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8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월 현직 근로감독관이 논문으로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해 주목받았다. 주휴수당이란 주 1회 유급휴일에 받는 하루치 일당이다. 근로기준법은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예컨대 일주일에 8시간씩 주 5일을 일했다면, 40시간치 시급에 8시간치 시급을 추가로 받는다. 그런데 체불임금을 단속하는 근로감독관이 주휴수당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왜? 주휴수당 논문을 쓴 정석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근로감독관(40)은 〈시사IN〉의 인터뷰 요청을 사양했지만, ‘글을 쓴 것에 책임을 지겠다’며 몇 가지 질문에 답변을 했다.

왜 이런 논문을 썼나?

2015년의 일이다. 배달 사업장이었는데 시급을 1만원 주고 있었다. 옆의 가게는 9000원인 데 비해 시급이 더 높았다. 그런데 사업주가 주휴수당 개념을 몰라서 근로계약서에 표시를 안 했다. 그 사업장에서 2년 근무하고 퇴사한 노동자가 노동부에 신고했다. 주휴수당을 안 주면 법 위반이라고 했더니 사업주가 “시급을 더 많이 줬는데 왜 법 위반이냐. 이런 ‘개떡’ 같은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하더라. 그분은 이 일로 가정불화까지 생겼다고 했다.

물론 근로기준법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한다. 문제는 실제로 계약서에 ‘주휴수당 포함’이라는 문구를 적기만 하면 법 위반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감독을 나가보면 돈은 비슷하게 주면서도 어떤 사업장은 해당 문구를 써서 법 위반이 아니고, 다른 사업장은 법 위반이 된다. 임금을 더 많이 지급해도 법 위반 책임을 물어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일당제 노동자의 경우도, 주휴수당이 이슈가 되자 사측이 노무사 자문을 받아서 일당에 주휴수당이 포함되게 근로계약서를 만들었다. ‘일당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최근 판례가 있다. 판례를 근거로 해당 계약서를 무효라고 본다면 현장의 혼란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회사는 주휴수당을 별도로 만드는 대신 일당을 조정해서 총액을 같게 만들 것이다. 노사는 수당 내역보다는 얼마를 받는지에 관심이 있다. 심하게 표현하면 ‘말장난’ 같은 이런 과정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실무가가 논문을 쓰는 것이 좋아 보였는데, 주휴수당은 전면적으로 다룬 연구가 많지 않아 실무가가 쓰면 좋을 주제라고 생각했다. 주휴수당이 이슈화되기 전부터 퇴근 뒤 틈틈이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을 썼다.

체불임금을 단속해야 할 근로감독관으로서 노동자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것 아닌가?

유불리를 떠나 제도의 근본 취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최저임금 이상 월급(약 190만원 이상)을 주는 곳에서 주휴수당 분쟁을 본 적이 없다. 월급에 이미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분쟁이 있는 곳은 주로 편의점, 식당 등 최저임금 경계에 있는 사업장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열악한 노동자도 휴일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주휴수당을 두어서가 아니라 최저임금을 올려서 풀 문제다. 최저임금은 노사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노동자가 주장하기도 쉽다.

게다가 주휴수당은 일주일 개근한 노동자만 받을 수 있다. 영세사업장은 과거의 출근을 입증할 물적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 증명이 어렵다. 감독관들은 체불임금이 얼마인지 확정해야 처벌할 수 있는데, 이게 안 되니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앞서의 배달 사례도 1년 전 몇 월 몇째 주에 노동자가 출근했다는 사실을 두고 다툼이 심했다. 결국 당초 서로 주장한 금액 사이에서 합의했다. ‘개근’을 하면 사업주가 노동자의 휴가를 보장하기 위해 돈을 준다는 개념이 현 시대 대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노사관계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2011년 10월5일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청년유니온 주최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주휴수당 미지급) 커피빈코리아 박상배 대표이사 고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휴수당은 인건비의 16.7%를 차지한다. 주휴수당이 폐지되면 임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주휴수당이 적용되는, 최저임금 경계에 있는 노동자의 휴일 보장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월급제 노동자 중 자신의 월급에서 주휴수당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업주가 임금을 정한 후 주휴수당을 더해서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급제 노동자 대부분은 주휴수당 폐지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 본다.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임금 삭감은 불이익 변경이 되어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임금 삭감을 시도하기도 어렵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하는 곳 등 노동자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고 사업주가 악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주휴수당 폐지를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면 안 된다’는 법 규정을 두면 된다는 견해도 경청할 만하다(다만 이렇게 하더라도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장기적으로 임금이 조정되어 피해를 보리라는 견해도 있다).

