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포털에서 사라졌다. 11월18일부터 네이버·다음 뉴스 서비스에서 이 매체의 기사를 볼 수 없다. 검색을 통해 ‘아웃링크(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것)’ 방식으로 들어가는 방법뿐이다. ‘기사형 광고’를 수천 건 전송해 포털에서 퇴출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연합뉴스 구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기사형 광고는 기사 같은 광고다. 단순한 눈속임이 아니라, 자세히 읽어도 보통 기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게 많다. 지난 9월2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종합시장, 스마트한 디지털 전통시장으로 탈바꿈’ ‘△△특별전, 12월 대개막’ 따위 제목의 기사가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로 밝혀졌다. 제목도 내용도 일반 기사와 비슷하다. 명확한 차이는 대가 유무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형 광고를 작성하고 돈을 받았다.

7월7일 〈미디어오늘〉 기사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기업 홍보대행사와 ‘패키지 계약’을 맺었다. 대행사에서 받은 보도자료를 기사처럼 편집해 포털에 전송하고 건당 10만~15만원을 받았다. 2019년 10월31일부터 2021년 7월5일까지 이렇게 작성된 기사형 광고가 2000여 건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연합뉴스는 해당 기사형 광고 전부를 포털에서 내렸다. 대행사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형 광고를 받아쓰던 내부 홍보사업팀을 없앴다. 8월19일 당시 조성부 사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조성부 전 연합뉴스 사장. ⓒ연합뉴스

이번 제재 결정은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의위원회(제평위)’가 내렸다. 제평위는 2015년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동 설립한 기구다. 언론단체, 시민단체, 법조계 등 15개 단체가 추천한 위원 30명으로 구성된다. 네이버·다음에 뉴스를 제공하려는 언론사는 제평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사형 광고 등 부정행위가 드러난 제휴 언론사에 대해 기사 게재 중단, 계약 해지를 의결하기도 한다. 지난 7월부터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문제를 심의한 제평위는 8월25일 우선 ‘연합뉴스 기사 32일간 포털 노출 중단’을 의결했다. 추가로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심사 규정’에 따라 10월8일부터 ‘재평가’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기사 전반을 평가해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재평가 대상은 누적 벌점 6점 이상인 매체인데, 연합뉴스는 130.2점을 받았다.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송고한 기사가 심의 대상이었다. 11월12일 제평위는 뉴스 제휴 계약 해지를 권고했고 양대 포털은 그대로 따랐다.

기사형 광고는 포털이라는 일개 기업의 약관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위법이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6조 3항에 따라 “신문·인터넷신문 편집인 및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기사 배열 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해야 한다”. 이 조항 표제는 ‘독자의 권리 보호’이다. 독자가 돈과 시간을 지불해 기사를 읽는 까닭은, 제3자의 시각에서 필터링을 거쳤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사형 광고는 이들 독자를 기망한다. 신문법 조항과 그 취지를 살피면 기사형 광고 제재는 포털(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의무이기도 한 셈이다.

연합뉴스는 제재에 반발한다. ‘포털 제평위의 과도한 영향력’을 비판하는 기사를 여럿 냈다. 11월17일 이 매체는 ‘[연합시론] 포털 우월적인 뉴스 유통 바로잡아 건전한 공론장 회복해야’라는 기사에 이렇게 적었다.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려는 매체들이 줄을 서면서 언론과의 제휴 상황을 평가해 ‘입점과 퇴출’을 결정하는 포털 기구인 제평위는 과도한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된다. (…) 포털이 ‘입점과 퇴출’ 매체를 입맛대로 고르는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 즉 국민의 몫이 된다.” 이 기사는 제평위의 절차상 문제를 들어 연합뉴스 퇴출이 포털 ‘입맛대로’였다고 적었다. 포털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연합뉴스에) 타당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 어떠한 방어권도 부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재정지원’과 ‘도매상 역할’

연합뉴스 관계자에게 ‘방어권’의 의미를 물었다. 〈시사IN〉과 통화에서 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재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 두 차례(11월4일, 12일) 우리는 ‘청문회 등의 형태로 소명 기회를 달라’고 제평위에 요청했다. 하지만 제평위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두 차례 다 거부했다. 중징계를 받게 될 때에는 반론권이나 소명 기회를 주는 게 합리적인데 그런 절차가 주어지지 않았다.” 방어권이 주어졌다면 어떤 논리로 방어하려 했을까. “9월 중순 경영진이 바뀌었다. 이전 경영진과는 기사형 광고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 ‘낡은 관습에 따른 잘못된 행위였다’ ‘반성하고 있다’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을 하려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 서비스와 부서를 전면 폐지하고 유사 사례를 점검하고 있다. 기사형 광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으로 연합뉴스는 포털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11월15일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포털이 제평위 의견에 따라 통지하면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는 약관이, 약관법에 따라 무효라는 주장이다.

