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부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만 가면, 영화로도 잘 알려진 국제시장에 다다르게 된다. 북적거리는 시장 입구를 지날 즈음 버스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에 의해 형성된 보수동 책방골목은 일반 서적뿐 아니라 절판된 책이나 고서 등 문헌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찾는 이들로 붐비던 곳이었다. 한때 100여 곳 이상의 서점들로 북적거렸고 2019년 부산시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곳을 오래 지켜온 서점들이 재개발 여파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책방골목 입구에 위치한 건물이 통매각되면서 서점 7곳이 폐업하고 한 곳이 규모를 축소해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최근 보수동 책방골목 중심부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우리글방’ ‘국제서적’ ‘충남서점’ 등은 건물주로부터 빠른 시일 안에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서점 자리에 18층짜리 오피스텔이 올라갈 계획이다. 1980년대 중후반 책방골목에 자리를 잡은 세 서점은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큰 데다 골목의 허리에 자리 잡고 있다. 세 개 서점 모두 문을 닫을 경우 책방골목 일대 재개발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 허양군 회장(63)에 따르면 현재 책방골목에 남은 서점은 31곳이다. “서점주 평균 나이가 65세 이상입니다. 80세가 넘은 분도 있어요. 철새처럼 젊은이들을 무작정 데려올 게 아니라 세대가 바뀌면서 서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정된 지원이 필요합니다.”
주말인 지난 12월4일 오후 보수동 책방골목 서점 매대마다 ‘골목 보존을 위한 서명지’가 올려져 있었다. 서명지에는 서울·대구·인천 등 대부분 다른 지역 이름이 가득했다. “국내 유일한 헌책방 거리로 홍보해놓고, 서점들이 개발이익으로 사라지는데도 지자체가 두고 보는 것은 그 진행을 돕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35년째 ‘우리글방’을 운영 중인 문옥희 대표(56)가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골목과 서점들은 가치가 깃든 곳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다해서 이 거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싶어요.” 문 대표 앞에는 명도소송을 예고한 건물주로부터 받은 네 번째 내용증명서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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