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1일 ‘읽는당신×북클럽’ 2차 북토크에 참여한 김원영 변호사(오른쪽). ⓒ시사IN 조남진

“책의 시작은 황우석 교수 사건이었어요.”

〈시사IN〉과 동네책방이 함께하는 ‘읽는당신×북클럽’ 2차 북토크가 지난 10월21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10월의 추천 책 〈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김원영 지음, 사계절 펴냄)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자리에 저자로 참여한 김원영 변호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뼈가 제멋대로 자라는 골격계 질환을 타고났다. 어린 시절 공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른바 ‘인서울’ 대학에 진학했다. 나름 우쭐할 만한 인생역정. 그런데 대학 입학 후 장애인 운동을 접하면서 충격이 찾아왔다. 과거에는 역경을 극복한 장애인만이 발언권을 얻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평범한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복지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도로를 점거하는 식이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자 ‘장애는 치유돼야 할 결핍이 아니라 정체성(아이덴티티)일 뿐이다’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김 변호사는 단적인 예로 청각장애가 있는 아기를 ‘선택 임신’한 미국 레즈비언 커플을 소개했다. 둘 다 농인인 이들은 비난 여론에 이렇게 맞섰다. “농인으로 태어나면 당연히 살아가기 불편할 것이다. 그런데 그건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다른 소수 인종도 마찬가지 아닌가.”

약간의 상상력 발휘만으로도

황우석 사태가 터진 것은 이런 논쟁이 막 불붙던 시기였다. 논문 조작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그를 지키겠다며 모여든 지지자 무리에 장애인들이 끼어 있는 것을 보며 김 변호사는 혼란을 느꼈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 아이언맨처럼 최첨단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장애인들을 바라보며 대중은 여전히 ‘모든 장애가 사라지는 미래’를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그는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아닌,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곳에서’ 장애인이 ‘온전한 존재’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애를 없애게끔 ‘처방하는 기술’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에게 공연·전시 내용을 촉각으로 알리는 터치 투어처럼 ‘존중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회문제에는 비장애인도 엮여 있는 만큼 어떤 기술을 추구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모두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라는 그의 말에 독자들은 강한 공감을 표시했다.

‘다양성과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세 번째 북토크(강사:이현석 소설가)는 11월19일 열릴 예정이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