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11월19일 넷플릭스에 공개될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최대 화제작이었다. 이 드라마가 처음 공개된 10월7일 영화의전당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인기뿐만 아니라 주제와 연출 방식 면에서도 이 작품은 따로 기록해둘 만하다.
〈지옥〉은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스릴러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 특정인에게 죽음과 지옥행을 고지하고, 정해진 때가 되면 ‘저승사자’가 출현해 강제로 집행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며 사회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다. 종교적 인물인 정진수(유아인·사진)는 이 ‘고지’를 받은 이들이 범죄자들이라고 말한다. 인간 사회의 법이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자 신이 직접 경고한다는 것이다. 감독의 전작 〈부산행〉이 그랬듯, 한국 관객에게 아주 낯익은 배경에서,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지옥〉에서 인간은 이 초월적 존재와 싸우지 않는다. 복종하는 사람이 절대다수다. 상대가 초인적 힘을 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이 신에게 갖는 감정은 공포보다 경외에 가깝다. 법률이나 공권력, 인도주의 등 사회를 지탱해온 보루들이 정말로 견고한지 드라마는 묻는다. 사회는 정의에 대한 원초적 감각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신은 심신미약자, 미성년자 등 ‘법망을 피해간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대신 정의를 집행한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흉악범을 지옥에 데려간다. 신에 대한 경외심은 스마트폰 영상을 통해 전염된다.
자칫 황당무계하게 보일 수 있는 설정을 배우들이 메웠다. 특히 유아인이 연기력을 뽐냈다. 실제 대화를 하는 듯 자연스러운 대사와 표정이 돋보였다. 극장을 나서는 동안 군중 여기저기서 그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반면 컴퓨터그래픽은 아쉬웠다. 품질보다는 개연성에서 의문이 들었다. 예컨대 원작 웹툰의 ‘천사’가 기독교 세계관의 전형적 천사처럼 그려진 반면, 영화 속 형체는 형언하기 어려운 기이한 모습이다. 괴물과 같은 형상을 모두 자연스럽게 ‘천사’라고 부르는 것도 기이했다.
드라마는 꽤 폭력적이다. 때때로 얼굴을 돌리게 만드는 장면도 있다. 일부 관객들은 잔혹한 장면이 나올 때면 한 좌석 띄어 앉은 옆의 관객에게 팔을 뻗어 손을 잡고 영화를 봤다. 비현실적이고 선정적이지만 분명 재미있고, 잘 만든 작품이다. 적지 않은 관객들이 앞의 수식을 거북하게 여기겠지만, 근래 ‘대박’을 치는 작품들은 보통 이런 조건을 모두 갖췄다.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시대정신’에 맞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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