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절반이 파도에 깎여 나갔고, 주민의 3분의 2가 떠나야 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초상이 여기 있다. 가장 탐욕스러운 이들이 저지른 일들의 결과를 탐욕과는 거리가 먼 농부와 어부, 그들의 가족이 치르는 중이다. 어떤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서기로 했을지 짐작하기보다는 오늘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기로 한다. 고장 난 것들을 힘껏 고쳐 쓰고 작은 흠집에 버려지는 것들을 일부러 택하는 일이 고라마라섬의 흙 한 톨을 그 자리에 두게 한다면 좋겠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지속 불가능한 세계를 휘감은 두터운 무감각의 층이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섬은 언제나 태어나고 또 사라져왔다고 할 테지만 이 속도로는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아무렇게나 던진 거짓말이 다른 사람의 발밑을 허물지 않도록 함께 진실을 말할 때가 왔다.

인도의 벵갈만에 위치한 고라마라섬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사진작가 설명 ‘사라지는 섬의 해변에서’ 중). ⓒ이대성
고라마라섬은 1980년대부터 주민의 대량 이주가 시작되었으나 약 20%의 주민이 아직도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섬은 20~30년 사이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사진작가 설명 ‘사라지는 섬의 해변에서’ 중). ⓒ이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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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사진 이대성·글 정세랑(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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