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0일 이스라엘 라마트하샤론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부스터샷을 맞고 있다. ⓒAP Photo

코로나19 백신을 세 번 접종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백신을 맞고 일정 기간이 지나 보호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샷’이다.

미국은 8월13일부터 면역 취약층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에 들어갔다. 장기 이식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투약하고 있거나 항암 치료 중인 환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부스터샷 대상자를 성인 인구의 3% 정도로 추산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9월부터 면역 취약층과 고령층, 요양병원 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세 번째 접종을 계획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7월12일 면역 취약층을 시작으로 부스터샷 접종 대상자를 확대해왔다. 7월30일부터는 2차 백신접종 후 5개월이 지난 60대 이상 고령인구가, 8월12일부터는 50세 이상이 백신을 맞고 있다. 8월16일 부스터샷 접종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언젠가 부스터샷이 필요하리라는 전망은 초기부터 있었다. 예방접종 이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면역반응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백신접종에서 앞서가던 국가들이 부스터샷에 착수하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백신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유행이 재확산되고, 전파력이 한층 높은 델타 변이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8월16일 미국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는 ‘이스라엘의 엄한 경고:예방접종이 델타 변이를 둔화시키지만 물리치지는 못한다’라는 제목으로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접종 데이터들을 정리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빠르게 접종에 들어갔고, 단일한 백신(화이자)을 사용하기에 시간에 따른 백신 효능의 변화를 알아보려는 전 세계 방역 당국의 눈길이 쏠리는 곳이다. 지난 7월 이스라엘 의료서비스 업체인 매카비 헬스케어서비스(MHS)가 발표한 ‘프리프린트(동료 평가를 마치지 않은 논문)’에 따르면 올해 1월에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4월 접종자들에 비해 돌파 감염의 위험이 2.26배 더 높았다. 단, 대체로 면역반응이 약한 고령자들이 초기에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이언스〉는 이스라엘에서 돌파 감염이 더 이상 드문 경우가 아니라고 전했다. 8월15일 기준 이스라엘에서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514명인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고령층으로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이었다. 생물정보학자인 우리 샬릿 이스라엘 공과대학 교수는 “이스라엘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백신은 효과가 있지만 충분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라고 〈사이언스〉에 말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스터샷 접종이 점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8월16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9월 중순 이후부터 면역 취약층뿐만 아니라 백신접종 이후 8개월이 지난 사람들까지로 부스터샷 접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예방접종 데이터가 이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정부는 8월13일 화이자와 2022년 사용할 백신 물량 3000만 회분을 계약했다. 방역 당국은 구체적인 부스터샷 접종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돌파 감염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내에서도 부스터샷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변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중요한 건 백신 부스팅이다. 요양 시설 입소자처럼 2~3월에 우선순위로 접종을 받은 분들의 경우 6개월이 지나고 있다. 보호 효과가 떨어질 시기가 됐다. 전국민 2차 접종을 마치면 11월부터는 고위험군 부스터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9월까지 부스터샷 중단해달라”

한 국가 차원에서 부스터샷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야를 전 세계로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진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1회 추가 접종은 다른 나라에 돌아갈 백신 물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미 백신접종률은 나라별 경제력에 따라 격차가 뚜렷하다(위 그림 참조). 8월16일 기준 고소득 국가는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이들이 인구의 60%에 육박하지만 최빈국은 1.3%에 그친다.

극단적인 백신 불평등 속에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의료진과 고위험군을 보호할 백신 물량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사 출신인 우간다의 크리스 보리오먼시 장관은 〈가디언〉과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돈이 있어도 백신을 구할 수가 없다. 이것은 백신에 대한 접근성과 형평성에 대한 도전이다. (이미 백신을 가진) 서구 세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서구 세계는 자신들의 인구에만 집중한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부스터샷 접종을 최소 9월 말까지는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WHO는 9월까지 전 세계 인구의 최소 10%가 백신을 맞게 하자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인도적인 차원을 넘어 글로벌 차원의 팬데믹 대응 측면에서도 백신 불평등 해소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백신 공급에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최적의 결정을 해야 한다. 선진국에 부스터샷을 하는 것과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한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보급하는 것 둘 중에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여러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인구가 많을수록 변이가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비행기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 비유하고 싶다. 선진국이 앞자리, 저소득국이 뒷자리에 타고 있다면 부스터샷은 앞자리에 앉은 승객들이 자기는 출구에 가까우니 금세 탈출할 거라 생각하고 얼마 안 되는 소화기로 앞에 남은 잔불을 끄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뒤쪽의 큰 불을 끄지 못하면 결국 그 비행기는 추락한다. 이 때문에 IMF나 월드뱅크에서도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을 강조한다(장영욱).”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공평하게 백신을 공급해 유행을 통제하고 변이 출현을 막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반박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는 시나리오는 백신 생산량 증대다. 유니세프의 ‘코로나19 백신 시장 대시보드’에 따르면 현재 출시돼 있는 백신들로 한정하더라도 2022년 예정된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은 226억 도스로 집계된다. 승인을 받지 못한 백신까지 포함하면 424억 도스까지 늘어난다. 제약사들의 생산 계획을 100% 신뢰할 수는 없기에 실제 생산량은 더 적을 확률이 높지만 올해와 비교하면 공급 측면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부스터샷이 확대되면서 선진국들이 인구수를 훨씬 뛰어넘는 물량을 계약한다면 해가 바뀌어도 백신 불평등 문제는 해소되지 못할 수 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