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최측근 최 아무개씨가 구속됐다. 최씨는 사업가 ㄱ씨로부터 2016~2018년 인천 영종도 일대 부동산 개발 관련 로비 자금 명목으로 4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ㄱ씨는 지난해 11월 “윤우진씨가 전현직 검사, 고위 공무원들을 만나는 자리에 불려 다니며 밥값과 골프비 등을 내는 등 스폰서 노릇을 했다”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서를 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윤우진 사건’ 수사를 맡았다. 지난 8월12일 〈뉴스타파〉는 윤우진씨가 ㄱ씨를 회유하며 수표 1억원을 건네는 장면을 보도했다. 파문이 커지면서 검찰은 형사13부가 맡았던 ㄱ씨 진정 사건을 분리해 반부패강력수사1부에 배당했다.

윤우진씨는 윤대진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형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특수통 검사들과 인맥을 바탕으로 재직 시절 ‘너른발’ ‘정보통’으로 통했다.

현재 윤우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와 형사13부가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서울동부지검에서도 윤우진씨의 또 다른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맡고 있는 윤우진 사건의 수사 방향은 세 갈래다. 첫째, 윤우진씨 뇌물수수 의혹이다. 둘째는, 2012년 검찰의 경찰 수사 방해, 2015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 등 ‘봐주기’ 의혹. 셋째는 윤우진씨한테 접대를 받은 검찰이나 경찰 등 고위 인사들의 뇌물수수 의혹이다.

윤 전 서장의 측근인 최씨는 이 세 갈래 수사와 무관치 않다. 그는 윤우진씨와 사업을 함께 했으며, 윤씨의 로비 행보를 목격한 인물이기도 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2년 2월 말 윤우진 용산세무서장과 육류 수입업체 ㅌ 트레이드 김 아무개 대표 사이 수상한 돈거래를 포착했다. 3년 뒤인 2015년 2월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윤우진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사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잇달아 벌어졌다. 경찰 수사를 피해 도피성 해외 출국을 감행한 윤우진씨가 인터폴 수배로 국내에 강제송환되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해 풀어줬다. 검찰로부터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은 윤우진씨는 행정소송을 통해 국세청에 복직해 정년퇴직을 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고위직 공무원이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주해놓고도 구속되지 않았을뿐더러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복직해서 정년퇴직까지 마친 첫 사례였다(‘윤우진 통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기사 참조).

이 윤우진 사건 처리 과정에 윤석열·윤대진 검사 등 특수통 검사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래서 윤우진 사건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하기도 한다.

누가, 왜, 어떻게 윤우진 사건을 덮었을까? 〈시사IN〉은 이와 관련해 두 가지 핵심 자료를 입수했다. 윤우진 사건의 ‘암장(暗葬)’ 흔적이 담긴 문서들이다. 2013년 8월7일 경찰의 불구속 기소 송치 의견서(이하 경찰 송치 의견서)와 2015년 2월23일 검찰의 불기소(무혐의) 결정서(이하 검찰 결정서)이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문서들이다.

“기소할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의 송치 의견서는 표지와 목록을 포함해서 모두 67쪽 분량이다. 1쪽부터 29쪽까지 피의자들의 범행과 적용 법조를 나열하며 ‘기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30쪽부터 67쪽까지 피의자·제보자·참고인 등의 진술, 계좌 추적, 통화 기록,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의 업무 달력 같은 증거를 제시했다.

경찰 송치 의견서에 담긴 윤우진씨의 뇌물수수, 알선뇌물 수수 혐의는 8가지로, 총액수는 1억3900여만 원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9년 1월, 법무부 시무식에 참석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연합뉴스

①2010년 3~4월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1000만원 수수 ②2010년 7월 중순경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1000만원 수수 ③2010년 11월21일~2011년 12월18일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21회 4000여만 원 골프 접대 ④2004년 10월31일~2012년 3월30일 세무법인 ㄷ사 안 아무개 대표한테 86회에 걸쳐 809만원 휴대전화 요금 대납받음 ⑤2010년 2월1일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1000만원 상당 갈비 100세트 수수 ⑥2011년 9월20일 내연녀 이 아무개씨 계좌로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씨한테 5000만원 수수 ⑦2011년 10월7일 내연녀 이 아무개씨 계좌로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1000만원 수수 ⑧2012년 3~7월 자동차 부품업체 송 아무개 대표한테 4회에 걸쳐 58만원 휴대전화 요금 대납받음.

