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8일 정 아무개 교수의 징계위원회가 열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IN 주하은

김지영씨(54)에게 명상 공부는 오랜 소망이었다. 그가 명상을 처음 접한 것은 2008년. 주재원이었던 남편과 인도에 거주하며 위빠사나(vipassana, 남방불교의 수행법) 특강을 들었다. 열흘에 불과한 수행이었지만, 생활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2018년 귀국한 김씨는 본격적으로 명상 공부를 시작했다. 여러 수업을 들었지만, 외부 강사로 만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서불대) 명상학과 정 아무개 교수의 수업이 기억에 남았다. 이 인연은 서불대 진학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2020년 명상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서울 독산동에 위치한 서불대는 2002년 9월에 개교해 현재까지 599명의 석박사를 배출했다. 현재는 상담심리학, 불교학 등 10개 전공에 164명이 재학 중이다.

새 학기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있던 8월24일, 김씨를 비롯한 학생들은 시간표를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2021년 2학기 최종 시간표에서 정 교수의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대체강사의 이름이 적혀 있거나, 아예 강사명 난이 비어 있기도 했다. 학생들은 대체강사가 어떤 이력을 소유하고 있는지,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계획인지 새 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정보를 받지 못했다. 특히 마지막 학기를 앞둔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졸업논문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우 여름방학 두 달 동안 정 교수와 함께 논문 관련 학습을 진행했다. 학기 중에도 지도를 받아 내년에 논문 계획을 제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석박사 논문을 쓰는 학생들의 모든 과정이 멈췄다.” 9월 말 현재까지 김씨는 여전히 졸업논문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정 교수의 강의가 일시에 사라진 이유는 그가 학교 징계위원회(징계위)에 회부됐기 때문이다. 8월25일 서불대 대학원위원회에서 학생들에게 공지한 자료에 따르면 정 교수는 ‘면직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학교는 ‘해당 교원이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은 학교의 해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에게 제기된 ‘인사기록 부정 기재’ 의혹은 이미 과거에 소명이 끝났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박홍근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2015년 교육부 감사결과 처분서’에 따르면 학위검증위원회는 2013년 ‘정 교수의 학위 검증 결과 학위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교육부 감사 이후 2015년 재단 이사회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불문처리’하는 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는 다시 동일 사유로 징계위에 회부됐고, 모든 강의에서 제외됐다. 자아초월상담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선영씨(44)는 “징계가 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개강 일주일 전에 무리하게 징계위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최종 결정으로부터 6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학교가 소속 교수에 대한 의혹을 다시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의 발단은 정 교수를 비롯한 4명의 교수가 교육부에 제출한 감사 청원서였다. 청원인들은 지난 1월6일 “황○○ 총장을 위시한 소수 인원이 공적 교육기관인 대학원대학교를 사적 이익을 위한 편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라며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청원인들은 황 전 총장이 ‘다국어교육원’을 통해 횡령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국어교육원은 학생 모집 계약을 사업체가 아닌 특정 개인과 맺었는데, 청원인들은 이것이 ‘위장된 횡령’의 전형과 유사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이들은 황 전 총장이 다국어교육원 운영비 중 4000만원을 개인 저작물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 이후 당시 황 총장은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지금은 이 아무개 부총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청원인들은 이 부총장과 김 아무개 행정지원처장 역시 총장 측근으로 부당한 이익을 누렸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부정 학위 취득이다. 서불대 학사관리규정은 ‘전임 교원의 입학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더라도 ‘재학 기간 중 휴직’할 것을 명시했다. 교직원 지위를 이용해 학위과정에서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총장과 김 처장은 교직원으로 근무하며 박사과정에 재학했다. 청원서에 따르면 김 처장은 박사과정 당시 졸업시험 감독관을 맡기도 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전경. ⓒ시사IN 주하은

사립대학이 ‘문제 교수’ 처리하는 방법

교수 임용 과정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김 처장은 2018년 뇌인지과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올해 2월 박사학위를 취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인사위원회가 김 처장을 뇌인지과학 전공 교수로 특별채용하려 했다. 아직 해당 전공 박사학위가 없는 재학생을 전공 교수로 임명하려 한 것이다. 이후 이사회에서 특별채용을 제안하고 설명한 사람 역시 김 처장 본인이었다.

