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1500명 수준을 넘고 있다. 하지만 예방의학자로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험은 상당 부분 극복된 것으로 판단된다. 델타 변이 발생으로 이전에 비해 전파력은 높아졌지만, 코로나19 감염 취약계층인 고령층이 대부분 백신 예방접종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치명률과 독성은 매우 낮아졌다. 실제로 하루 평균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2명 수준으로 줄었다. 독감 유행 시기에 독감으로 인한 폐렴 등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보다 통계수치상으로는 적은 편이다.

최근 영국이 방역 규제 해제에 돌입한 것도 단순히 정치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 유행 장기화에 따른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판단으로 위험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국민 대다수가 1차 접종이라도 마치는 8월 말 즈음해서 거리두기 완화 등을 단계별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는 코로나19 대유행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 어린이와 학생들의 건강 문제가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하고,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양육·신체활동 촉진 등의 기능이 중단되었다. 개원의로서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현장에서 많은 문제점을 피부로 느낀다. 영아의 경우 부모의 마스크 착용 때문에 입 모양을 따라 배우지 못하면서 언어습득이 늦어지기도 한다.

아동들 사이에는 기본적 신체활동이 제한되면서 소아비만과 체형 이상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소아비만을 단순한 과체중으로 봐서는 안 된다.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도하게 쌓여 각종 대사장애를 동반하면서 성인 비만으로 연결되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최근 필자가 직접 학생 건강검진을 실시한 7개 초등학교 2700여 명의 경우엔 비만 유병률이 16%를 웃돌았다. 학생들의 신체활동이 줄고 과식과 컴퓨터 및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면서 척추측만증과 골반 틀어짐, 심지어는 X자형이나 O자형 다리 증상도 많아졌다.

그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아비만 방지 5대 수칙’ 등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생긴 문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부모가 출근하면서 차려놓은 아침을 아이들이 늦잠을 자느라 먹지 못하게 된다. 학교급식을 못하게 되니 채소와 과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의 건강부터 챙기는 일이 코로나19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연합뉴스

아이들이 세끼 식사를 골고루 하고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기도 어렵다. 특히 ‘컴퓨터와 TV는 하루에 2시간 이내로 본다’ ‘매주 3회 이상 운동한다’ 같은 소아비만 예방의 기본 수칙도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악화 속도도, 개선 속도도 빠른 아이들 건강

지난해와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생 건강검진도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얼마나 문제가 심각해졌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교육청에서 각급 학교로 공문을 내려서라도 우리 아이들이 하루빨리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2학기부터 전면 등교수업을 예정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건강상태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아이들의 건강상태는 악화되는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조금만 치료하고 기본 수칙을 지키면 급속히 개선되기도 한다.

이미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9월3일 국회에 제출될 2022년 예산안에는 코로나19 방역뿐 아니라 종식 이후 경제 활성화 및 후유증 최소화를 위한 예산들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에 앞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부터 챙기는 일이 코로나19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기자명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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