제평위의 연합뉴스 포털 퇴출과 관련해 11월18일 민주당 김승원 의원(오른쪽)과 장경태 의원이 국회에서 ‘포털의 중립성 확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연합뉴스의 포털 퇴출이 과하다는 발언이 나왔다. 대선주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입을 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1월15일 페이스북에 “기사형 광고를 내보낸 것에 대해 이미 지난 9월 초순 32일간 포털 노출 중단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압니다. (계약 해지는) 이중 제재인 데다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재갈 물리기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 포털의 권한 남용을 통제할 적절한 입법도 고려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라고 썼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11월16일 페이스북 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이번 사태를 야기한 기사형 광고와 관련해 이미 32일간 포털 노출 중단 제재를 받은 바 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시정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 네이버와 카카오 두 포털사도 제평위의 권고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를 바랍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기사형 광고를 집행한 매체는 다수인데, 유독 연합뉴스만 무거운 제재를 받았다는 것이다.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소속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11월18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5년간 기사형 광고 위반 건수 1위는 〈조선일보〉이며, 전체 21%가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 등 거대 언론사에 대한 제평위의 제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하고 시정 조치라도 취한 연합뉴스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여타 언론과 다르다.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로 정해져 있다. ‘국가 기간’이란 정부지원금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매해 약 350억원을 지원받으며, 지방과 해외 취재망에 주로 쓰인다. ‘뉴스통신사’란 타 언론사에 기사를 송고하는 일종의 ‘도매상’이라는 뜻이다. 인터넷과 포털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통신사는 독자에게 직접 기사를 내지 못했다. 통신사가 타 언론사에 뉴스 정보를 배포하면 이를 토대로 각 매체는 새 기사를 작성해 독자들에게 보도했다. ‘정부 재정지원’과 ‘도매상 역할’이란 두 요소는 연합뉴스에 이중의 공적 책무를 물린다. 연합뉴스의 일탈은 곧 세금 낭비이며, 받아쓰는 여타 언론의 질도 함께 떨어트린다.

〈시사IN〉은 연합뉴스의 내부 구성원이었다가 퇴사한 A씨를 만났다. 그는 연합뉴스의 해명과 정치권의 옹호 논리를 이렇게 비판했다. “연합뉴스가 포털 심기를 거슬러서,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써서 쫓겨난 상황이 아니다. 명문화된 약관을 위반했고 그게 신문법과도 어긋난다. 사견으로는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사건을 포털 개혁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 같다.” A씨가 더 주목하는 것은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 맥락이다. 연합뉴스가 제기하는, ‘포털의 우월적 지위 강화’ 이야기가 아니었다. A씨는 연합뉴스라는 회사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춘다.

‘어떻게 하면 포털에 더 잘 종속될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연합뉴스 사옥. 연합뉴스는 수천 건의 ‘기사형 광고’로 포털에서 퇴출되었다. ⓒ시사IN 이명익

연합뉴스는 수년간 포털 뉴스 점유율 1위를 고수해왔다. 한때는 포털 뉴스 메인 페이지에 걸리는 기사 셋 중 하나가 연합뉴스였다. 내부에서는 뜻밖의 호재로 받아들였다. A씨는 “연합뉴스가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언론사들이 온라인 전략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탓”이라고 말했다. 신문사와 방송사가 지면·방송을 우선시하다 보니 기사 수가 많은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선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털의 중요성을 절감한 타 언론사가 온라인 대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상황이 달라졌다. 고객에게 더 다양한 뉴스를 보여주려는 네이버·다음의 뉴스 서비스 정책 변화도 불리한 변수였다. 후발 주자인 타 뉴스통신사들도 치고 올라왔다. 연합뉴스는 포털 점유율을 되찾아오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 기자들은 ‘포털에 빨리, 더 많이 기사를 내보내라’는 독촉을 받았다. ‘포털 맞춤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선정적 제목을 달았다. 포털에서 인기를 끄는 주제에 따라, 팀장이 팀원에게 ‘짜깁기’를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타사의 관련 기사 3개 정도를 팀원에게 보내고 편집해서 송고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단체 메신저방에서는 ‘포털 메인에 연합뉴스 기사가 적다’는 말이 일상적으로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회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A씨는 말했다. 포털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잃기 시작하자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 사라졌다. “근래 들어서는 포털 점유율을 되찾아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지금은 ‘언론의 포털 종속’을 비판하고 있지만, 최근 연합뉴스 내부의 주된 논의는 ‘어떻게 하면 포털에 더 잘 종속될 수 있을까’였다.” 포털 규정을 어긴 행위와 포털 조회수에 매몰된 행태의 원인이 같다고 A씨는 본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왜 규정(포털 약관)을 찾아보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경각심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간 지켜본 바와 결합해 생각해보니, 보도의 무게를 그만큼 가볍게 느끼는 것 같다. 기자가 아닌 사람(홍보사업팀 직원)이 기사 형태의 광고를 쓰고 독자가 그걸 기사로 믿어도 문제의식을 안 가졌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2016년 1월7일 흥미로운 기사를 낸 바 있다. ‘[연합시론] 포털 뉴스·제휴 심사, 사이비 과감히 퇴출해야’라는 제목이다. 제평위의 심사 규정 발표를 환영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언론의 윤리성을 저해하고 뉴스에 대한 소비자의 혐오를 유발하는 (…) 기사로 위장된 광고, 포털 기사를 매개로 하는 부당한 이익 추구 등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포털을 통해 노출되는 일부 언론의 부정행위를 두고 “공해” “사이비”라고 맹비난을 가한 바 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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