경찰은 윤우진 당시 용산세무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와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상대적으로 휴대전화 요금 대납액이 적었던 송 아무개 대표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 결정서는 표지를 포함해 11쪽 분량이다. 검찰은 윤우진씨,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 등 세 사람 모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제보자이자 뇌물 전달자(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의 직원 남 아무개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우진씨가 금품을 받긴 했지만 이 행위에는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다고 썼다. 즉, 윤씨가 금품을 받은 대가로 금품 제공자의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검찰 결정서를 보면 제보자의 진술을 배척한 다음, 윤우진씨와 육류 수입업자 김씨,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 등의 해명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 같은 검찰 결정서 내용대로라면, 굳이 윤우진씨가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아래 표 참조).

경찰 송치 의견서와 검찰 결정서는 이렇게 같은 사안을 두고 180° 다르게 판단했다. 〈시사IN〉은 경찰 송치 의견서와 검찰 결정서 전문을 검사 출신 변호사 3명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의뢰했다. 전문성을 고려해 형사부 출신,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이,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을 선정했다. 모두 검찰 재직 10년 이상 경험을 가진 변호사이다.

먼저 변호사들은 “기소할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형사부 출신 변호사는 “경찰은 어떻게든 기소하려고 조사를 했고, 검찰은 어떻게든 죄가 안 되게 조사를 했다”라고 평가했다.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한 객관적인 증거를 검찰이 무시했다. 이 정도면 (윤우진씨를) 기소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게 옳았다”라고 말했다. 뇌물 사건을 주로 수사했던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불기소 결정하겠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맞춰 증거관계를 나열했다. 또 무혐의 처리를 하기 위해, 일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아예 누락시키거나 외면했다”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골프 접대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가장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우진씨는 골프장 비용을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의 회사 법인카드로 선납하거나 대납했다. 같은 시기 육류 수입업자 김씨에 대한 증여세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윤우진 당시 서장과 (김씨에 대한) 세무조사 담당자 사이의 통화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40억원 정도로 예상되었던 추징액이 2억92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변호사들은 이런 사실들로 미루어볼 때 (윤 전 서장이 김씨에게 받은 금품의) 직무 연관성과 대가관계가 입증됐다고 보았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골프장 선납금을 윤우진 서장이 배타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기도 곤란하다는 검찰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뇌물 사건에서 ‘배타적 사용’을 구성요건으로 보는 이론이나 판례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경찰 송치 의견서의 ‘수사 결과 및 의견’ 항목에 담긴 내용을 보면, 경찰은 ㅅ골프장 오 아무개 총지배인의 구체적인 진술을 다음과 같이 확보했다. “윤우진은 한 달 평균 두 번 이상 골프장에 왔고 윤우진이 김 아무개의 법인카드를 제시하면 프런트 직원이 윤우진 대신 서명을 했다.” “300만원처럼 끝자리가 떨어지는 금액은 윤우진의 골프 대금 선납금을 김 아무개의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이다.”

압수수색 영장 일곱 번 중 6차례 기각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무혐의 결정에 맞지 않으니까 오 지배인의 진술 자체를 검찰 결정서에서 누락시켰다. 다른 이의 진술로 오 지배인의 진술을 탄핵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까 아예 빼버렸다”라고 판단했다. 형사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 결정서에서도 윤우진 서장이 세무조사 업무와 관련된 국세청 인사와 골프를 친 것은 사실로 인정했다. 골프 접대가 아니라면 김 아무개 대표 법인카드가 아닌 다른 돈, 본인 돈으로 골프를 쳤는지 소명이 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예 없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윤우진 서장은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친 건가?”라고 말했다.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골프 라운딩 날짜, 경찰이 압수한 김 아무개 달력 기재 내용, 윤우진 서장과 세무조사 관련 결재권자 사이의 통화기록, 세무조사 담당자 직책별 통화기록 등이 나온다. 실제로 징수액이 40억원에서 2억9200만원으로 줄었다. 이 정도면 윤우진 서장이 골프 접대를 받고 세무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기소해서 법원에 판단을 구해볼 만하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가 너무 아깝다”라고 말했다.

