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이유경 국제문제 전문기자(가운데), 〈시사IN〉 김영화(왼쪽)·장일호 기자. ⓒ시사IN 이명익

“미얀마는 반드시 민주주의 연방국가가 될 것이다. 군사정권은 반드시 패망할 것이다. 모르는 것은 그것이 언제인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미얀마 독립언론 〈미지마〉 대표 소 민트 씨는 ‘2021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 연사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가 8월23일 ‘저널리즘과 연대’라는 주제 아래 온라인 비대면 형식으로 열렸다. 군사정권과 투쟁하는 미얀마 기자들, 이들을 응원하는 아시아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랜선을 타고 한데 모였다.

강연자로 나선 소 민트 대표는 미얀마 독립언론이 겪는 탄압의 실상을 전했다. 그웬 로빈슨 타이 외신기자클럽(FCCT) 전 회장은 미얀마를 위한 아시아 언론 연대 움직임을 소개했다. 김원장 KBS 타이 특파원은 모바일 시대 혁명의 전파 양상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는 미얀마 소수민족 보도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발제했다. 김영화 〈시사IN〉 기자는 지난 4월부터 41일간 〈시사IN〉과 오늘의행동이 펼친 미얀마 특별 캠페인 ‘워칭 미얀마(#WatchingMyanmar)’를 소개했다.

200여 명의 독자들이 〈시사IN〉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강연과 발제, 질의와 토론으로 3시간 동안 이어진 콘퍼런스는 미얀마 시민 무장투쟁의 정당성, 소수민족 독립과 탄압, 서구 언론 중심의 보도에 관한 첨예한 논의들로 깊어졌다. 콘퍼런스에서 나온 주요한 이야기들을 요약해 지면에 옮긴다.

소 민트 (미얀마 독립언론 〈미지마〉 창립자, 〈미지마〉 미디어그룹 대표 및 편집장)

2월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직후 〈미지마〉는 미얀마를 떠나야 했다. 현재 위치를 밝힐 수 없는 모처에 임시 보도국을 차려 좁은 스튜디오와 모기떼 속에서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미지마〉는 내가 1988년 항쟁(민주화 요구 대규모 시위) 이후 미얀마를 떠나 미얀마 상황을 알리기 위해 1998년 인도 뉴델리에 세운 망명 언론이다. 민간으로 정권이 이양된 2012년 미얀마로 돌아오면서 쿠데타가 일어나더라도 군부가 언론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도록 여러 지역에 인력과 편집국 기능을 분산해놓았다. 그럼에도 현재 〈미지마〉는 위기에 처했다. 기자들은 위협에 시달리고 회사는 재정 문제를 겪는다.

언론 자유가 사라진 지금, 미얀마 민주주의는 큰 위기를 맞았다.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이 저항이 단순히 미얀마인들을 위한 투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인권, 자유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웬 로빈슨 (〈니케이 아시안 리뷰〉 선임기자, 타이 외신기자클럽 전 회장)

쿠데타 이후 지역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미얀마 독립언론이 폐쇄됐다. 미얀마 정부는 제정된 형법 505(a)조의 가혹한 규정을 근거로 언론인 체포를 정당화하고 있다.

미얀마 위기가 예기치 않게 언론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위기 속에서 뉴스를 확산하는 기발한 방법이 개발됐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폭력은 시민 저널리즘을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평범한 시민들도 실시간 사건 중계에 익숙해졌다. 군부가 와이파이 서비스를 중단하면 독립언론은 ‘미니 신문’ 형태의 인쇄물을 발행했다. 인터넷 통제에 대응해 SMS 뉴스 서비스를 개발해 대량으로 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군부 쿠데타 이후 홍콩, 타이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미얀마를 향한 강력하고 새로운 연대와 공감 의식이 생겨났다. 타이 외신기자클럽과 타이 기자협회도 직접적인 재정 후원, 보호장비, 컴퓨터 기부 등 미얀마 언론을 향한 협력과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8월23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강연과 발제를 맡은 소 민트 대표, 그웬 로빈슨 기자, 김원장 기자(왼쪽부터). ⓒ시사IN 이명익

김원장 (〈KBS〉 기자, 타이 특파원)

지금 미얀마는 시민들이 기자다. 특파원인 나는 부끄럽게 미얀마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시민들이 군부가 가하는 폭력을 제보하고 있다. 시민들은 군경이 첫 시위 사망자인 카인(19)을 조준사격하는 장면을 분석해 가해 경찰의 신원까지 찾아냈다. 지금 미얀마에선 시민 1000여 명이 죽고 7000여 명이 잡혀갔다. 이 대부분의 상황이 촬영되고 공유되었다. 시민들이 남기는 사진 하나하나가 역사에 남아 증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얀마 시민들이 알려주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에게 들어온다. 한국인들의 연대의 마음도 실시간으로 미얀마에 전해진다. 1980년 광주의 진실이 밝혀지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미얀마의 진실은 매 순간 밝혀지고 있다. 그 주역은 시민들이다.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2004년, 세계 최장기 내전지인 미얀마 카렌주에서 10박11일 동안 반군과 동행하며, 미얀마 군부가 소수민족에게 자행하는 폭력에 대해 생생하게 들었다. 이후 로힝야 제노사이드가 정점에 달하던 2017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미얀마 민간 정부와 사회도 가장 박해받는 소수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 레토릭에 동참했다. 그때 생겨난 깊은 회의감으로 소수민족 보도에 더욱 천착하게 되었다.

미얀마 소수민족이 배제된 민주주의 담론은 허상이다. 현재 전개되는 미얀마 ‘봄의 혁명’에서는 젊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로힝야를 포함한 소수민족과의 연대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그룹이 있다. 하루아침에 편견과 혐오가 깨지긴 어렵겠지만 방향은 이전과 다르게 가는 중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김영화 기자

미얀마 언론인에게 미얀마의 참혹한 실태를 전해 들으며, 단순히 미얀마의 현실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의문이 들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미얀마 시민들을 돕고 싶어 하는 한국 시민들과 만나면서 현지 미얀마와 어떻게 연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와 싸우지만, 한편으로 고립과 싸우고 있다. 그래서 #WatchingMyanmar 캠페인을 시작했다. 어려움에 부닥친 미얀마 언론인들을 위한 원고료와 취재비 모금 활동을 벌였고 41일간 총 854명의 후원자가 3712만원을 모아주었다. ‘미얀마 시민을 위한 총선 투표 인증샷, 용감한 빨간 풍선 캠페인’도 벌였다.

우리는 연결돼 있고 언론의 역할은 더 많은 연결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더 크고 넓게 만드는 일에 기여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숙제를 잊지 않겠다.

기자명 이은기 수습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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