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8일 서울 금천구 경영자연합회 회의실에서 중소·벤처기업 정책공약을 발표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국회사진취재단

‘아웃사이더’는 인간 이재명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가 되기 전까지 그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지방정부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여의도 국회, 중앙 언론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싸움닭’ ‘사이다’ ‘급진 좌파’와 같은 강렬한 이미지에 비해 이재명 후보의 생각과 비전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설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선을 두 달 남짓 앞둔 요즘 민주당 의원들이 기자나 지역 주민들을 만나 주로 하는 ‘이재명 세일즈’는 “생각보다 괜찮다”라는 식이다. 방점은 ‘생각보다’에 찍혀 있는 경우가 많다. 자기도 이재명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가까이서 지켜보니 이런 점이 좋다는 서사다. 책 〈인간 이재명〉을 읽자는 당내 움직임 또한 그만큼 이 후보가 낯선 존재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사IN〉이 17차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텔레비전 토론(2021년 7~10월)에서의 이 후보 발언을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가 말로 하는 전쟁이라면, 대선 TV 토론은 그 전장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정해진 원고를 읽거나 외워온 내용으로 적당히 때울 수 없는 무대다. 누구보다 날카롭게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동료 경쟁자를 상대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등 방대한 이슈를 놓고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을 검증받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재명의 생각’을 가늠해볼 수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기간에 정치인 이재명이 내세운 프레임은 뭐였고, 의식과 무의식 속 내뱉은 말이 가리키는 방향은 어디였을까. 그의 말을 통해 대통령 후보 이재명을 짚어봤다.

■ ‘이재명은 합니다’의 빛과 그림자

‘이재명은 합니다’는 이재명 후보의 핵심 메시지다(12월29일 민주당 선대위는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새 슬로건을 발표했다).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 15쪽 〈그림 1〉의 담론 지도에서도 이러한 이재명식 프레임이 잘 드러난다. 노드(점)의 크기는 의미 네트워크에서의 중요도, 색상은 의미 덩어리를 나타낸다. 같은 색깔의 노드는 동의어 묶음이다. 선의 화살표 방향은 논리적 상호관계를 뜻한다. ‘국민(하늘색)’ ‘문제(연두색)’ ‘정책(노란색)’과 같은 단어가 가장 크다. 위치도 중앙이다. 세 단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아(하늘색)’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연두색)’ ‘핵심 요소는 정책이다(노란색)’라는 말로 요약된다.

산적한 문제들을 자기 방식대로 진단하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그의 담론 지도는 추상적인 단어보다 구체적 방법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무형이다. 기본소득과 청년기본소득은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자는 단어가 연결되어 있다(노란색). 이 후보는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며 성과를 강조한다. ‘실적-실력-증명-유능-약속-실천(하늘색)’으로 이어지는 담론 지도의 흐름은 “시장 8년, 도지사 이제 3년 넘어가면서 실제로 종합 행정을 했고 공약을 철저히 지켜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고, 또 실적으로 실력과 유능함을 증명했다(2021년 7월28일 토론)”라는 이재명 후보의 말과 통한다.

실제로 이 후보는 ‘추진력 있는 행정가’의 모습으로 전국구 정치인으로 점프했다. ‘신천지 급습’이 가장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퍼지던 2020년 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 시설에 들이닥쳐 신도 명단을 입수했다. 신천지는 정부에 신도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역학조사를 방해한다는 비판을 샀다. 이 지사는 이를 강제하지 못한 중앙정부와 각을 세웠다. 신천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신천지의 백기를 받아냈다. 이어 4월에는 선제적으로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앞서 2019년에는 관행처럼 자리 잡은 ‘계곡 자릿세’ 명목의 7만원짜리 닭백숙을 없앴다.

이와 같은 거침없는 행보와 모두에게 똑같이 돈을 나눠주자는 기본소득 주장이 결합해, 이 후보에게는 ‘급진 좌파’ 이미지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 기간의 이재명 담론 지도만 놓고 보면, 이 후보는 이념형 인간이 아니다. 보통 진보·보수의 가치로 내세워지는 자유와 평등·평화·인권 같은 가치지향적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분배·노동·연대와 같은 전통적인 진보의 단어도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 경선 기간에 이 후보는 성장 담론을 주로 던졌다. ‘양극화·불평등-완화-성장-회복(연남색)’이라는 큰 줄기 속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정책·문제·미래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있었다. 경제활성화·일자리·육성(연두색)이나 회사·투자·인프라(민트색)와 같은 단어도 이재명의 담론 지도에 잡혔다. 이재명 후보는 TV 토론 당시 저성장을 겪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자신의 제1공약이 ‘기본소득’이 아닌 ‘공정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또한 재분배나 복지정책이 아닌, 소비 진작 등을 통한 성장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과거보다 성장을 못하고 어려워졌다. 불평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양극화·불공정·불균형, 이것들이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지금 단계의 현실적인 소비 진작 정책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오로지 공급 측면만을 지원하는 고도성장 시대의 생각을 버리고, 소비수요를 진작시켜서 경제 선순환을 만들자(2021년 9월14일 토론).”

