 있다. 더욱이 윤석열 캠프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오는 2월15일~3월8일 열리는 텔레비전 토론에 3회만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선거 텔레비전 토론은 ‘3회 이상’으로 규정(제82조의 2)되어 있는데, 그 최소한의 기준만 채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 윤석열’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사IN〉과 데이터 기반 전략 컨설팅 기업인 아르스 프락시아가 ‘두 후보(이재명, 윤석열)의 담론 지도’를 공동 기획한 이유 중 하나는 윤석열의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2021년 9월16일~10월31일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TV 토론이 16차례 열렸다. 이 토론에서 윤석열 후보가 내놓은 발언 전체를 분석해서 그의 생각을 엿보았다. 나아가 ‘데이터 사이언스’ 기법으로 ‘윤석열의 리더십’을 규명해낼 수 있었다. 요즘 다수 언론이 언급하는 ‘형님 리더십’ 같은 피상적이며 주관적인 규정이 아니라 딥러닝 기반 센티먼트 분석 기법에 따라 그의 리더십을 과학적으로 규정하려 했다.

〈그림 1〉은 2021년 9월16일~10월31일에 16차례 열린 국민의힘 예비후보 토론에서 나온 윤석열 후보의 발언을 전부 모아 옵티마인드 3.0(아르스 프락시아 전용 의미망 분석 틀)으로 분석해서 그린 ‘윤석열 담론 지도’다. 이 지도에 나온 ‘노드(점)’의 크기는 중요도이고, 색상은 ‘의미 덩어리’다. 같은 색깔의 노드는 ‘연관어 블록’이다. ‘링크(선)’의 화살표 방향은 논리적인 상호 관계다. 이 지도는 후보자가 가진 생각의 틀(사고 구조)이나 가치관을 드러내 준다.

한눈에 보더라도 의미 덩어리가 ‘하늘색(문제)’ ‘노란색(정치)’ ‘민트색(국민)’으로 뚜렷이 나뉜다. 이제 윤석열 담론 지도에 분포한 가치 키워드들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낮은 비중의 정책 담론

〈그림 1〉 하늘색 ‘정책’ 노드는 이재명 담론 지도에 나오는 정책 노드에 비해서 작다. 노드의 크기가 중요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서 ‘정책’의 중요도가 이재명 후보의 그것에 비해 낮다는 의미다. 윤 후보의 담론에서 정책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사실은, 2021년 10월27일 윤 후보와 유승민 후보 간 토론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이날 유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정책을 물었다. “사내도급의 경우나 다른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임금을 중간 착취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청업체 경영주가 임금을 줘야 하는데 그걸 떼먹는다.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윤석열 후보는 “하청업체 사장이…”라고 입을 뗀 뒤 10초간 침묵했다. 이어서 유승민 후보에게 답변한다. “글쎄 뭐 하여튼 부당한 일인데 지금 제도로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좀 알려주십시오.” 정치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노동 관련 정책이 빈약하다는 걸 방송에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 현상은, 〈그림 1〉의 윤석열 담론 지도를 이재명 후보의 그것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이재명 담론 지도에서는 ‘기본소득’ ‘청년기본소득’ ‘지역화폐’ ‘재난지원금’ 등 구체적인 정책 키워드가 연결되어 있다. 반면 윤석열 담론 지도에서 정책과 관련된 키워드는 ‘전문가’ 정도다. 정책 담론의 중요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각론 역시 빈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석열 담론 지도에서 정책 관련 의미 덩어리의 상호 관계를 보면, ‘최고(의)→전문가, 경제→전문가, 정책→전문가’로 연결된다. 즉 ‘정책’ 노드와 연관된 윤석열 후보의 생각은 ‘전문가’를 통한 ‘경제 번영’과 ‘해결’이다. “다양한 분야의 정책은 국민들에게, 경험 많은 분들에게, 전문가들에게 제공을 받고 그것들을 잘 조합하고 인사관리를 하고(2021년 9월16일 토론)” “앞으로 제가 집권하면 분야별로 최고 전문가를 뽑아서 실력 있는 정부를 만들고 역동적인 경제를 일궈내겠습니다(2021년 9월23일 토론).”

그는 부동산 정책에서도 전문가를 앞세운다. “부동산 최고의 전문 분야의 분들이 아이디어를 낸 겁니다(9월23일 토론).” 문제는 최고 부동산 전문가 아이디어도 윤 후보의 입을 통해 유권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원가주택’이라는 공약이 있기는 했지만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윤 후보의 발언은 늘 이런 식이다.

