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이낙연 후보가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글자가 무색했다. 9월4일 대전, 9월5일 청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순회 경선 현장은 지지자 수백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소수로 접근이 제한된 합동연설회, 투표소와 달리 외부 공간은 지지자들이 세를 과시하는 무대였다. 이들은 흰색 바람개비(이재명 지지자), 노란색 풍선(정세균 지지자), 하늘색 바람개비(이낙연 지지자), 책 〈조국의 시간〉(추미애 지지자)을 들고 각각 “이재명은 합니다!” “대통령 정세균!” “우리가 이낙연이다!” “추미애가 옳았다!”라고 연호했다. 이튿날인 9월5일 청주 CJB 컨벤션센터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나타나자 지지자들과 취재진 수십 명이 뒤엉켜 일부가 넘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9월4~5일은 충청권(대전·충남, 세종·충북) 민심이 처음 표로 확인되는 날이었다. 민주당 경선은 10월10일까지 총 11차례 지역 순회 경선과 세 차례 국민선거인단 투표로 이루어져 있다. 그간 여론조사 결과로는 이재명 후보가 앞섰지만, 지역 국회의원 중심의 조직력은 이낙연 후보와 정세균 후보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재명 대세론이냐, 아니냐. 첫 순회 경선을 앞두고 캠프 관계자들의 예측도 제각기 달랐다. 9월4일 현장 투표를 하러 온 이재명 캠프 소속 한 국회의원은 〈시사IN〉과 만나 “권리당원 세가 만만찮다. 50% 정도만 되어도 성공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세균 캠프 소속 한 국회의원은 “충청에서 전력을 집중했다. 기세 좋으면 20%까지도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9월5일 이재명 후보가 세종·충북 경선이 열리는 청주 CJB 컨벤션센터로 입장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권리당원은 반(反)이재명’ 아니었다

실제 표심은 각 캠프 관계자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권리당원·대의원·국민선거인단 투표를 집계한 결과, 이재명 후보가 충청권 누적 득표율 54.72%(2만1047표)로 과반 압승을 거둔 것이다. 28.19%(1만841표)로 2위를 한 이낙연 후보와는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다. 3위 정세균 후보는 7.05%(2711표)로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그 뒤를 추미애 후보(6.81%)가 바짝 추격했고, 박용진 후보(2.37%)와 김두관 후보(0.87%)가 뒤따랐다.

첫 성적표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9월4일 현장 풀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예상치보다 높은 지지율”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캠프 소속 의원도 결과를 받아든 뒤 〈시사IN〉에 “사실 최악의 경우 40% 정도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 크게 이겼다”라며 기뻐했다. 이재명 후보의 과반 압승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충청권 경선에 참여한 투표자 3만8463명 중 96%가 ‘당심’을 상징하는 권리당원이었기 때문이다(대의원은 3%). 권리당원은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을, 전국대의원은 권리당원 중에서 지역위원장 등의 추천을 받은 당원을 말한다. 지금까지 권리당원은 반(反)이재명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 권리당원들이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로 꼽히던 이재명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냈다. ‘이재명 대세론’에 탄력이 붙은 배경이다.

이재명 캠프는 “민심 바로미터라 불리는 충청권에서 초반에 기선 제압을 했다”라며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9월5일 합동연설회가 열린 청주 CJB 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캠프의 한 관계자는 충청권 표심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민주당 진성 당원들도 본선에서 이길 주자는 결국 이재명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조직표라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당심이 민심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걸 보여주지 않나. ‘이재명이 미우니까, 우리는 친문이니까 다른 후보 뽑아야 해’라고 말하는 시대는 끝났구나 싶었다.”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돈다(민주당 경선은 특정 후보가 과반을 확보하면 별도의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한다).

반면 큰 차이로 뒤처진 이낙연 후보 측은 절치부심했다. 9월5일 청주 CJB 컨벤션센터에서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시사IN〉과 만나 “조직력은 아무래도 우리가 더 탄탄하다고 평가받는데, 온라인 선거가 되다 보니 조직표의 의미가 많이 약해졌다”라며 아쉬워했다. 패배의 충격 속에 이낙연 후보는 9월6일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다음 날 이낙연 후보는 직접 이렇게 밝혔다. “충청권 투표 결과는 제게 아픈 것이었다. 겸허히 받아들인다. 네거티브 규정이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네거티브 선거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저도, 캠프도 하지 않겠다.” 충청권 경선 패인을 이재명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서 찾은 셈이다.

9월8일 이낙연 후보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 발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의 용광로, 이낙연의 배수진

이재명 대세론이 굳어질까, 2등에게 반등의 기회가 찾아올까. 관건은 9월12일 1차 슈퍼위크다. 이날 ‘국민 선거인단(일반당원·비당원)’ 64만명의 표심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권리당원 70만명에 육박하는 수다. 이낙연 캠프는 1차 슈퍼위크 때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좁힌 뒤, 이낙연 후보의 지지층이 두꺼운 호남 지역 경선(9월25~26일)에서 역전하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본다. “총 선거인단 200만 표에서 이제 7만 표가 열렸다. 결선까지 얘기하기에는 섣부른 단계가 아닌가. 이제 시작이다(이낙연 캠프 관계자).”

하지만 판세를 역전시킬 만한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정 후보 캠프에 들어가지 않은 민주당의 한 의원은 “1차 선거인단 투표가 변수가 될 텐데, (지금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재명 지사가 대세론을 장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남 지역 역시 ‘되는 후보’를 밀어주는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충청에서 경선을 시작한 게 신의 한수다. 보수적인 성향이 비교적 강한 충청에서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55%를 넘기니까 바람이 확 불어버린 거다”라고 말했다.

충청권 경선 이후 위성곤 의원, 전재수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이재명 캠프에 속속 합류하는 ‘이적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위성곤 의원은 당 대선 경선기획단에서 활동했고, 전재수 의원은 정세균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단일화(이낙연-정세균) 이슈도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 바 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이낙연 캠프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절대 ‘단일화’라는 말을 쓰지 않고, ‘연대’라고 말하며 정세균 총리 쪽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선 초기 충청권 결과가 2~6위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50%를 못 넘기는 상황이 되면서 주목도에서 밀렸다. 정세균 캠프 관계자는 “완주가 목표”라고 말했다. “단일화는 두 달 전부터 이재명, 이낙연 캠프에서 번갈아가며 흘렸던 이야기다. 우리 캠프에서는 한 번도 고려한 적 없다.”

1차 슈퍼위크를 앞두고 ‘명낙대전’이라 불렸던 네거티브 공방은 자취를 감췄다. 각 캠프의 전략은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다. 1위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 측은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본선을 위한 ‘원팀’을 구상 중이다. 공격과 비방이 거세지며 원팀으로 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자신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민주당 한 의원은 “(경선 이후) 당원들 사이에서 일시적인 갈등이 있겠지만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단합해가느냐가 본선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도 승부수를 던졌다. 9월8일 호남에서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진 빚을 갚겠다”라며 국회의원직(서울 종로구) 사퇴를 선언했다. 배수진을 치고 경선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이다. 국회법상 회기 중 의원직 사퇴는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이 후보의 사퇴서를 처리할지는 미지수다. 굳히기냐 뒤집기냐. 9월12일 1차 슈퍼위크에서 판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다음 경선지 대구·경북 지역(9월11일)과 강원 지역(9월12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기자명 대전·청주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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