주휴수당이 노동자에게 유리한지도 생각할 지점이 있다. 주 15시간 미만 일하면 주휴수당을 안 줘도 된다.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2018년 이후로는 주 15시간 미만으로 ‘쪼개기 계약’을 하는 경우가 체감상으로도 많아졌다. 주 14시간 근무하기로 했다가 노사가 서로 불편해서 노동시간을 늘리고 주휴수당은 안 받기로 합의한 뒤, 나중에 노동자가 퇴사하면서 신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기존 주휴수당 논의는 ‘수당’ 지급을 둘러싼 것이었다면, ‘시간’의 측면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주휴수당으로 처리되는 ‘시간’의 존재는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고, 임금계산만 복잡하게 만든다. 주휴수당 폐지로 유급주휴 시간이 없어지면 노동자에게 유리하다.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일하면 월 노동시간은 174시간이다. 그런데 연장수당이나 야간수당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임금(이를 ‘시간급 통상임금’이라고 한다)을 계산할 때, 현재는 분모에 주휴수당으로 처리되는 시간까지 집어넣는다. 이러면 월 노동시간이 174시간이 아닌 209시간이 되어 분모가 커지고, 통상임금은 작아진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는 각종 수당도 줄어든다. 정 감독관의 말은, 만약 주휴수당이 폐지되면 현재 연장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시간이 209시간이 아닌 174시간이 되어 시간급 통상임금이 올라갈 거라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주휴수당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대기업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조건부로 주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홍종선 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주휴수당 폐지는 (시간급 통상임금 상승으로) 월급제 노동자의 연장수당과 휴일수당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종합적으로 고민하면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동조합도 신중론을 편다. 맥락은 좀 다르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시급을 받는 사업장에서 단체협약에 주휴일을 유급이라고 규정한 경우, 주휴수당이 폐지되더라도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은 209시간으로 그대로여서 통상임금 상승효과가 없는 반면, 주휴수당만큼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의 혜택은 사업주가 반영해줄 의무가 없으므로 누릴 수 없게 된다고 보는 듯하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연장노동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유급처리 시간이 긴 편을 선호할 수도 있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임금이 줄어든다는 일부 현장의 우려가 있기에 주휴수당 폐지는 섣불리 주장하기 어렵다. 우선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주휴수당을 근무시간에 비례해서 적용한 다음,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꿀지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휴수당을 안 줘도 되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의 규모는 2017년 85만3964명에서 2018년 96만4043명, 2019년 122만1762명까지 치솟았다가 2020년 116만9786명으로 다소 줄었다(코로나19발 고용위기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2010년 54만2098명이던 것을 고려하면 10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김유선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경제학 박사)은 “주휴수당은 초단시간 노동자를 쓰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주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자영업자가 어렵다고 난리인 판에 만만치 않다. 또한 주휴수당은 실제로는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정작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최근 한국 최저임금이 국제적으로 높다며 논란이 되었는데 이 역시 주휴수당을 포함해서 그렇다. 주휴수당을 없애고 그만큼 최저임금을 올리는 ‘주휴수당 기본급화’가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오래된 문제를 해결할 방법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시급 ‘1만원 이상’을 기본으로 요구안을 모아갈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자영업자 설문조사 결과 동결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을 자영업자가 감당 가능한 폭으로 올리면서 오래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김유선 위원장은 “2018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때 주휴수당만큼 최저임금을 올렸다면 저항이 덜했겠지만 지금은 한꺼번에 (16.7%를) 올리면 (주휴수당을 안 주던 자영업자에게는) 지지받기가 어렵다. 2~3년에 걸쳐 반영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주휴수당 기본급화를 주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은 “변화를 두려워해 일부의 반발을 설득할 자신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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