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6일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재용 특별사면·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오는 8·15 광복절을 맞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7월 말이면 가석방 기준인 ‘형기의 60%’를 채우게 되므로 특혜도 아니랍니다. 여론조사에서 찬성 답변이 많고, 여당의 유력자들로부터 호의적 발언도 나옵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뇌물공여 혐의 등이 인정되어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그의 수감은 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 때문입니다. 그 뇌물은 특히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 힘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가 삼성물산의 대주주 국민연금공단(9.92%)에 ‘합병에 찬성하라’고 압박했는데, 이 압박이 뇌물의 대가라는 것입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에 대해 7억7000만 달러(약 888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제기했습니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의 당시 합병비율(1대 0.35)이 엉터리였으므로, 이를 지지한 국민연금공단과 그 뒤의 한국 정부 역시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당히 터무니없고 충격적인 짓’을 저지른 것이란 논리입니다. ISDS 대응 부처인 한국 법무부는 ‘박근혜 전 정부의 압박’ 자체는 어느 정도 사실로 인정하지만, 그 개입이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고 반박합니다. 또한 두 회사의 합병비율이 합법적(자본시장법)으로 산정되었으며 ‘기업가치 평가(이에 따라 합병비율 산정)액’ 역시 다양하게 나오기 마련이므로,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결정을 ‘터무니없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법무부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기업가치 평가액은 기업의 현재 주가, 자산가치, 수익전망 가운데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를 수 있습니다. 2015년 당시 국내외 유력 평가기관들이 매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가치 역시 각각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저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제공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청와대가 압박하지 않았더라도,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이후 수십 년 동안 연금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처지라면 투기자본의 편을 들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부회장의 뇌물은 국정농단의 한 원인을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의 국고에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털 기회를 엘리엇에게 제공했습니다. 앞으로는 ‘최고 경제 권력자’와 법치주의를 둘러싼 논란을 야기해서 ‘사회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형기를 채우든 가석방(혹은 사면)되든 ‘경제 권력자’들은 정치권과 담합해서 뭔가를 해결하려는 반사회적인 버릇부터 청산하기 바랍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