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9일 도쿄 고마자와 올림픽공원 체육관 앞에서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이는 시민. ⓒAP Photo

전례 없는 분위기에 휩싸였던 도쿄 올림픽이 7월23일 조용히 개막했다. 취소된 한·일 정상회담 및 ‘이순신 명언 대 욱일기’ 사건 등 한·일 관계를 제외하더라도 이번 도쿄 올림픽은 시작부터 문제투성이였다.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올림픽 기간 중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제4차 긴급사태를 선언했지만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 3000명 이상씩 확진자가 발생한다. 도쿄 역시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확진자 수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도쿄의 경우, PCR 검사 대상자가 하루에 1만명도 안 되는데 확진자가 1000명 이상이니 실제 감염자 수는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게다가 20~30대의 감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증상이 있는 이들과 그들의 밀접접촉자 위주로 PCR 검사를 하고, 통계에 잡히는 일본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무증상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이 몇 배는 더 될 것으로 막연히 추정할 뿐이다. 실제로 내가 업무상 만나는 일본인들은 정부와 도쿄도의 확진자 통계를 믿지 않으며, 이구동성으로 ‘발표된 확진자 곱하기 3 정도가 실제 감염자 수 아닐까?’라고 말한다.

두 번째 문제는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외국인 입국자 관리다.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8만여 명이 입국했다. 각국 선수단 및 관계자들이다. 일본 정부는 ‘버블 방식(입국한 선수들의 외부 접촉을 물방울처럼 차단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올림픽 방역 시스템)’으로 철저히 통제해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 대회를 진행하겠다고 매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신규 입국한 외국인들을 제대로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미 현실에서 증명되었다.

지인 중 한 명이 일본의 한 방송국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데, ‘요즘 긴자에 나가면 한동안 안 보였던 외국인들이 득실거린다’고 말한다. 그들이 일본에 살고 있는 거주 외국인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림픽 기간을 맞이해 갑자기 늘어난 외국인들은 과연 누구일까. 프로듀서는 “보도는 거의 안 나가고 있지만 그들이 도쿄 올림픽 관계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한다. 일종의 소거법이다. 재일 외국인들은 도쿄에 계속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일반 관광객일 가능성도 적다.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 기간 중 해외 관광객 방문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국민 여론이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올림픽 개최 찬성 여론(무관중 개최 포함)이 60% 이상이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아사히 신문〉 여론조사(7월19일)를 보면 시민의 55%가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찬성은 불과 33%에 그쳤다. 일본 정부가 매일같이 강조하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도쿄 올림픽 개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68%에 달한다(‘가능하다’는 21%). 즉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국민들의 여론이 올림픽을 우려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때 올림픽 개최 찬성 여론이 60%를 넘었던 이유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G7에서 주요 선진국 정상들이 도쿄 올림픽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뒤 40쪽에 달하는 G7 공동선언서 전문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실린 일본어판 전문을 읽어보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에 관련된 내용은 가장 마지막 부분 세 줄, 87자에 불과하다. 공동선언서 전문을 일본어로 번역하면 3만9795자가 나오니 올림픽 관련 부분은 0.002%에 해당한다. 그 87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세계 단결의 상징으로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형태로 2020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개최하는 것에, 우리들의 지지를 다시 한번 표명한다.” 스가 총리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던 ‘각국 정상들의 전폭적 지지’와 상당히 다른 뉘앙스다.

6월20일 도쿄 올림픽 참가를 위해 일본에 도착한 우간다 대표팀. 구성원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올림픽 이후에야 백신 재접종 본격화

마지막 이유는 지지부진한 백신접종률이다. 올림픽을 사흘 앞둔 7월19일 현재 일본의 백신접종 현황을 보면, 1차 접종자가 4352만3643명이다. 2차 접종까지 끝난 사람은 2839만7611명. 접종률은 각각 34.2%와 22.3%다. 7월 말, 2차 접종까지 전원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고령자 접종 현황은 1차 완료자가 2921만1153명(82.3%), 2차 완료자가 2128만9629명(60%)에 그쳤다. 한때 하루 140만 회를 접종했던 일본의 접종률이 정체된 이유는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노 다로 백신담당상은 7월16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예약 중지 상태인 기업(職域) 대량접종을 8월9일 이후에 실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량이 없다’고 백신 책임자가 털어놓은 것이다.

