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하고 총성이 울렸다. 차 뒤에 숨어 있던 한 남자가 몸을 납작하게 웅크린다. 이윽고 한 무리가 나타나더니 남자를 에워싼다. 방석모를 쓰고 몸집만 한 방패와 총, 곤봉을 들었다. 이들은 남자의 배를 발로 걷어차고, 방패를 들어 내리찍는다. 남자는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어디론가 끌려간다. 3월11일 밤, 양곤의 어느 주택가엔 다시 침묵이 깔렸다.

2분48초짜리 영상을 찍어 보내며 미얀마 기자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려달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 순간을 찍기 위해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3400㎞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반인륜 범죄가 실시간으로 중계된 지난 1년간, 국제사회는 참 무력했다. 이제 영상 속 남자도, 영상을 찍은 기자도 안부를 물을 길이 없다.

2월18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MPA
10월18일 양곤의 시위대가 ‘우리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MPA
3월22일 만달레이에서 시위 도중 부상을 입은 시민이 실려가고 있다. ⓒMPA
3월16일 양곤에서 열린 칸트 냐르 헤인(지난 3월14일 시위 도중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의대생)의 장례식에서 의대생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MPA
기자명 사진 MPA(미얀마 사진기자 모임)·글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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