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절반이 파도에 깎여 나갔고, 주민의 3분의 2가 떠나야 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초상이 여기 있다. 가장 탐욕스러운 이들이 저지른 일들의 결과를 탐욕과는 거리가 먼 농부와 어부, 그들의 가족이 치르는 중이다. 어떤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서기로 했을지 짐작하기보다는 오늘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기로 한다. 고장 난 것들을 힘껏 고쳐 쓰고 작은 흠집에 버려지는 것들을 일부러 택하는 일이 고라마라섬의 흙 한 톨을 그 자리에 두게 한다면 좋겠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지속 불가능한 세계를 휘감은 두터운 무감각의 층이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섬은 언제나 태어나고 또 사라져왔다고 할 테지만 이 속도로는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아무렇게나 던진 거짓말이 다른 사람의 발밑을 허물지 않도록 함께 진실을 말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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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올해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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