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코로나19로 인해 성장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대체육(대체 단백질 식품)’ 시장이다. 지난해 4월부터 전 세계 육류 공급량의 65%를 맡아오던 미국·브라질·캐나다 공장이 연이어 폐쇄됐다. 육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 명에 이른 탓이다. 지난해 4월2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전역에서 돼지고기 생산량 3분의 1이 줄었으며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고기 대란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는 1인당 육류 구매량을 3개로 제한하는 ‘육식 제한령’까지 내렸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제로 공장을 재가동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만큼 시장 충격이 컸다.

신선육 공급이 타격을 받자 대체육 판매량이 치솟았다. 지난해 5월 초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4월 셋째 주 미국 내 식물성 대체육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0% 폭증했다. 8주 동안 판매량은 265% 증가했다. 육류 공장들이 폐쇄된 시기와 맞물린다. 대체 단백질 식품 스타트업 투자 역시 코로나19 감염병이 유행한 2020년에 역대 최고치인 30억 달러(약 3조4700억원)에 이르렀다. 식물성 대체식품은 2018년부터 2020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식품산업 전체 판매 성장률인 17%를 뛰어넘는 43% 성장률을 보였다. 대체육 식품 시장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틈새시장을 넘어 주류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같은 변화에는 코로나19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형 육가공 공장은 생산시설이 밀집되어 있고 공정 과정도 노동집약적인 만큼 감염병 확산에 취약했다. 결국 육류 유통 공급망의 위기로 이어졌고 이는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원으로 대체육을 주목하게 했다.

코로나19는 육류 섭취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설문조사 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소비자 86%가 코로나19 이후 육류 소비 습관을 바꿀 것이라고 답했고, 약 40%는 육류 가공품의 소비를 최대한 줄여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비영리 식품연구기관인 좋은식품연구소(GFI)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식물성 고기 산업 규모는 9억1000만 달러(약 1조620억원)로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미국의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가 중국 내 스타벅스·피자헛·타코벨 진출에 박차를 가한 이유다. 대체육 시장은 더 이상 채식 인구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7월23일, 식물성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더플랜잇은 ‘엑스프라이즈 미래의 단백질(XPRIZE Feed the Next Billion)’ 경진대회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비영리재단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인류가 직면하게 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세계 인구가 2050년까지 10억명이 증가한다는 가정하에 늘어나는 육류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미래의 대체 단백질을 개발하는 것도 포함된다. 더플랜잇의 양재식 대표는 “‘미래의 단백질’ 과제를 낸 주체가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다. 세계식량계획은 전통적 육류 소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대체 단백질 개발은 분명하게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대체 단백질 식품과 지속가능한 식품 생산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임팩트 투자사 인비저닝 파트너스의 차지은 파트너는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하기 위해선 식품산업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지적한다. ‘지속가능 발전 목표’에는 빈곤·질병·난민·주거·에너지 문제 등 중대하고 시급한 목표들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데드라인은 2030년이다.

인비저닝 파트너스 같은 경우, ‘기후 테크’ 기업에 최우선 순위로 투자하고 있다. 새우 세포로 배양육을 제조하는 ‘시옥미트’, 100% 식물성 소재로 대체육을 만드는 ‘지구인컴퍼니’, 동물 도축 없이 콜라겐과 젤라틴을 만드는 ‘젤라텍’ 등이 그 대상이다. 인비저닝 파트너스만이 아니다. 국내 산업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체육 업체에 대한 투자가 늘고, 대체육 연구개발에 적용되는 ‘푸드 테크’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단백질 ‘재배·사육 시대’에서 ‘추출·발효·배양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체육 기술은 시간과 공간을 보정하는 일

그럼 대체육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대체육은 고기 단백질을 대체하는 원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콩, 밀, 호박, 버섯 등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제조한 식물성 대체육, 시험관 고기라 불리는 배양육, 식용 곤충 단백질 식품, 해조류 단백질 식품 등으로 구분된다. 기존 콩고기가 식물성 재료를 배합한 반죽에 글루텐을 굳혀 퍽퍽한 식감으로 외면받았다면 요즘 식물성 대체육은 단백질 압출성형 기술을 통해 고기의 결을 살리며 수분함량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대체육 시장에서 식물성 대체육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다. 콩의 뿌리에서 추출한 헴(heme) 성분으로 붉은 육즙을 재현해 ‘피 흘리는 채식 버거’로 유명한 임파서블버거, 코코넛오일로 식감을 재현한 비욘드버거 등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대체육 제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배양육은 동물의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증식시켜 조직을 배양하는 방식이다. 기존 축산보다 토지·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큰 폭으로 감소시킬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의 태아 혈청을 이용하는 경우 윤리적 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포배양 과정에 유전자 편집 기술이 사용되는 것도 상용화에 걸림돌이다. 유럽에서는 유전자 조작 제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규제한다. GFI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대체 단백질 투자액은 약 31억 달러(약 3조5000억원)이다. 전체의 69.2%가 식물성 단백질 식품이고, 18.9%는 발효 기반 단백질이며, 배양육은 약 11.8%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포배양 기술이 고도화되고 동물복지, 환경의 지속성에 관심이 커질수록 배양육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리라 예상된다.

이미 대체육 기술은 첨단기술과 맞물려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로 대체육을 만드는 이진규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대체육 기술을 ‘시간과 공간을 보정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배양한 세포는 덩어리 형태다. 그중 단백질 덩어리와 지방세포 덩어리 등을 분리해 적절하게 다시 배치함으로써 원하는 식감을 구현할 수 있다. 마블링 같은 생물의 ‘맛’은 성장하는 시간이 쌓인 흔적인데 그것을 압축하는 거다. 이것을 이용해 프린팅을 위한 재료, 즉 카트리지를 만들고 소비자들은 마치 전자레인지처럼 흔해질 가정용 3D 프린터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맞춤형 식사를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푸드 테크의 혁신에 의해 생산되는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고기’ 형태가 아닌 식물성 생선·달걀·치즈 같은 제품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주고 있다. 특히 녹두를 원료로 식물성 달걀을 생산하는 미국 스타트업 ‘잇저스트(Eat JUST)’는 제품 생산 3년 만에 1억 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했으며, 2016년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1600억원)를 넘기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7년부터 배양육 치킨을 개발해 현재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배양육 제품을 판매하게 되었다. 이 밖에도 토마토로 만든 식물성 참치회, 배양 새우, 3D 프린터로 만드는 연어 등 대체 해산물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이진규 교수팀이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대체육. ⓒ시사IN 신선영

고기만을 고기로 보자는 주장

기후위기와 혁신 기술이 만나 우리의 식탁 풍경을 바꾸고 있다. 더플랜잇의 양재식 대표는 10년 내에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는 시점이 올 것이라 말한다.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트에서 고기를 사는 게 당연하지 않은 때가 올 거다. 기후위기나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육류세를 도입할 수 있다. 육류세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변화는 가속화될 거다. 식물성 고기나 마요네즈, 달걀이 자연스럽게 밥상에 오를 것이다.”

물론 저항도 있다. 고기만을 고기로 보자는 법·제도가 등장한다. 대체육 제품에 ‘고기’ 또는 ‘육류’와 같은 명칭을 표기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안이 전 세계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8년 미주리주를 시작으로 ‘고기’라는 표기를 실제 가축의 도축으로 나오는 육가공 제품에만 사용하게 하는 법안이 다수 제정됐다. 채식기반식품협회(PBFA) 등은 헌법이 명시한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유사한 법안 초안이 2019년 4월, 유럽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이어지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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