스가 내각은 3월부터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백신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암암리에 밝혀왔다. 1억9000만 회 분량을 확보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거짓이었다. 무엇보다 고노 다로 백신담당상이 공개적으로 대량 재접종 시기를 밝힌 8월9일은 도쿄 올림픽 폐막 다음날이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백신에 ‘올인’했는데, 정작 백신 재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는 올림픽 이후인 셈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르브론 제임스(미국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미국 농구선수), 라파엘 나달(스페인 테니스 선수) 등 세계적 스타들이 불참을 표명했다. 프로 선수는 자신의 몸이 전부다. 한국 돈으로 수백억 원 단위의 몸값인 그들이 불참을 선언하는 것 자체가 도쿄 올림픽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런 이유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이번 올림픽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좀 더 복잡한 정관계 로비와 국제적 커넥션의 기운이 느껴진다. 발단은 지난 6월5일 방송된 일본 TBS 〈보도특집〉의 ‘도쿄 올림픽 관계자 1인당 일당 35만 엔 책정’에 관한 내부고발이었다. 자신을 일본 올림픽위원회(JOC) 관계자라고 밝힌 그는 위원회의 내부 경리회계 문건을 들고나와 ‘막대한 예산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곳에 사용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방송 이틀 뒤, JOC의 모리야 야스시 경리부장이 전철 선로에 뛰어들었다. 향년 43세. 사학 명문 호세이 대학을 나와 20년 동안 JOC에서 경리회계 업무를 담당한 베테랑이었다. 역 내부의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자살’로 종결됐다. 하지만 그는 왜 이 공교로운 시기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일까? 물론 TBS 〈보도특집〉 내용에 대해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저널리스트 사토 아키라는 이 사건이 그리 단순하게 풀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가 유튜브 채널 ‘일월만책(一月万冊)’에서 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얼마 전 도쿄 올림픽위원회의 베테랑 간부가 자살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20년간 근속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게다가 그는 올림픽 예산을 전부 총괄했던 경리부장이다. 의문을 품어야 정상인데, 어디에서도 보도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취재를 좀 해봤는데 2012년 도쿄 올림픽 유치위원회의 IOC 위원 매수 스캔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사안이다.”

도쿄 올림픽 유치를 둘러싸고 로비 의혹에 휩싸인 사토미 하지메 세가사미 홀딩스 회장. ⓒWikipedia

일본 시민에겐 거의 안 알려진 사실

사토 아키라 씨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검찰이 JOC의 다케다 쓰네카즈 전 회장을 IOC 위원 매수 사건으로 수사 중이다. 세네갈의 세력자인 ‘라민 디악’ 일가가 운영하는 싱가포르 기업에 출처가 불분명한 200만 달러가 입금된 사실이 있다. 라민 디악 일가는 올림픽 개최지 선정 표결권을 가진 아프리카 IOC 위원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세력이다. 이 수상쩍은 자금 흐름의 배후 인물로 다케다 전 회장이 지목된 것이다. 사토 씨는 “그 돈은 일본의 가노지고로(일본 근대 유도의 창시자) 재단과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가노지고로 재단은 누구로부터 돈을 받았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한 뒤 다음과 같이 답한다.

“놀랍게도 세가사미 홀딩스의 사토미 회장이 개인 명의로 가노지고로 재단에 2012년부터 2년에 걸쳐 약 4억 엔(약 42억원)을 기부했다.”

사토미 하지메 회장은 빠친코 및 슬롯머신 기기 개발, 해외 리조트 사업 등으로 막대한 부를 일궜으며 정계의 후원자로도 유명하다. 사토 씨의 다음 이야기에 따르면 올림픽 유치에도 ‘큰일(?)’을 했다.

“사토미 회장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연 비밀 파티에서 ‘도쿄 올림픽은 내가 따온 것’이라고 자랑했다. 스가 관방장관이 사토미 회장에게 ‘올림픽을 유치해야 하는데 당신이 가노지고로 재단에 4억~5억 엔 정도 기부했으면 한다’고 해서, 돈을 선뜻 내놓았다고 한다. 그 돈이 가노지고로 재단을 통해 IOC 위원 매수에 쓰인 것이다.” 사토 씨는 “이 돈의 흐름을 모리야 경리부장은 아마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사토미 회장의 세가사미 홀딩스가 주력 사업인 빠친코, 슬롯머신 기기 개발 부문 등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부진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아베 전 총리의 전략적 육성 산업 중 하나인 요코하마 카지노 리조트(IR)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하더니 실제로 디벨로퍼로 선정되었다. 참고로 사토미 회장의 사위는 자민당 ‘국제관광산업진흥의원연맹(IR연맹)’ 소속인 스즈키 하이토 자민당 중의원이다. 사토미 회장 딸의 결혼식에는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등 유명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이런 정황을 단순한 음모론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겠지만 명백한 ‘팩트’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 검찰의 다케다 전 JOC 회장 조사’ ‘JOC 경리부장의 사망’ ‘올림픽 관계자 일당 45만 엔(관리비 포함)’ ‘세가사미의 IR 사업자 선정’ 등이 그렇다. 이토록 ‘떡밥’들이 넘쳐나는데, 일본 시민들에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왜? 언론들이 취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이 시작도 전에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실패’들도 일본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순간 모조리 잊히겠지만 말이다.

기자명 박철현 (일본 데쓰야공무점 대표·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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