윤우진 서장이 이용한 인천 영종도 소재 ㅅ골프장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경찰이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일곱 번이나 신청했는데, 검찰이 여섯 번을 기각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검찰이 기를 쓰고 기각한 게 윤우진 서장이 검사들을 데리고 그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게임비 주고 그런 거였다”라고 말했다.

잇달아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은 윤우진 핸드폰(차명 전화 포함) 기지국 분석 자료, ㅅ골프장에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신공항하이웨이 톨게이트 통과 내역 자료, 압수한 김 아무개씨 달력에 기재된 골프 약속 날짜를 통해 윤우진 서장의 골프 라운딩 날짜를 특정했다(〈시사IN〉 제727호 ‘윤석열 아킬레스건인 윤우진의 전성시대’ 기사 참조). 골프장 압수수색 영장을 6회나 반려했던 검찰은, 결국 결정서에서 윤우진 서장에 대한 골프 접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윤우진 서장이 내연녀 통장을 통해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한테 받은 5000만원,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한테 받은 1000만원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일제히 비판했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윤우진 서장과 안 아무개 관계를 선후배 사이 친분 관계로 보고 빌린 돈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와 비슷한 사례인데 기소한 사건이 있다”라고 말했다. 2016년 9월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이 불거졌다. 김 부장검사가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스폰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진경준 검사장 주식 뇌물 의혹 사건이 불거진 직후라 비난 여론이 거셌다. 대검은 특별감찰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당시 김 부장검사도 고교 친구에게 (받은 것이 아니라)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김 부장검사를 ‘내연녀 오피스텔 보증금 및 생활비 2800만원 등 58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했다(1심에서 대부분 유죄가 인정됐다. 2심에서는 문제가 된 돈 가운데 1500만원을 ‘빌린 돈’으로 인정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김형준-내연녀-고등학교 친구’와 ‘윤우진-내연녀-후배’라는 금품 전달 방식이나 등장인물들의 관계로 볼 때, 김형준 사건과 윤우진 사건은 상당히 유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선택적으로 한쪽은 기소하고 다른 쪽은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형사부 출신 변호사는 “윤우진 서장이 안 아무개씨나 김 아무개씨한테 전부 빌렸다고 하는데 차용증도 없고 이자도 내지 않았다. 당시 윤씨와 이씨(내연녀) 계좌에 1억원 넘게 현금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급하게 빌릴 처지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돈을 돌려줬다. 수사 의지가 있었다면 더 수사를 해서 뇌물로 기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윤우진 서장이 안 아무개 대표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대납비를 무혐의 결정한 점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휴대폰 비용이 월 10만원대로 적다는 이유로 대가성이 없다고 봤는데, 장기간의 대납이란 점을 감안할 때 윤우진 서장이 안씨로부터 청탁을 받으면 거절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다. 검찰은 윤우진씨가 선배로서 후배인 안씨를 위해 지출한 밥값이나 술값이 휴대전화 요금 대납액에 비해 적지 않다는 주장을 수용했는데, 이거야말로 윤우진씨 진술 이외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검찰이 말이 안 되는 판단으로 범죄 혐의를 눈감은 것이다.”

윤우진 전 서장이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받은 갈비 세트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서도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경찰 송치 의견서에 보면, 윤우진 서장이 부하 직원에게 ‘갈비 세트 값을 김 대표에게 건넨 것으로 하라’며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담겨 있다. 정당하게 샀다면 왜 허위 진술을 지시했겠나”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검찰이 윤우진 사건 제보자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아 불기소 논리를 전개했다고 분석했다. 제보자는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부하 직원 남 아무개씨다. 남씨는 김씨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받아 윤우진 서장의 부하 직원에게 건넨 전달자이다. 윤우진 서장의 부하 직원들에게 갈비 세트 100개를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남씨가 퇴직금 문제로 김 아무개 대표와 갈등관계였다는 점을 문제 삼아 진술 신빙성을 깎아내렸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남씨가 남들보다 먼저 진술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거의 없다. 오히려 김 대표나 윤우진 서장 부하 직원에게 무고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그의 진술에 신빙성을 두고 증거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우진 사건에 대한 두 의견, 즉 경찰 송치 의견서(2013년 8월7일)와 검찰 결정서(2015년 2월23일) 간의 차이에서 주목할 것은 내용뿐만이 아니다. 그 ‘시기’도 봐야 한다.

