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 서울 신촌의 한 건널목에서 신호 대기 중인 시민들. 한국 성인 인구의 90% 이상이 단기간에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 ⓒ시사IN 신선영

지금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바는 집단면역을 조기 달성하여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높여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우리는 정말 2021년 12월 이후엔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집단면역은 인구집단의 일정 수준 이상이 면역력을 획득하면 달성된다. 코로나19 면역력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코로나19에 감염되든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코로나19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전체 인구의 60~70%가 되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떻게 계산돼 나온 수치인지 살펴보자.

전 국민 75% 이상 백신접종해야 집단면역

감염된 한 사람이 몇 명을 추가 감염시키는지를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라 한다. 코로나19의 R0 값은 2.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집단면역에 필요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의 비율을 계산하는 식은 ‘1-(1÷R0)’이다. 이 식을 코로나19에 활용하면,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집단면역에 필요한 면역력 보유 인구율이 60%[1-(1÷2.5)×100]로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의 비율이 1%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집단면역에 필요한 인구 60%를 거의 전부 백신접종으로 달성해야 한다.

집단면역의 달성 조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백신의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만일 아스트라제네카처럼 80% 예방 효능을 가진 백신이라면, 인구집단의 60%가 면역력을 얻기 위해서는 60%보다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그러므로 코로나19 집단면역은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해진다. 면역력 가진 사람[코로나19 감염자 비율+(백신접종 비율×백신의 예방효과)]≥60% 우리나라에서 이 등식을 성립하게 하는 ‘백신접종 비율’은 대략 75%로 계산된다(60=75×80%).

성인 열 중 아홉이 백신접종에 나설까?

이제 코로나19 집단면역에 필요한 ‘최소 면역 획득 인구’가 전체 인구의 60%가 아니라 훨씬 높은 75%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인구 75%의 백신접종은 가능할까? 우선 한국 인구의 17% 정도인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은 현재 백신접종 대상이 아니다. 화이자 백신은 12세 이상의 청소년에게도 효과가 검증되어 앞으로 백신접종 대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18세 이상 성인 인구만 놓고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게 안전할 것이다.

아동·청소년을 뺀 성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83%이다. 이들 가운데 몇 %가 백신을 맞아야 전체 인구의 75%가 접종하게 되는 걸까? 계산해보면, 성인 인구의 90% 이상이 단기간에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전체 인구의 75%=‘전체 인구의 83%’×90%).

그런데 한국 전체 성인 인구 중 90%에 대한 백신접종이 가능할까? 최근 화이자 백신 추가 계약 등으로 그동안 우려되었던 백신 수급 문제엔 해결의 실마리가 생겼다. 그러나 ‘실마리’와 ‘손에 쥐는 것’은 다르다.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시민들의 ‘백신 수용성’이다. 시민들 중 대다수가 기꺼이 백신을 맞을 용의(백신 수용성)를 가져야 집단면역이 달성될 수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지난 3월17~18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백신접종을 받을 의향이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68%(집단면역에 필요한 ‘성인 인구의 90%’가 아니라)에 불과했다. 백신 수용성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언론 보도 등 여러 이야기 때문에 더욱 낮아졌을 확률도 크다. 이에 더해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더 높고 백신의 효능에 더욱 저항적인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가 이미 한국에 유입되었고 곧 유행을 주도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올해 내 집단면역 달성으로 마스크를 벗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은 엄밀히 말하자면 희망고문에 가깝다.

방역 실패가 집단면역 성공의 밑바탕 되는 아이러니

반면 미국·영국·이스라엘같이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았고, 일찍이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나라들은 머지않아 집단면역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 나라들에서는 면역력을 획득한 사람의 비율이 이미 상당하다. 그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많았던 덕분(?)이다. 더욱이 이들 나라 시민들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을 크게 느껴왔기 때문에 백신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높기도 했다.

가령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10% 수준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실제로는 30~40% 이상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30%만 추가로 면역력을 확보하면 집단면역 수치 60%가 여유 있게 달성되는 셈이다. 앞서 소개한 식에 대입해보면, 미국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70% 인구 중 절반(50%) 정도만 예방 효능이 90%쯤 되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가능해진다. 과거의 실패가 집단면역 달성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4월1일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서 75세 이상 고령자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백신 접종률 목표 달성한다 하더라도…

천신만고 끝에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9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는 대단한 일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되면 집단면역이 달성되기는 하겠지만, 이것도 ‘일시적’ 달성일 뿐이다. 집단면역이 영원히 유지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은 떨어진다. 독감백신의 경우 면역력은 대략 6개월쯤 유지된다. 코로나19 백신은 면역력이 유지되는 기간이 얼마인지 아직 정확히 모른다. 1년 이상 유지된다면 운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변이’의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남아공발 변이에서는 백신의 효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발 추가 변이도 보고되었다. 연이어 변이가 등장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변이 정도가 클수록 백신의 효과는 떨어질 것이고 집단면역을 위한 최소 백신 접종률은 더욱 높아진다. 또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변종을 무력화하는 새로운 백신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