“제 주택 공약은 기본적으로 규제를 풀어서 민간 공급을 활성화시키는 것이고요(2021년 10월1일 토론).” “민간 부분에서는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세제를 좀 개선해서 매물들이 많이 나와서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고(2021년 10월11일 토론).”

부동산 부문에서는 누구나 언급하는 규제완화, 세제개선 등 원론적인 키워드를 되풀이할 뿐 대표 공약이라고 할 만한 단어나 슬로건은 제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책’ 노드와 연결된, 윤석열 후보가 중요하게 언급한 ‘전문가’는 누구일까? 정작 담론 지도를 보면 구체적으로 어떤 전문가인지가 빠져 있다. 관료인지, 교수인지, 정치인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윤 후보는 그냥 ‘최고(의)’ ‘경제’ 정도만 이야기한다.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김종인·김병준·김한길 등 이른바 ‘3김’이 합류했다. 이 가운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전문가다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규모와 관련해서도, 윤석열 후보는 50조원이라고 하는 반면 김종인 위원장은 100조원을 언급하는 등 메시지가 엇갈린다. 게다가 이준석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과정에서 윤 후보는 자신의 말과 달리 “(전문가를) 조합하거나 인사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오른쪽 〈그림 1〉의 빈약한 정책 노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오히려 ‘유승민’ 키워드다. ‘유승민’이라는 노드가 ‘정책’과 ‘문제’를 연결한다. 윤석열-유승민 후보 간 토론 당시 윤 후보 담론에서는 드물 정도로 정책 관련 키워드가 오갔다는 이야기다. 저성과자 해고, 중부담 중복지, 최저임금 따위다. 그러나 이런 정책 관련 단어의 해결에 해당할 수 있는 연관 키워드는 잡히지 않는다. 윤 후보가 유 후보에게 구체적인 대안을 답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승민 후보는 정책 토론 내내 윤석열 후보의 ‘전문가’ ‘두텁게 지원’ 등 막연한 답변에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요?” “어떻게?” “그게 뭔 뜻입니까?” ‘전문가’를 내세운 윤석열식 답변에 유승민 후보는 이렇게 지적한다. “사람을 잘 쓰면 된다고 그러시는데, 사람을 잘 쓰는 것도 뭘 알아야 찾지요? 그 캠프에 계신 분들이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라고 생각하십니까?(2021년 10월22일 토론)”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맞수토론에서 유승민 전 의원(왼쪽)과 윤석열 후보가 맞붙었다. ⓒYTN 화면 갈무리

■ 모든 문제는 문재인

윤석열 담론 지도에서 가장 큰 노드는 ‘문제(하늘색)’다. 이재명 담론 지도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윤 후보가 정부·여당을 공격하며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위치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그림 1〉 참조). 그런데 이재명 담론 지도에선 ‘국민-문제-정책’ 노드의 크기가 비슷하다. 반면 윤석열 담론 지도에서 ‘문제’는 ‘국민’과 ‘정책’ ‘정치’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윤 후보가 ‘반(反)문재인 담론’에 치중했다는 의미다.

윤 후보의 키워드들을 따라가 보면, ‘양질→청년→일자리→창출→문제’ ‘경제성장→문제’, 지방의 경우엔 ‘기업→유치→문제’ 등의 논리적 상호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모든 ‘문제’가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는 게 윤석열 후보의 생각이다. 윤석열 후보는 토론 내내 반문재인 프레임을 강화했다.

“이 정권이 5년 동안 국민을 약탈하고 염치를 모릅니다(2021년 10월22일 토론).” “민주당 정권의 부패와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습니다(10월5일 토론).”

129일 된 정치 신인이 전통적인 보수 야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꿰찬 것엔 이 프레임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은 듯하다. 프레임 이론을 다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저자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은 머릿속에서 생각한 틀이다. 정치인이 말과 글을 통해 특정 단어를 강조하면 유권자는 그 프레임 안에서 사고한다.

윤석열 후보가 ‘문제’ 노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 노드를 키워야 한다. 그런데 앞서 나왔다시피 그에게 정책의 중요성은 높지 않다. 결국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반문재인 프레임을 강화해 지지율을 높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가 바로 〈그림 1〉에 ‘문재인→정권→불의→위선’으로 연결되는 보라색 노드들의 의미 덩어리다. 윤 후보는 토론 때 자주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 정권은 불의하고 위선적’이라고 단정했다.

