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8일 서울 강남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2021년 여름이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도, 거리두기 단계도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가장 높은 수준에 들어섰다. 예방접종이 탄력을 받으면서 일상 회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들뜬 분위기는 일순간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왜 이처럼 코로나19 유행 국면이 돌변한 것일까. 백신접종자는 늘어났는데 어째서 3차 유행보다도 더 큰 파도가 밀려왔을까. 우리는 팬데믹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여러모로 당혹스러운 4차 유행이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4차 유행의 원인이 있다. ‘교묘한 균형’이 깨졌다는 점이다. 지난 몇 개월간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00명대에서 700명대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확산세를 늘리려는 힘과 줄이려는 힘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면서 일종의 ‘보합세’가 지속되었다. 6월 들어 이 위태롭던 균형을 ‘톡’ 건드리는 변수가 연이어 발생했다.

첫 번째는 7월부터 거리두기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예고다. 이는 꽤 강한 신호로 작용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방역에선 시민들의 심리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마스크 덜 써도 된다’ ‘사람들 더 모여도 된다’ 같은 방역 완화 예고 메시지는 거리두기 단계가 실제로 낮아지기 전부터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변화시켰다.

여기에 ‘델타 변이’ 유입이 기름을 부었다. 델타 변이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는 본래 알려졌던 코로나19 R0 값(2.5)의 두 배인 5 정도로 추정된다. 수도권의 델타 변이 검출 비율은 6월 둘째 주 2.8%에서 7월 첫째 주 26.5%까지 증가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실제 신규 확진자에서 델타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정부 발표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 현재 질병관리청에서 시행하는 검출 검사는 델타 변이가 전체에서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알기 위해 하는 검사가 아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사례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려는 목적의 검사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클러스터에서 델타 변이가 확인되면 그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검출 검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정재훈 교수는 “오늘 기준(7월10일)으로 아마 신규 확진자의 최소 50%가 델타 변이 감염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치료 활성화와 위험에 대한 합의

돌이켜보면 7월의 확진자 증가는 어느 정도 예정돼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확진자를 늘리는 변수다. 델타 변이의 위력이 예상보다 강력하지만 변이 역시 몰랐던 변수는 아니다. 실제로 7월에 방역 완화 메시지가 나가면 확진자 수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여러 연구팀에서 방역 당국에 보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진정으로 의문스러운 점은 ‘왜 7월에 확진자가 큰 폭으로 불어났을까?’가 아니다. ‘왜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에 대한 구상 없이 7월을 맞이했을까?’가 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방역 당국은 이 상황을 내다보지 못했을까.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확진자 증가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유행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신호 관리’의 실패다. 7월 거리두기 개편은 마치 7월1일을 ‘디데이’처럼 여기게 했다. 이는 정부가 예상했던 수위 이상으로 공명하며 사회적 분위기를 급격히 느슨해지게 만들었다.

정부가 백신접종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던 6월 초중순의 상황에 도취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몇 달째 이어진 ‘교묘한 균형’이 이런 자신감을 부추겼다. 방역 일선의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전파와 방역 사이에 절묘한 균형으로 500명 안팎에서 관리가 되어왔다. 그런 균형이 50대 예방접종이 끝나는 8월 말까지 유지되기를 낙관적으로 바랐던 게 아닐까 싶다.” 낙관은 빗나갔고 대가는 작지 않다.

4차 대유행의 양상은 앞선 유행들과 확연히 다르다. 확진자의 연령대를 19세 미만, 20~59세, 60세 이상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그래프로 나타낸 〈그림 1〉이 이를 잘 보여준다. 확진자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20~59세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60세 이상 확진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상반기 고령층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시행한 효과가 확연히 입증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차 유행 시기에 60대 이상 확진자 비율은 29.6%였으나 이번 4차 유행에서는 8.3%로 낮아졌다. 3차 유행 당시 특히 취약했던 요양원·요양병원 등도 한시름 놓은 모습이다. 박건희 안산시 상록수보건소장은 “요양원·요양병원에서 감염 사례가 발생하기는 하는데, 확진자가 생겨도 집단감염으로 번지는 일은 이제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확진자는 큰 폭으로 느는데 사망자가 늘지 않는 상황은 팬데믹의 새로운 국면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이전의 대응 태세를 더욱 강도 높게 시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일차적으로는 고위험군 보호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60대 인구의 2차 접종이 완료되지 않았고, ‘준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50대는 아직 예방접종을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새로운 국면에 적합한 정책과 인식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4차 유행이 위험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팬데믹의 위험성은 절대적인 숫자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체계의 한도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가 위험을 규정한다. 국내에 자가(自家)치료가 활성화돼 있고, 수용 가능한 위험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일일 확진자 1500명도 안정적인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방역 대응체계는 그렇지 못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대응은 ‘시설 격리’가 기본이다.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중증 환자뿐 아니라 무증상·경증 환자들도 생활치료센터나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모두 이송되고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7월11일 기준 수도권 코로나19 병상 현황을 보면 위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중환자 병상은 493개 가운데 185개를 사용 중이다. 남아 있는 병상은 308개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 반면 생활치료센터는 가동률이 75%, 감염병 전담병원은 67% 수준에 도달했다. 남은 병상은 각각 1645개, 1115개다. 최근 수도권에서 하루 확진자가 900명 이상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며칠 내에 소진될 병상이다.