2012년 8월30일 경찰 수사를 피해 출국한 윤우진씨는 2013년 4월19일 타이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해 4월25일 국내로 압송됐다. 경찰은 인천공항에서 윤우진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체포 48시간 이내인 4월26일 경찰은 검찰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4월27일 검찰은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인터폴 수배로 강제송환된 윤우진씨를 풀어준 것이다.

이후 경찰은 보강수사 끝에 2013년 7월22일 윤우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다시 신청했다. 그해 7월25일 검찰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는 의견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7월29일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2013년 8월7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긴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워낙 복잡한 사건이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사에게 사건이 배당될 줄 알았는데, 그 뒤에 담당 검사가 바뀌었다. 그나마 바뀌기 전의 검사가 수사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였다”라고 귀띔했다.

취재진은 2013년 7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당시 윤우진 사건을 지휘한 검사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수도권 소재 검찰청의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었다. 이 부장검사는 “윤우진 사건 때 내가 구속영장을 친 건 맞지만 그 이후 무혐의 처분을 낸 건 내가 아니다. 더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만일 다른 세무서장이었다면?

그 뒤 윤우진 사건은 추가 수사도, 종결 처리도 하지 않은 채 검찰이 18개월 동안이나 틀어쥐고 있었다. 2015년 2월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조기룡 부장검사 명의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었다며 검찰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건을 18개월 뒤에 무혐의 처분한 사례가 있는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매우, 그리고 아주 이례적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범죄 소명이 되었다고 판단한 건데, 18개월 뒤에 무혐의 처리한다는 건 이상하다.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사건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수사 시간이 촉박한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보강 조사를 하고 그래도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무혐의 처분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윤우진 사건처럼 18개월간 수사도 하지 않은 채 검찰이 갖고 있다가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일부러 처리를 안 한 것이다. 언론이나 시민들의 관심이 떨어지게 사건을 묵힌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무혐의 처분 결과는 언론에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무혐의 처리 보름 뒤에야 한 일간지가 관련 기사를 보도해서 이 상황을 세간에 알렸다.

골프 접대 의혹을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이용한 인천 영종도 소재 ㅅ골프장. ⓒ시사IN 신선영

조기룡 부장검사는 지난해 검찰을 떠나 현재 ㄱ생명 법무기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취재진은 조 변호사에게 수차례 연락하고 메모를 남겼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다. 형사부와 외사부 출신 변호사는 “만일 윤우진 서장이 아닌 다른 세무서장이라면 이렇게 사건을 묵혔다가 처리했을까? 다른 공무원이었다면?”이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윤우진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 한 달 전인 2015년 1월, 조기룡 부장검사 재직 시절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정부세종청사 이전 과정에서 사무기구 납품 편의를 봐주겠다며 700만원을 받은 공정거래위원회 7급 공무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도 〈시사IN〉이 입수한 경찰 송치 의견서와 검찰 결정서를 근거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윤우진 사건의 본질은 누가 왜 어떻게 덮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2012~2015년 당시 윤우진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었다면 2016~2018년 사업가 ㄱ씨 등의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우진 사건 재수사는 2019년 7월5일 주광덕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이 윤우진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곳에는 범죄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 국민의 보편적인 시각이고 수사하는 사람들의 기본 원칙 아니겠습니까? (중략) 국민들이 이 사건(윤우진 사건) 내용의 전모를 알게 될 때 과연 이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사건이겠습니까?” 2019년 7월8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청문위원이었던 주광덕 의원의 말이다. 검사 출신인 그는 현재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있다.

기자명 고제규·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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