2017년과 비교하면 급격한 메시지 전환이다. 당시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적폐’ ‘친일’ ‘독재’ ‘족벌’같이 선명성이 강한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지자 정치인 이재명의 메시지는 확연히 바뀌었다. 본선 경쟁력을 염두에 두는 듯 중도 확장 메시지를 계속해서 강조했다. 좋게 보면 ‘실용주의자’이지만, 이재명의 정치철학이나 가치가 뭐냐는 의문과 비판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무엇을’이 빠져 있다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말을 바꾼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기본소득이 이 후보의 제1공약이 아니라는 발언을 두고, 민주당 경선 동안 박용진·정세균·이낙연 후보 등은 말을 바꿨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또한 기본소득 재원 마련과 관련해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민주당 경선 TV 토론 내내 했다. 하지만 2021년 11월29일 이 후보는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라고 말했다가, 같은 해 12월8일에는 “국토보유세를 철회한 적 없다. 최대한 국민을 설득해서 동의를 얻겠다”라고 말했다.

포퓰리스트라는 공격이 나오는 맥락도 같다. 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비판이 나온다.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을 뒤집으면, 인기가 있으면 뭐든지 무리하게 할 수도 있다는 뜻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엇을’ ‘왜’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림 1〉의 이재명의 담론 지도를 보면 그가 어떤 철학에 기반해서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을 받는 것과 맞닿아 있는 특징인데, 우리가 알던 민주당 계열 대통령(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은 다 이 스타일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 가치를 세우고, 그 최고 가치에 다가서기 위해서 이뤄야 할 과제를 설정하고, 그런 다음 과제들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으로 진보 쪽의 정치 지도자가 가진 사고 패턴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아주 다르다.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던 분들 처지에서 보면 당혹스럽다. 일반 원칙·가치에서 출발해 총론에서 각론으로 내려가는 방식이 아니고, 그냥 각론을 바로 들고나온다(2021년 12월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0년 3월, 경기도 신천지 연수원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소방관과 대화하고 있다.ⓒ경기도 제공

■ 김대중·노무현의 유산이 없다

실제로 이재명의 담론 지도에는 김대중·노무현 민주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의 레거시(legacy·유산)가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이명박(MB)·박근혜 국민의힘 계열 두 전직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전략이 보인다고 김도훈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는 평가했다. “국민 성공시대를 주장한 MB식 실용주의와 국민과의 약속·신뢰·희망을 이야기하는 박근혜식 캠페인이 섞인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언급도 적은 편이다. 〈그림 1〉에서 나타난 ‘문재인(민트색)’이라는 단어는 정부·역할과 같은 단어와만 연결된다. ‘문재인-정부-대대(적)-인프라-투자’와 같이 이재명식 성장 담론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정도다. ‘더불어민주당(민트색)’이라는 단어 또한 비슷하게 쪼그라져 있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어라고 할 수 있는 촛불, 적폐청산, 개혁 같은 단어도 없다. 이는 이재명 후보의 본선 과제와 맞닿아 있다. 현재 이 후보의 가장 큰 맞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정권교체론이다. 윤 후보 담론의 핵심도 ‘반(反)문재인’이다(22~27쪽 기사 참조).

문재인 정부 시기에 불거진 부동산 가격 폭등, ‘조국 사태’ 등으로 빚어진 ‘내로남불’ 논란 등으로 현재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높다. 여야 주요 후보가 확정된 2021년 11월부터 12월까지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이 5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정권 말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 여론도 높은 편이다.

한국갤럽의 2021년 12월 3주 차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37%이다. 같은 시기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6%,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35%였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전화면접 조사로 표본오차 ±3.1%포인트에 95% 신뢰수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근소하게 앞선다. 민주당 지지율은 31%다. 집권 여당 대선후보로서 이재명 포지셔닝에 딜레마가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산토끼를 쫓다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라고 요약되는 고민이다.

우선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기보다는 민주당 혹은 정부 내각 인사를 겨냥했다. “국민과의 약속은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 재보궐선거(2021년 4월7일)와 관련해 국민들께서 저희 민주당에 책임을 물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고,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 공천하지 않기로 한 거를 바꿔서 공천을 한 것에 대해서 저는 실망이 좀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2021년 7월6일 토론).”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냈다. 당시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한 말이지만, 동시에 기존 민주당과 선을 긋는 발언이다.

본선 레이스에 들어서 이 후보는 2021년 11월22일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에도 앞장서 허리를 숙였다. “압도적 의석을 갖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신속하게 해치우면 좋겠다 했는데 되는 것도 없고 배가 부른 것 같다. 제가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2021년 12월2일 이 후보는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은 근원 중 하나다.” “민주당이 국민들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국민을 아프게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이 후보의 담론 지도엔 ‘586 정치인’의 정서나 구호가 없다. 민주주의를 강조하거나 민족 정서를 내세우지 않는다. 586 그룹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이루는 핵심 인적자원이다. 이 후보는 당면한 문제 해결에 천착하며 기존 586 정치인과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 소년공 출신으로 검정고시를 보고 중앙대 법대를 들어간 이 후보는 변호사가 되고서도 지역사회에서 활동했다. 기존 586 주류 운동권 그룹의 바깥에서 삶의 궤적을 걸어왔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이재명 후보의 비주류적 요소가 그를 2022년 대선의 집권 여당 후보로 만들었다. 정권심판론을 염두에 둔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낙연·정세균과 같이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민주당 대표였던 인사를 고사하고, 여의도 바깥 인물인 0선의 이재명을 택했다.