이 부총장의 딸 이 아무개 교수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일문학 박사인 이 교수는 2016년 3월 불교학 전공 박사과정에 입학해 2018년 2월 졸업했다. 2017년 4월, 학교는 다국어교육학 전공을 신설하는 학칙 개정을 공고했다. 학칙 시행일은 2018년 3월이었다. 이 교수는 졸업 후 반년 만에 다국어교육학 전공 강사로 임용됐다. 그리고 이듬해 초빙 교수로 재임용돼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청원인들은 학교가 특정 교직원의 딸을 채용하기 위해 ‘불교대학원대학교’라는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전공을 만든 게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청원 교수들은 청원 이전부터 학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들을 학내 기구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학내 심의기구인 교무회의를 대학원위원회로 바꾸고, 청원인 4명을 이 위원회에서 제외해버린 것이다. 더 나아가 교수들의 총장 견제 권한 자체를 대폭 축소했다. 학칙 개정으로 인해 교수들은 예결산, 교수 임용, 졸업시험 등을 심의할 권한을 상실했다.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은 징계위에 회부됐다. 감사를 청원한 교수 4명 중 3명은 현재 징계 절차에 회부되어 있다. 학내 기구 참석 배제, 심의권 제한, 징계위 회부라는 삼중 조치를 통해 청원인들은 문제 제기할 길을 차단당했다.

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 이러한 방식에 대해 “사립대학이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처리하는 전형”이라고 말했다.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은 학사 운영을 심의할 수 있는 여러 학내 기구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총장이 학내 기구를 독단적으로 구성하더라도 이를 방지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 박 소장은 “교수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총장을 실질적으로 견제하지 못한다. 애초에 학내 기구를 총장이 마음대로 구성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서불대 학생회는 청원에 동감해 피켓 시위 등으로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총학생회 단위에서 연서명을 진행하고, 교육부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그러자 학교는 9월2일 학생회 명칭을 원우회로 바꾸고, 전공 지도교수의 승인을 받아야 회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학칙 개정을 공고했다.

“그들은 학교를 개인 소유라고 생각한다”

부총장이 현 학생회장에게 경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학생 선동에 대한 경고’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부총장은 “선동 행위에 대해 엄중 경고하며, 학칙과 실정법을 준수하라”고 말했다. 원한다면 총장은 어떠한 견제도 없이 현 학생회장을 징계위에 회부할 수 있다. 지난 학칙 개정을 통해 학생 징계 시 교무회의에서 이를 심의할 권한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교는 청원인 교수들과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음해’라고 주장한다. 이 부총장은 학생들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총장 개인 계좌로 입금된 금액’은 전혀 없으며, 부총장의 딸 이 아무개 교수의 임용은 적합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김 처장의 교수 임용에 대해선 그의 임금이 이미 정교수 3호봉 이상에 해당하기에 추가 인건비 없이 연구를 지원하도록 임용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청원인들을 학내 기구에서 배제한 것은 ‘기득권’과 ‘황제적 권한’을 방어하려는 교수들에 대한 ‘자정작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총장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현재 교육부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학생들에게 보낸 답변서 이상의 구체적인 답변은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서불대의 학내 소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교는 2008년과 2013년에도 내홍을 겪었다. 2008년에는 학교 이사회에서 총장을 부당하게 해임했다(〈시사IN〉 제62호 “‘늦깎이 데모’ 하는 ‘마음공부’ 만학도” 기사 참조). 이번에 감사를 청구한 교수들은 2008년에도 징계를 무릅쓰며 학교의 부당 해임에 항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교수들이 함께 지킨 총장이 바로 지금 청원인 교수들과 대립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황 전 총장이다.

감사 청원인들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사립대학의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교수는 “학교는 이사장이나 총장 것이 아닌데 그들은 여전히 학교를 개인 소유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공익을 위한 기관임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립대학의 자율성이라는 명목하에 매번 반대에 부딪히지만,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공공성 강화가 더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이다.”

기자명 주하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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