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밀크티 동맹에서 만든 보이콧 명단에 포스코가 들어가 있다.ⓒ트위터 갈무리

세인트 기자(가명)와 연락이 닿을 때마다 그의 거처가 바뀌어 있었다. “군인들이 쫓아와서 숨어 있었다(5월15일).” “시민방위군(People Defense Force)에 방어 장비를 공급하던 동료 한 명이 어제 체포되었다(5월17일).”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느라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5월18일).” 툰 민 기자는 마감이 늦는다며 미안해했다. 그가 속한 언론사는 군부가 폐쇄한 독립 언론 중 한 곳이다. 회사가 문을 닫은 후, 군경을 피해 인터넷을 찾아다니며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Myanmar Now)〉 등에 기고 중이다.

3월16일 〈미얀마 나우〉에 그가 기고한 기사 중에는 슈웨 가스전 직원들의 시민불복종운동(CDM)에 관한 보도도 있었다. 엔지니어 등 직원 60여 명이 쿠데타에 반대하며 업무를 중단했다는 내용이다. 슈웨 가스전은 미얀마 4대 가스전 중 하나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최대 주주다. “원래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의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사실은 일반 시민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쿠데타 이후 점점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다.” 미얀마 현지에서 포스코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5월19일 새벽, 그의 메일이 도착했다. “포스코, 미얀마 군부에 재정 ‘연료’를 공급하는 회사”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그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이 담겨 있었다.

 

ⓒReuter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의 군대에 시민 800명 이상이 잔혹하게 사살되었다.

그동안 미얀마인은 한국 기업의 미얀마 진출을 환영했다. 한국의 금융·디지털 기업들이 미얀마에 들어올 때마다 자랑스러워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8년부터 미얀마에는 한인 소유 기업 100여 개가 진출해 있다. 또 한국수출입은행은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에 약 6억7000만 달러(약 7564억원)를 투자했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2021년 2월1일 쿠데타 발발 이후 미얀마에는 어둠의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미얀마 군부 총사령관)의 군대에 의해 시민 800명 이상이 잔혹하게 사살된 후, 미얀마인은 더 이상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원하지 않는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는 국가사업 관련 계좌에 손댔을 가능성이 크다.

미얀마에는 군부와 파트너십을 맺은 다국적 기업이 많다. 그중 하나가 포스코다. 포스코는 한국의 항구도시 포항에 본사를 둔 철강회사다. 세계철강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세계 4대 철강 생산업체 중 하나다. 미얀마에서도 가장 큰 투자자 중 하나다. 많은 한국인이 미얀마의 쿠데타에 반대하고 미얀마를 위해 응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 가운데 한국 기업의 돈이 미얀마 쿠데타 군부로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은 미얀마와 한국 두 나라 시민들에게 꽤 불행한 일이다.

 

ⓒ시사IN 조남진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로 지목된 포스코인터내셔널 인천 송도 빌딩.

“나는 한국과 한국인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한국 회사가 미얀마 군부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양곤에 사는 마 에이 아웅 씨(38)가 말했다. 기계공학자 코 툰 린 씨(29)는 한국 기업이 미얀마인의 뜻을 존중해서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얀마 라카인주 해안에 위치한 슈웨 가스전과 그 운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언급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슈웨 가스전을 운영한다. 이 가스전 사업은 미얀마에서 포스코가 가진 최대 사업이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슈웨 가스전 사업에서 지분 51%를 소유한다. 한국가스공사가 8.5%, 인도 국영가스회사가 8.5%, 인도 국영석유회사가 17%, 미얀마 국영석유가스기업(MOGE)이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시사IN〉 제710호 ‘미얀마 시민들이 묻는다, 포스코와 군부의 관계를’ 참조).

지난해 슈웨 가스전은 매출 6억2300만 달러(약 7033억원)를 올렸다. 이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수익금의 86%를 차지한다. 이 가스전의 영업이익은 2020년에만 총 2억7600만 달러(약 3116억원)에 달했다. 슈웨 가스전은 2013년부터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를 미얀마와 중국에 판매한다. 하루에 7억 세제곱 피트(cubic feet, 부피 단위)의 천연가스를 생산한다. 슈웨 가스전은 현재 확장 중이다.

석유 시추에 10년 이상 종사한 엔지니어 예 아웅 씨는 포스코가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떠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말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가스를 생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미얀마에만 판매되는 게 아닙니다. 중국에 가스를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회사가 책임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미얀마 정부가 허용한 시간 안에서만 가스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미얀마 정부의 협조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워지게 될 겁니다.” 그렇기에 예 아웅 씨는 포스코가 국민통합정부(NUG)와 대화의 장을 열어 사업을 멈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의 포스코, 단순한 가스회사 아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관련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업에서 나오는 가스 20%가 미얀마 국내 시장에 공급되므로 가스전 사업이 미얀마인의 일상생활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4월26일 일본 언론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 측은 투자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우리는 가스전 사업이 군사정권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5월4일 미얀마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단체들이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의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1만485명의 서명을 포스코에 전달했다.ⓒ참여연대 제공

포스코는 미얀마에서 단순한 가스회사가 아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양곤 중부에 위치한 군 소유 부지를 임대해 롯데호텔을 지었다. 철강 생산에도 관여한다. 이 또한 미얀마 군부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포스코C&C 홈페이지에는 1997년부터 ‘미얀마 포스코강판’이라는 이름으로 미얀마에 진출했다고 적혀 있다. 그 후 미얀마에 철강공장이 설립되면서 1999년 초 아연철판 생산이 시작되었다. 2013년 ‘포스코C&C’라는 이름의 자회사가 미얀마 군과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중반 이후 합병을 추진했고 2020년 ‘미얀마 포스코C&C’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쿠데타 이후 비판이 제기되자 포스코강판은 4월16일 미얀마 법인(미얀마 포스코C&C)과 미얀마 군부기업의 합작 관계를 종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미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 소유 회사 두 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얀마인은 한국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사들이 떠나면 국민들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말하는 미얀마인도 있습니다. 군사정권이 무너진다면,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견딜 수 있습니다. 제발 군부 자금 지원을 중단해주세요.” 마 에이 아웅 씨가 말했다. 대학생 코 텟 트웨 씨는 한국 회사가 천연자원을 팔아 미얀마인을 잔인하게 죽이고 있는 군에 자금을 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미얀마 시민의 증오만 받게 될 것입니다. 회사의 명성이 퇴색될 수도 있어요. 계속 미얀마에서 사업을 할 것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기 바랍니다.”

기자명 세인트(미얀마 독립언론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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