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일시보호하는 시설이다. 10월21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아래).ⓒ시사IN 이명익

지난 4월6일 화성외국인보호소 특별계호실(독방), 10명 이상의 직원이 들어와 고성을 지르는 M씨의 양팔에 수갑을 채우고 두 다리를 포승줄로 묶었다. 손목과 발목을 뒤로 꺾은 후 사지를 결박했다. 이른바 ‘새우꺾기’ 가혹행위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당시 M씨는 ‘지시 불응’을 이유로 독방 101호에 갇혀 있었다. 목이 말라 물을 요청하기 위해 독방에 달린 벨을 눌렀다. 수십 차례 반복해 벨을 눌렀지만 3~4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큰 소리를 지르며 문을 발로 차기 시작하고서야 직원들이 왔고, ‘새우꺾기’ 자세로 M씨를 결박했다. M씨는 손과 발이 묶이는 와중에도 큰 소리를 내며 저항했다.

왜 묶여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온몸이 묶인 굴욕적인 자세를 한 채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2~3시간 동안 누워 있었다. 직원들은 30분마다 찾아와 진정됐느냐고 물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흥분이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진정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었다. 포승줄로 묶였던 발목은 그날 밤 내내 아팠다. M씨가 기억하는 악몽 같았던 4월6일 하루다. M씨는 “이곳은 무법지대, 정글이다”라고 말했다.

모로코 국적의 M씨는 2017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난민 신청을 두 차례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현재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M씨는 ‘난민 신청자(G-1-5)로서 한국에 체류하는 자격’을 갖고 있었다. 이 자격을 연장하는 기간을 놓쳐서 올해 3월17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다. 그가 유독 4월6일에만 가혹행위를 겪은 것은 아니다. 목 조르기나 수갑, 포승줄, 머리 보호구, 박스테이프 등을 이용한 가혹행위를 여러 번 당했다. 특히 6월10일에는 하루 사이 집중적으로 가혹행위를 겪었다. 그날 보호소 직원들은 M씨의 목을 졸랐고(당일 CCTV 속 시간, 10시28분), 새우꺾기를 세 시간 동안 지속했다(10시32분~13시35분). 그사이 M씨에게 머리 보호구를 씌웠다(12시15분). M씨는 머리 보호구를 떼어내려 했다. 직원들은 처음엔 박스테이프(12시50분), 그다음엔 케이블타이(13시7분)로 M씨의 머리를 압박했다. 이런 가혹행위들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6월10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M씨는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를 한 채 격리되었다.ⓒM씨 대리인단 제공

그동안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다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고발한 외국인이 M씨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CCTV 보존 기간이 한 달에서 석 달 정도로 짧아, 이를 입증할 자료를 구하기 어려웠다. M씨의 경우 예외적으로 수원지방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해, 6월 이후 독방 CCTV에 기록된 영상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6월23일 변호사를 만난 M씨는 가혹행위의 일시와 장소, 상황을 세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9월29일 새우꺾기 가혹행위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다른 구금시설에서는 금지된 형태의 고문이 어떻게 외국인보호소에선 가능했는지 의문이 커졌다. 〈시사IN〉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화로 M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2017년 인권위의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일시보호하는 시설이다. 외국인보호소에서 난동, 자해, 지시 불응 따위 이유로 ‘특별계호’ 조치를 받으면 특별계호실에 구금된다. 특별계호 때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부 활동이 모두 제한되고, 24시간 CCTV 감시 아래 지내게 된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외국인보호소 인권 실태조사 뒤 ‘독방 격리 남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지적을 남긴 바 있다.

“(청주외국인보호소,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와 달리)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장기 보호 외국인들은 독방 격리를 매우 빈번하게 경험했다. 수용인들은 대부분 ‘소란 행위’ 때문에 독방으로 격리된다고 말했는데, 독방 격리가 남용되지 않았는지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M씨는 3월17일 입소 후 석 달이 지난 6월22일까지 총 34일을 독방에서 보냈다. 전체 수용 기간의 3분의 1이다. 그는 화성외국인보호소를 ‘관타나모 수용소’에 빗댔다. “직원들이 앉으라면 앉고, 일어서라면 일어서야 한다. 직원들은 수용자가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말고, 어떤 권리도 요구하지 않고 그저 노예처럼 가만히 있길 바란다.”

