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열대야가 찾아온 7월14일 밤, 서울 여의도 일대에 ‘사장님’들이 모였다. 카페, 치킨집, 호프집, 스크린야구장, 볶음밥집, PC방, 코인노래방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비대위)’는 이날 밤 11시 국회둔치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차량 500여 대로 광화문과 서울시청을 오가며 심야 차량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경찰은 이들 시위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대대적 단속을 벌였다. 둔치주차장 길목에만 30여 명의 경찰이 배치되고 지나는 사람과 차량들을 일일이 검문했다.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이 여의도 곳곳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가운데, 밤 10시20분경 형형색색의 가게 홍보 문구와 사진을 두른 다마스 한 대가 서강대교 남단을 향해 왔다. 서울 마포구에서 볶음밥집을 운영하는 이은표씨(55)의 영업용 차량이었다. 급하게 경찰 여럿이 달려와 진입을 막았다. “무조건 막아서 될 일이 아니라니까! 보상을 해준다고 말만 하지 말고 진짜 언제 해줄 건데? 사람 다 죽고 나서 해줄 거야?” 경찰과 기자들 앞에서 이씨는 울분을 토해냈다.
실랑이 끝에 밤 11시30분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심야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산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경찰의 확성기 소리 틈에서 경기석 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코인노래방 운영)가 발언했다. “작년 한 해 국가가 영업하지 말라면 안 했고, 시간제한도 참았고, 구청에 가서 감염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확약서도 썼다. 지금 환자가 급증하는 게 자영업자 때문이 아닌데 책임은 왜 자영업자가 지나? 집합금지, 영업제한 했으면 보상을 하라. 최저생계비를 주든가 임대료와 공과금이라도 낼 수 있게 해달라.”
매달 500만원씩 적자를 보며 4개월째 가게 월세가 밀려 네 살, 여섯 살 아이들의 식비를 줄인 스크린야구장 사장 김 아무개씨(40), 운영하던 두 곳 중 한 곳은 지난겨울 폐업하고 나머지 한 곳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집을 팔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인 PC방 사장 이준영씨(45), 하루 한두 팀 손님이 찾아와도 동네에 ‘망한 가게’로 소문나는 게 싫어서 밤 10시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열어둔다는 호프집 사장 임동희씨(35) 등이 비상 깜빡이를 켠 채 세워둔 차량 안팎에서 시위에 참여했다. PC방 사장 이준영씨는 말했다. “백화점은 이제껏 QR 체크인도 안 했더라고요. 우리는 1년 전부터 다 했는데. 다 같이 힘들면 이해를 해요. 불공평하니까 화가 나는 거죠.” 김기홍 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PC방 운영)는 정부와 언론을 향해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집회 참가자들의 손에는 ‘근조(謹弔)’ 깃발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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