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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경 기자의 이번 호(제713호) 커버스토리에는 두 개의 반전이 있습니다. 하나는 ‘오는 11월까지 인구의 70%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이뤄진다’라는 믿음의 시효가 끝났다는 겁니다. 백신 부족이나 접종 희망자가 적어서가 아닙니다. 그는 ‘집단면역’이라는 개념 자체를 의심합니다.

변 기자의 의심은 역설적으로, 지난 수개월 동안 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앎’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감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초, 인류는 코로나19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필사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가설을 검증하며 코로나19 관련 지식을 쌓았습니다. 이에 기반해서 ‘70% 백신접종-집단면역’이란 공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과학적 발견이 더 진척되면서,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모르는데 어떻게 ‘집단면역 도달 조건’을 자신 있게 설파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내가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보다는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지적으로는 훨씬 우월한 상태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한 대사를 인용하자면, 인류는 그런 식으로 답을 찾아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여기서 변진경 기자는 또 하나의 반전을 추가합니다. ‘도달 조건’을 몰라도 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처럼 “감당 가능”한 감염병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물리적·제도적 인프라는 이미 확보되어 있습니다. 예방접종과 통상적 감염관리지요. 너무 상투적으로 들리실까요? ‘감염 위험 줄이기’와 ‘일상 회복’이라는 서로 상충되는 목표를 함께 추구하는 ‘좁고 아슬아슬한’ 길을 앞으로도 한동안 비틀거리며 걸어가야 한다는 말이니까요. 그러나 이 길밖에 없으며 그 기반은 백신접종이란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변진경 기자는 백신접종을 개인들이 저마다 자기 머리 위로 작은 우산을 펼치는 형상에 비유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펼친 작은 우산은 공동체의 광대한 우산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백신접종은 시민들의 개인적 이익이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자연스럽게’ 합치하는 형태의 사회연대입니다. 이를 망치려는 시도가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종종 목격되긴 합니다만.

또한 앞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간헐적으로 더 연장될 것이라면 그동안 공동체 전체를 위해 희생해온 계층들을 위한 긴급지원 등 ‘정책적 연대’ 방안도 더욱 다양하게 모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아스트라제네카든 화이자나 모더나든, 저도 빨리 접종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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