M씨는 특별계호 지시가 남용된 사례 중 하나로 자신이 ‘지시 불응’으로 독방 103호에 구금됐던 날을 꼽았다. M씨가 외국인보호소에 입소한 지 2주째 되던 3월31일 아침 9시30분, 직원들이 “일어나세요, 야 빨리빨리(M씨는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라며 그를 재촉했다. 3층 단체방에 수용되어 있던 M씨에게 1층의 다른 단체방으로 이동하라는 지시였다. 왜 갑자기 방을 옮겨야 하는지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M씨는 낯선 사람들이 있는 방에 가고 싶지 않았고, 방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독방행’을 통보받았다.

외국인보호소는 수용자가 ‘보호시설 및 구성원의 안전과 질서유지 등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특별계호 조치를 내릴 수 있다(외국인보호규칙 제40조). M씨는 위 조항과 달리 “누군가 직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요청하면 독방(특별계호)에 가게 된다”라며 독방을 ‘징벌방’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독방에 가게 된 사유도 듣지 못했다. 특별계호 조치를 내릴 때는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데도(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 제72조) 말이다. M씨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특별계호 조치의 사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한 외국인이 직접 손으로 그린 화성외국인보호소 3층 내부 구조를 그래픽으로 옮겼다.

6월이 되어서야 M씨는 3개월간의 독방 구금 사유가 적힌 화성외국인보호소의 ‘특별계호통고서’ 12장을 두 차례에 걸쳐 받았다. 그러나 통고서에 적힌 사유도 모호하긴 마찬가지였다. ‘기타, 지시 불응 등’이라고만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0월25일 법무부 이민조사과 관계자는 독방 구금 남용에 관한 〈시사IN〉의 질의에 대해 “독방 구금 때마다 M씨에게 사유를 설명했다. M씨가 보호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훼손해 특별계호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M씨의 법률대리인 이한재 변호사는 “법령에 규정된 특별계호 기간 제한(10일)을 위반하고 11일간(6월2일~6월13일) 특별계호가 부과된 적도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특별계호 처분을 연속적으로 여러 차례 부과해 사실상 징벌 목적으로 남용했다”라고 말했다.

2019년 4월21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도 M씨가 겪은 일과 똑같은 사건이 있었다. A씨는 2018년 미등록 체류자로 적발돼 보호소에 수용됐다. 난민 신청과 난민 심사 불인정에 대한 이의신청, 행정소송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수용자들은 야간 점호시간이 되면 철창 앞에 서서 군대식 점호를 받는다. 2019년 4월21일 밤 9시 반, 수면장애로 인해 야간 점호에 큰 고통을 느낀 A씨는 항의의 의미로 박수를 쳤다.

이후 직원들은 A씨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면 특별계호 조치된다”라는 경고장에 서명하라고 했다. A씨가 거부하자 수갑을 채워 독방에 구금했다(당일 CCTV 속 시간, 21시50분). A씨가 저항하며 머리를 벽에 들이받으려고 시도하자 헬멧을 씌웠다(21시51분). 이후 앞수갑(손을 앞으로 묶음)을 뒷수갑(손을 뒤로 묶음)으로 변경하고(21시59분), 발목수갑을 채운 뒤 뒷수갑과 발목수갑을 연결해 등 쪽으로 묶었다(22시12분). ‘새우꺾기’는 다음 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시사IN〉은 이 사건에 대한 인권위 결정문을 입수했다. 2020년 인권위는 A씨가 인권침해를 겪었다고 판단했다. 외국인보호소가 강제력을 사용할 때는 출입국관리법·외국인보호규칙 등에 근거해 ‘필요한 최소한도’일 때만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발목수갑’은 외국인에 대한 보호장비 사용을 정한 규정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법규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물건·방법으로 피해자(A씨)를 결박해 피해자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인권위 결정문).” 2019년의 발목수갑은 2021년 포승줄로 바뀌었다. 그러나 포승줄로 만든 새우꺾기 역시 법규에서 규정하지 않은 물건과 방법이다.