■ 거래의 리더십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기에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18~20쪽 기사 참조). ‘이재명의 사람들’은 이 후보가 정치적으로 성장하면서 한 겹씩 두꺼워지는 모양새를 띤다. 기존 민주당 586 정치인과 보좌진의 관계와는 다른 편이다. 정치적 ‘동지’보다는 사업상 ‘동업자’에 가깝다. 주고받는 관계에 대한 이재명식 실용주의 혹은 현실주의적 인식은 15쪽 〈그림 1〉의 담론 지도에서도 드러난다. 주로 부동산 이슈를 다룰 때 ‘공공에 이익이 된다’라는 점을 가시화시킨다. 대가를 약속하며 권한을 위임해달라는 논리다.

당시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방어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그림 1〉을 보면 ‘국민의힘-극렬-방해’ ‘토건 비리-세력-공공개발-추진’ ‘개발이익-민간-귀속’(분홍색)과 같은 단어들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익-확보-미래-청년-문제-해결’로까지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극렬 방해가 있었지만, 토건 비리 세력에 맞서 공공개발을 추진했고, 내(이재명)가 나서 개발이익을 환수해 민간에 귀속되게 했다’라는 논리다. 자신이 이익을 가져왔다고 항변한다. 그렇기에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비판에 주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부동산 투자해가지고 돈 벌게 하는 것, 불로소득 얻는 것 정말 막아야 한다. 저는 (성남)시장이 가진 조그마한 권한으로 그거 막으려고 정말 총력을 다해 노력했고 성과를 냈다. 그런데 ‘왜 더 빼앗지 못했느냐’ ‘더 환수 못했느냐’고 (비판)한다. 방화범들이, 소방관들이 불 끄러 가서 열심히 불 껐는데 ‘왜 3초 일찍 도착하지 못해서 불 더 키웠냐’ 이거하고 똑같다. 불 끄려고 노력하기나 해봤나 묻고 싶다. 특히 이낙연 후보님, 아니 수십 년 공직 하시면서 정말 국민에게 이익을 되돌려준, 법 외의 정치적·행정적 노력을 통해서 돌려준 게 뭐 있는지 정말 묻고 싶다(2021년 9월19일 토론).”

2021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선후보가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대장동 의혹에 대한 반론의 핵심 키워드도 ‘이익’이다. 김도훈 대표는 이렇게 분석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담론의 상당 부분이 대장동 이슈 방어에 할애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렴하는 키워드와 이야기 구조를 통해 이 후보의 전형적인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다. 이익의 환수, 성과의 귀속 등 이익과 성과를 강조한다.” 김 대표는 이를 ‘거래의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이익과 성과가 자신에게 표를 줄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거래의 리더십’을 체화한 정치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재명식 거래의 리더십은 왼쪽 〈그림 2〉와 〈그림 3〉에서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발화자의 전형적인 사고 구조와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 2〉 〈그림 3〉에서 보이는 것처럼, 동심원의 바깥은 대외적 의미이고 안쪽일수록 속마음이다.

〈그림 2〉를 보자. 가장 안의 원에 ‘환수’ ‘민간’ ‘귀속’과 같은 단어가 있다. 내심의 단어와 연결되는 단어만 보여주는 게 〈그림 3〉이다. ‘부동산 투기→심각→개발이익→환수’ ‘민간개발→부담→성과→귀속’ ‘미래→목표→육성→민간’ 이렇게 세 축이 보인다. 주로 이해관계를 설명하는 단어다. 이념형 정치인이 아닌, 실리형 혹은 비즈니스형 정치인이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다만, 미래의 목표를 민간의 육성으로 두고 있으나, 이 ‘민간’이 보편적인 민간일지, 자신에게 부합하는 거래의 대상에 집중될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재명식 거래의 리더십은 진보·보수가 공히 짚어내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선우정 논설위원은 이재명 후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주면 좋아한다’는 신념을 다져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변혁적 리더십은 꿈으로, 거래적 리더십은 이익으로 이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때 연간 310억원, 경기도지사 때 연간 1700억원을 일부 청년들에게 나눠줬다(2021년 11월24일 〈조선일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유권자들이 역대 민주당 계열 대통령(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대해서는 채무감을 느끼는 반면, 이재명 후보에게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저 사람을 위해서 뭘 해줘야 한다’는 정서를 일으킨다기보다는 ‘저 사람이 날 위해 뭘 해줄지 몰라’라는 정서를 일으키는 후보다(2021년 12월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다만 이재명식 거래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진보·보수 사이에 엇갈릴 뿐이다. 유권자들이 어떤 평가를 받아들일지는 오는 3월9일 개봉될 예정이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