의료 부하는 상부(중환자) 대응 자원이 꽉 차도 발생하지만 하부(무증상·경증 환자) 대응 자원이 꽉 차도 발생할 수 있다. 지금처럼 확진자 모두를 시설에 격리하는 방식이라면 고위험군이 보호돼 중환자가 줄어들더라도 전체 유행 규모로 인해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설 격리 중심의 방역 체계는 그동안 대부분 자가치료를 기본으로 하는 해외 다수 국가들과 비교해 K방역의 성과이자 장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닥칠 어떤 국면에서는 전환이 필요한 옛 ‘관습’일 수도 있다.

이재갑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7월1일에 방역을 완화하고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용인하기 위해서는 5~6월부터 준비를 했어야 한다. 경증 환자는 이제 집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출구전략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했다. ‘중환자 병실에 여유가 있으니 괜찮아’라고 할 게 아니다. 확진자가 2000명, 3000명 나와도 일반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어야 한다.” 정부는 4차 유행에 진입해서야 ‘자가치료’ 적용 범위 확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지금은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라 만 12세 이하 어린이가 확진되거나, 돌봄이 필요한 자녀가 있는 성인이 확진되는 경우에만 자가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7월14일 서울 성동구 무학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단계 목표는 상승 꺾고 시간 버는 것

시스템만 갖춰진다고 전환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확진자가 가족과 이웃에게 전파를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자가치료를 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확보되어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내 옆집’에 확진자가 머무르는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2020년의 코로나19와 2021년의 코로나19가 무엇이 같고 다른지, 인식과 사회적 대응의 기준점을 새로 설정해야 출구전략으로 가는 길 곳곳에 놓인 심리적인 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맞춰 대응 시스템을 전환하지 못한 대가는 결국 누군가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다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수도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대표적이다. 그간의 역학 데이터에 비춰보면 학교는 다른 곳들에 비해 안전한 장소다(〈시사IN〉 제700·701호 ‘1년의 교육 공백 100년의 빚’ 기사 참조).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크게 위험하지 않을뿐더러, 교내에서는 집단감염이 발생해도 확산 규모가 관리 가능한 수준에 머문다. 박건희 소장은 그간의 경험을 반추하며 이렇게 말했다. “학교는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는 곳이다. 등교 전에 앱으로 의심 증상 여부를 등록하고 마스크 쓰기도 잘한다. 유행이 생기는 학교도 가끔 있지만 한 반이나, 한 층을 넘어서 한 학교 전체로 확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사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상당히 예측 가능하다. 만나는 사람이나 활동하는 공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집단감염 사례에 비해 수습이 쉬운 편이다.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도 학교는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공백의 영향을 연구하는 김현철 홍콩 과학기술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방역적으로 실익은 없는데 비용은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과학적 증거가 이렇습니다. 아무리 유행이 심하더라도 안전하게 학교를 열어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겠습니다’라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2학기 전면 등교를 두고는 또다시 물러서는 일이 없어야 한다.”

수도권에서 오후 6시 이후 2인 초과 모임 제한 등으로 사실상 저녁 장사를 접게 된 자영업자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손실보상금 지급 방안을 담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7월 초 국회를 통과했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데다 지급 기준이나 금액, 지급 시기는 7월 중순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가 연합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7월14일 밤 여의도에서 항의 시위에 나섰다(“불공평하니까 화가 나는 거죠” 기사 참조).

서울의 한 노래연습장에 붙은 휴업 안내문. ⓒ연합뉴스

7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상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방역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더 큰 피해와 손실을 막기 위한 비상 처방이다. ‘짧고 굵게’ 끝낼 수만 있다면 일상의 복귀를 앞당기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과연 앞으로 2주 동안 ‘짧고 굵게’ 고통을 감내하면 빛이 찾아올까.

목표가 4차 유행 이전의 확진자 수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4단계 조치는 확진자 규모를 눈에 띄게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다. 그냥 두면 2000명까지 치솟을 수 있는 상승 곡선을 꺾고 50대 예방접종률을 올릴 수 있는 몇 주간의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렇다면 4단계 거리두기는 언제 종료할 수 있을까. 정재훈 교수는 “종료 시점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행이 왔다 가면) 베이스라인이 항상 높아지기 때문에 확진자 숫자로 구분하는 거리두기 단계는 일회용이다. 그걸 기준으로 단계를 잡아버리면 거리두기 단계를 풀 수 없다.”

우리가 찾는 출구의 모습이 ‘코로나19가 없는 세상’이 아니라는 점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백신접종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국가에서도 대규모 확산이 발생하고, 전파력이 강해진 변이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다만 백신이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되는 사태를 예방하는 효과는 일관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바이러스 전파가 지속되고 유행 파도가 몰려왔다 밀려가기를 반복해도 우리의 일상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황이 이 출구의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일 것이다. 이는 확진자를 대폭 줄여서가 아니라, ‘위드(with) 코로나’에 알맞은 형태로 사회적 방역 태세를 전환해가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시민 수백 명이 선별진료소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고, 과로와 무더위에 보건소 직원들이 소진되며, 등교 제한으로 학생들의 배움이 가로막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다가올 미래는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준비에 달려 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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