지난 9월29일 M씨에 대한 가혹행위 영상과 사진이 공개되자, 같은 날 법무부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해명자료에 M씨가 시설물을 파손하고 문을 발로 차고 자해를 시도하는 등의 영상과 사진을 첨부했다. 난동을 부리는 M씨의 모습이 공개되자, 화성외국인보호소를 향한 분노와 비판은 M씨를 향했다.

그의 ‘난동’이 왜 반복되었던 걸까?

하지만 이러한 분노와 비판이 간과한 질문이 있다. M씨의 ‘난동’이 왜 반복되는 걸까? M씨는 왜 이렇게 화를 낸 것일까? 외국인보호소는 강제출국 대상이 된 이들을 출국 전까지 ‘일시’보호하는 장소일 뿐이다. 그런데도 장기 구금된 외국인들이 존재한다.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이가 출국할 때까지 보호시설에 보호하게 되어 있다(출입국관리법 제63조). 그런데 구금 상한기간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정치적 박해 등의 이유로 본국에 갈 수 없는 난민 신청자는 기약 없이 구금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새우꺾기’ 가혹행위가 알려진 이후인 10월16일 가면을 쓴 시민단체 회원들이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외국인보호소 폐지와 구금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외국인이 강제퇴거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 때문에 유죄 선고를 받고 강제퇴거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난민 자격 신청 중 체류 연장기한을 놓쳤거나 혹은 본국에서 피신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위변조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도 추방 명령을 받는다.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귀국을 미루는 이들도 있다.

M씨는 난민 신청 체류 연장기한을 하루 놓쳐서 문제가 된 경우다. 난민 신청자 비자는 3개월마다 갱신해야 한다. 체류 연장 허가 수수료는 갱신 때마다 6만원이다. 그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가급적 3개월을 꽉 채워 체류를 연장하는 것이 그나마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 3개월을 잘못 계산한 M씨는 기한을 하루 넘겨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갔다. 사무소 측은 범칙금을 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놀란 M씨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한 채 일하던 공장으로 돌아가면서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했다. 그의 이런 처지를 악용한 사장은 월급을 주지 않았다. M씨가 월급을 달라고 요청하자 사장은 곧바로 그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했다. M씨는 그 자리에서 체포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유엔난민기구 구금 가이드라인은 난민 신청이 범죄행위가 아니므로 무기한 강제구금이 금지돼야 한다고 권고한다. 난민법 전문가인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가두지 않아야 할 사람들을 가두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공무원들은 ‘왜 말을 안 듣지?’ ‘왜 한국에서 안 나가지?’라는 시각하에 수용자들을 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수용자들은 단식·소란 등의 방식으로 저항한다”라고 말했다. 인권위의 인권침해 결정을 받아낸 A씨의 변호인도 같은 생각이다. “A씨를 비롯해 ‘왜 이렇게 오랫동안 보호소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에서 내부의 고충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다 보니, 항의하는 방식이 격해진다. 그러면 보호소는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해 이들을 통제한다.”

지난 5월10일 법무부는 M씨를 공무집행방해, 기물파손 혐의로 고발했다. M씨는 여전히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다. 보호일시해제를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 청구했지만 “생명, 신체에 중대한 위협이나 회복할 수 없는 재산상 손해 발생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 그 밖에 중대한 인도적 사유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M씨는 10월 현재까지도 자신의 손발을 묶었던 직원들을 매일 마주하고, 매주 목요일 운동시간 20분을 제외하곤 방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그사이 M씨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들은 ‘내 이웃을 가두지 마라’ ‘구금은 보호가 아니다’라며 M씨를 보호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M씨는 10월27일 현재 보증금 300만원에 공대위 활동가를 신원보증인으로 세우고 보호일시해제를 재신청해둔 상태다.

기자명 화성·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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