“민주당 정권이 부패와 약탈로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었습니다(2021년 10월25일 토론).” “민주당 정부의 아주 고질적인 내로남불과 부패 카르텔 이런 걸 보고 고개를 돌린 사람도 많겠죠(2021년 10월31일 토론).”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가지고 우리 중산층을 전부 다 절벽으로 몰아넣었고(2021년 10월31일 토론).”

이런 반문재인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동원한 키워드가 바로 ‘국민’이다. 〈그림 1〉의 민트색 의미 덩어리를 보면 ‘약탈→국민→여망→정권교체’로 이어진다. 즉 약탈당한 국민들의 여망은 정권교체이며, 이는 ‘공정→상식→법치’로 가능하다는 식이다. 경선 과정에서 민심(여론조사)에 밀린 윤 후보가 국민의힘 ‘집토끼’인 당심(당원 투표)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반문재인 프레임의 효과로 보인다.

국민의힘 경선 기간에 언론에는 대장동 의혹이 연일 보도됐다. 대장동 의혹을 계기로 윤 후보는 ‘정권→이재명→사건’으로 연결되는 담론을 형성했다. 그다음 이 담론을 자신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검찰’ ‘업무’로 연결시킨다. “권력자가 전문 직업 도둑이 되고 이를 막아야 하는 국가기관이 같은 편이 된다면 국민은 약탈당하는 것입니다. 왜 공정과 상식이 이 시대의 정신이 되었겠습니까? 바로 지속 가능한 부패 체제와 지속 가능한 국민 약탈 체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2021년 10월5일 토론).” 현 정권의 문제를 이재명 후보와 연결시킨 극적인 화법은 “제가 문재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2021년 10월31일)”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대장동 의혹을 ‘부패 카르텔’의 결과물로 단정한 다음 ‘윤석열식 대안’을 제시한다. 그게 바로 ‘대장동→사건→견적→검찰→업무’로 이어지는 〈그림 1〉의 연두색 의미 덩어리다. 27년의 검찰 경력을 가진 윤석열 후보가 보기에 대장동 의혹은 “딱 보면 견적이 나오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마무리 단골 발언은 “저 윤석열이 약탈 정권을 끝장내겠습니다”였다.

윤 후보는 ‘문제(하늘색)’를 해결하는 ‘정치(노란색)’와 관련해, 자신의 단점인 정치 ‘입문’ 신인이라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려고 했다. 노란색 의미 덩어리를 보자. ‘경제성장’ ‘청년’ ‘무주택자’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는 키워드가 ‘실사구시→정치→혁신 혹은 인재’로 연결된다. 실사구시하는 쪽으로 정치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자신 같은 신인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25쪽 〈그림 1〉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아래쪽의 민트색 의미 덩어리이다. ‘공정’과 ‘상식’은 윤 후보의 출마 슬로건이다. 이 노드는 ‘법치’와 ‘시장’으로 연결된다. 검찰총장 출신인 만큼 법치를 내세운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노드는 바로 시장이다. 윤석열 후보는 거의 모든 문제를 ‘시장을 통한 해결’ ‘정부의 개입 최소화’로 풀려고 한다. 시장에서 해결되지 않았을 때만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사청문회 때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영향을 끼친 책으로 꼽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논리와 닿아 있다. 〈선택할 자유〉는 윤 후보의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교수가 권했다는 책으로, ‘부정 식품 발언’ 때 이 책을 언급하며 “없는 사람이라면 부정 식품보다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는 평소 경제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다른 사람들에게 “〈선택할 자유〉를 읽어보았느냐”라고 묻는 걸로 유명하다. 그의 이런 인식은 토론 과정에서 자주 엿보였다. 2021년 10월5일 토론 당시 원희룡 후보가 과학기술과 투자를 총괄하는 범정부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하자, 이렇게 답변했다. “그렇게 하면 정부의 역할이 너무 강해지는 거 아닙니까?”

이제 〈그림 1〉 분석은 끝났다. 이 의미 덩어리 가운데 가장 중요도가 높은 말을 골라 〈그림 2〉와 〈그림 3〉(위)으로 다시 분석했다. ‘윤석열 리더십’을 정의하기 위해서다.

