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는 출판사와는 계약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시사IN 이명익

5월 초에 장강명 작가와 아작출판사가 각각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과문이 화제가 되었다. 내용을 보면 전적으로 출판사의 잘못이다. 아작출판사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을 펴내면서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다가 책 출간 이후에 계약금을 주었다. 아작출판사는 작가에게 알리지 않고 오디오북을 제작·판매했고, ‘6월과 12월, 연 2회에 걸쳐 판매내역을 저자에게 보고하고 30일 이내에 인세를 지급한다’는 계약서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

장강명 작가는 ‘아작출판사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한국 영화는 전국 관객이 몇 명인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공개됩니다. 그런데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인지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검증도 불가능해졌습니다. (중략) 출판사와 서점들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준비 중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하실 것을 촉구합니다. 개인적으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는 출판사와는 앞으로 계약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 일이 있고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이에 대해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서 반박문을 내면서 일이 더 커졌다.

이 논란을 이해하려면 출판 유통이 어떤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각 출판사마다 개별 서적도매상이나 서점과 맺은 계약조건과 방식이 다르다. 어떤 서점과는 ‘직거래’를 하기도 하고, 어떤 서점은 도매상을 통해 공급한다. 거래 방식이 다양하다. 이런 차이는 논외로 하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크게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방식으로 구별해보자.

온라인 서점은 출판사로부터 대개 책을 ‘선매입’한다. (예를 들어) 출판사로부터 100부를 특정한 비율로 사가고, 이를 판매한다. 온라인 서점이 출판사로부터 정가에 대비해 사가는 매입비율(공급률)은 출판사마다 다르고, 학술서인가 대중서인가 등에 따라 다르다. 출판사들은 온라인 서점에서 제공하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프로그램에 접속해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재고 현황은 파악하기 어렵다. 재고를 왜 파악할 수 없을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온라인 서점 입장에서는 책을 ‘선매입’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재산인 책 재고를 밝힐 이유가 없다. 이는 다른 유통업도 마찬가지다. 한 식품업체에 문의했다. “식품을 대형마트에 판매하고 나면, 다음에 재주문을 하거나 하면 ‘어느 정도 판매되었는지 재고가 없나 보다’ 하고 짐작한다. 유통업체가 재고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판매 트렌드 등을 알고 싶으면 대형 유통업체에서 판매 관련 정보를 구입해 파악한다.”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 출판사와 오프라인 서점은 대개 ‘위탁·임치 거래’를 한다. ⓒ시사IN 윤무영

출판사와 오프라인 서점은 대개 ‘위탁·임치 거래’를 한다. 출판사가 계약을 맺은 도매상으로 책을 보내고, 이 도매상에서 지역 서점으로 책을 배본한다. 출판사가 책 판매를 도매상 혹은 서점에 ‘위탁’하고, 책을 서점에 ‘임치’해두고 판매하고, 그 판매한 책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출판계의 오랜 거래 ‘관행’이다.

출판사들은 도매상과 거래하면서 ‘잔고’를 설정한다. 1000만원어치 책을 도매상에 보냈다고 치자. 출판사가 바로 1000만원을 받는 게 아니다. 책을 도매상에 보냈다고 해서 ‘다 팔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잔고’를 설정한다. 가령 2000만원으로 잔고 설정을 하면 출판사가 도매상에게 받을 돈이 ‘2000만원 잔고’를 넘어간 부분에 대해서 돈을 받는다. 이 잔고 액수는 출판사와 도매상의 계약에 따라 다르다. 이렇게 ‘위탁·임치 거래’를 할 경우 문제는 출판사가 ‘자신이 출간한 책이 어느 지역 서점에서 몇 부가 판매되고, 몇 부가 재고로 남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산망 얼개 간단해 보이지만 쉬운 일 아니다

왜 이런 방식으로 거래하게 되었을까? 서점에 책을 깔기 위해서다. 한 출판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위탁·임치 거래가 없이 ‘현매’로 유통사가 책을 사간다고 한다면 유통사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사려 할 것이다. 학술서라든가 판매가 잘 안 될 것 같은 책은 안 사가려 할 것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 깔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판매·재고 파악이 어려운 단점이 있음에도 ‘위탁·임치 거래’가 자리 잡은 이유다.

2017년 1월, 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 이후 출판유통 ‘선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출판사들은 발간 도서의 유통과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특히 도매상을 통해 지역 서점에 위탁된 도서의 유통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마련하자는 이야기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계에서 나왔다. 문체부와 출판인회의 등 출판계 사이에 논의가 진행되었고, 9월에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서비스가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 2017년 2월7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송인서적 채권 채무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전산망의 얼개는 이렇다. 출판사들은 보도자료, 주제어 분류 등 발간 도서에 관한 세세한 서지 정보(메타데이터)를 전산망에 입력한다. 이 데이터는 전산망을 통해 온·오프라인 서점으로 가게 된다. 현재 온라인 서점들은 각 출판사에서 개별적으로 자료를 받고, 지역 서점은 이런 도서 정보를 얻기 어려워 온라인 서점의 정보를 ‘서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점들은 전산망을 통해 서지 정보를 얻고, 이 전산망에 도서 판매·재고 정보를 올린다. 서점은 이 전산망을 통해 출판사 등에 도서 주문도 한다.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한 해 출간되는 출판 종수가 수만 권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산망 구축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출판 종수가 많은 대형 출판사는 구간의 서지 정보를 입력하는 게 ‘큰일’이다. 서점 처지에서는 매출을 밝히는 걸 꺼려할 수 있다. 이전에 전산망 논의가 어려웠던 것도 ‘필요는 한데, 가입했을 경우 나에게 어떤 이익이 있지? 내 매출 정보만 공개되는 것 아닌가’ 하는 대목에서 멈춰 섰기 때문이다.

현재 이 시스템의 장점을 꼽자면 출판사 처지에서는 책의 판매·재고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기 쉽다는 것이다. 서점 입장에서는 출판사로부터 서지 정보를 받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전산망 구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출판인은 “이 시스템이 자리 잡는 데 5년은 걸릴 거라고 본다. 얼마나 많은 출판사와 서점이 가입하는지가 관건이다. 장차 도서 유통의 80% 선까지 가입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등과는 뭐가 다를까? 영화전산망은 2003년 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전국 영화관의 스크린 연동률이 99%에 이른다. 출판시장과는 달리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영화 유통시장을 장악하면서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통합전산망이 확산될 수 있었다. 반면 2015년 4월 구축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서는 초기에는 전체 공연시장의 38% 수준의 데이터를 알 수 있었다. 공연 순위가 공개될 경우 쏠림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인해 공연업계가 가입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공연예술통합전산망으로의 공연정보 전송이 의무화되면서 2021년 현재는 98% 수준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장강명 작가가 지적한 판매·인세 정산의 투명성은 어떨까? 작가는 대체로 ‘판매된 책 혹은 출간된 책’ 정가의 10%를 인세로 받는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판매·재고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개발되고 있다. ‘인세의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 상태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작가가 자신의 책 판매 데이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출판사들은 도매상이건 서점이건 책을 보낼 때 ‘물류회사’를 통해 보내고, 출판사와 온라인으로 연결된 이 물류회사의 데이터에 접속하면 책의 출고 부수와 반품 부수를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물류회사의 데이터로 알 수 있다. 전산망 가입 여부와 인세의 투명성 문제는 조금 성격이 다른 문제다. 결국 투명한 인세 지급은 출판사와 저자의 신뢰 문제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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