■ 응징의 리더십

아르스 프락시아 연구진은 윤석열 리더십을 〈그림 3〉으로 집약했다. ‘조치-정권-수사-법치’와 ‘필요-핵 보유(핵 공유)-해결-북한’의 의미 덩어리를 볼 수 있다. 연구를 총괄한 김도훈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윤석열에 대한 분석 결과는 윤 후보의 리더십 캐릭터가 응징에 가까움을 시사한다. 누군가를 응징함으로써 권위를 세우고자 하는 것인데, 대내적으론 정적이, 대외적으로는 북한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려되는 부분은 응징을 표현하는 키워드가 ‘조치’라는 것이다. ‘조치’는 법과 행정의 용어인데, 표면적으로는 ‘사심과 감정이 배제된 객관적인 행위’라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조치’가 권력을 가진 개인의 사심과 의도를 정당화하는 용어가 될 수도 있다. 응보의 대상(정적, 북한)이 검찰 등의 법 집행자들이 설정한 제도적 틀 안에서 일방적으로 재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와 외교에 적절한 개념일지도 의문시된다.”

김도훈 대표가 언급한 2021년 ‘윤석열의 조치(법치)’는 2012년 ‘박근혜의 신뢰’ 키워드와 위상이 비슷하다. 그만큼 정치적 위상이 높다는 의미다. 윤석열의 조치는 때로 ‘전문가’ 키워드를 압도한다. “국가의 법치와 상식이 무너지고 부패가 만연하면 어떠한 경제 전문가, 정책 전문가가 있어도 전부 다 무(無)입니다(2021년 10월22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후보는 신뢰 키워드를 부쩍 강조했다. 예컨대, 이런 말을 했다. “신뢰와 원칙이라는 무형의 인프라 사회적 자본을 구축해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2021년 11월, 5·18 민주묘지를 찾은 윤석열 대선후보가 5·18단체 회원들의 반대로 자리를 뜨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2021년 윤석열 후보는 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치와 상식과 공정을 기반으로 해서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고 경제의 번영을 일으키는 토대를 만들겠습니다(10월31일 토론).”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윤 후보는 “지금은 공정과 신뢰의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통해 새로운 미래 창조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누구나 잘못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또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이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북핵과 관련한 윤석열 후보의 견해는, 핵 공유(미국과 공동 보유)를 통한 ‘북에 대한 응징의 해결’로 요약된다. 윤석열의 빈약한 정책과 대안은, ‘응징의 리더십’에서 ‘비전-리더십-전문가-정책’으로 보완된다. 이런 응징의 리더십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확신 발언’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은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이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일을) 맡긴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최고 전문가를 뽑아 적재적소에 임명해놓고 저는 시스템 관리를 하겠다(2021년 10월19일 당원협의회 간담회).”

이런 응징의 리더십이 2022년 3월의 본선에서도 통할까?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 〈그림 1〉에서 확인된 빈약한 정책 노드를 남은 대선 기간에 키우는 길이다. 흔히 대선은 과거 회귀보다 미래지향 투표 성향이 강하다. 현 정권을 비판만 해서는 득표율에 한계가 있다. 중도층 공략으로 상징되는 중원으로의 확장성도 미래지향적인 정책 개발에 달려 있다. 남은 기간에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정책에 못지않은 정책을 내놓는 게 필승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을 쓰기엔 윤석열 후보에게 치명적 약점이 있다. 2021년 12월22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나온 ‘일자리 앱’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조금 더 발전하면 학생들 휴대폰으로 앱을 깔면 어느 기업이 지금 어떤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시간 정보로 얻을 수 있을 때가, 아마 여기 1~2학년 학생들이 있다면 졸업하기 전에 생길 거 같아요.”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 구인·구직 앱을 ‘앞으로 생긴다’고 발언할 정도라면 그의 정책 이해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12월23일 윤석열 후보 쪽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공지능 앱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들이 공약을 만들고 제시해도 결국 공약은 후보의 입을 통해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관계자 발언과 후보 발언은 여론 주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 윤석열 후보는 아무래도 이 대목이 취약하다. 게다가 이준석 대표 사퇴로 선대위 내홍까지 겹치면서 정책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부각하기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윤 후보에게 남은 현실적인 길은 응징의 리더십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른바 ‘증오의 정치’다. 성공 사례가 있다. 바로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이다. 반문재인 전선을 선명하게 강화시켜 증오와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다. “현 코로나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판이 부른 참사”라는 발언 등 최근 윤석열 후보의 문재인 대통령 직격은 이런 전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책’ 노드를 키울 것인지, 아니면 반문재인 프레임으로 ‘문제’ 노드를 극대화하는 길로 갈지 선택은 윤석열 후보 자신에게 달려 있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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