한 나라에서 코로나19 종식에 성공했다 해도 국경을 완벽하게 틀어막지 않는 한 감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은 잠시뿐이다. 모든 나라가 동시에 집단면역을 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동시에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기적이 일어나도 끝이 아니다. 코로나19는 동물 숙주가 존재한다. 인간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다시 동물로부터 감염이 시작된다. 종합해보면 코로나19는 계절성 독감처럼 인류와 영원히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접종은 중요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신은 코로나19와 싸우는 가장 중요한 무기다. 집단면역이 올해 내, 혹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해서 백신이 소용없다는 말이 아니다. 백신의 대대적인 접종으로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를 최대한 늘리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은 병원에 입원할 만큼의 심각한 증상이나 사망을 거의 100% 예방한다. 이 때문에 노인들과 기저질환을 가진 위험집단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비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이들 대부분이 백신을 맞게 된다면, 설사 코로나19가 종식(소멸)되지 않더라도 시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중대 요소’로는 모자라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수준의 일상을 살 수 있게 된다.

2021년 4월 말 현재 한국은 소수의 고위험 집단에 대한 우선적 백신접종이 시작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백신 수용성 문제가 아직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성인에 대한 접종이 시작되면 ‘수용성’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부상할 것이다.

가령 한국처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낮게 유지되면서 동시에 이미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홍콩·싱가포르·부탄의 사례를 보자. 홍콩은 백신이 충분하여 16세 이상 모든 성인이 언제든지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단기간에 전 국민 접종을 완료할 의료 인프라도 갖추었다.

그러나 백신접종을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지만, 1차 접종률은 15%를 겨우 넘겼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협조가 낮고 백신접종에 대한 인센티브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싱가포르와 부탄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싱가포르는 접종률이 40%를 넘어섰고, 부탄은 부족한 의료체계와 지리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단 2주일 만에 집단면역을 달성했다.

금전적 및 비금전적 인센티브와 동료 효과

우리가 어렵게 백신을 확보하고도 홍콩과 같이 고전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경제학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금전적 인센티브다. 저명한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 1000달러를 지불하는 방안을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에 소개했다. 엄청난 금액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집단면역 달성이 미국 경제에 주는 유익에 비한다면 별것 아닌 돈일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경기부양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5차 재난지원금은 백신을 맞는 조건으로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과거 다른 백신들의 경우,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 대한 접종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방법이다. 우리나라도 5차 재난지원금은 백신을 맞는 조건으로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1월18일 백신접종 인증 배지를 달고 있는 인도의 백신 접종자. ⓒAP Photo

두 번째는 비금전적 인센티브다. ‘백신접종 완료’가 증명된 사람들(물론 증명 가능한 인프라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혜택을 줄 수 있다. 가령, 현행 밤 10시인 영업시간 제한과 5인 이상 사적 모임 규제를 백신 접종자에게는 예외로 할 수 있다. 종교 모임, 유흥시설 규제도 접종자에게는 예외로 둘 수 있다. 자영업자도 살리고 백신 접종률도 올라갈 것이다.

4월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국내 백신 접종자의 해외 출입국 시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했다. 물론 고위험 국가를 다녀온 경우는 예외로 했다. 합리적 결정이다. 사실 저위험 국가 여행은 국내 여행을 다녀오는 것과 코로나19 전파에 미치는 영향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젊은 층의 백신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 종류의 백신이 충분히 확보되고 접종 속도에 차질을 빚지 않는다면) 개인들에게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연령별로 정부가 제시하는 기본 백신을 제시하되, 개인별 선택까지 허용하면 접종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어떤 사람들은 신기술인 mRNA로 만들어진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장기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꺼리기도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에 비해 다소 효능이 낮지만 오랫동안 검증된 기술로 개발되었다는 이유 덕분에 더욱 선호되기도 한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더 많은 종류의 백신이 도입될 터인데, 굳이 한 종류의 백신만 강요하여 접종률을 낮추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모든 인센티브에는 동료 효과(Peer Effect)를 고려해야 한다. 가령 친구들이 다 같이 밤 10시 이후에도 모임을 갖고 싶다면, ‘나’ 혼자 백신을 맞지 않아 모임을 일찍 마쳐야 하는 상황을 아무도 만들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동료 효과’로 인해 백신을 맞게 된다.

또 하나의 아이디어로, 방송사들은 텔레비전 출연자들에게 백신을 맞았음을 보여주는 배지를 착용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배지를 달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중에게 인기 높은 연예인이 옷깃에 단 ‘백신접종 완료’ 표식은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방역과 백신에 관해 국민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백신 확보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최대한 투명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않고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면, 접종률 향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집단면역 달성의 필요조건이다.

‘관리하고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되는 그날까지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집착해왔다. 사실 코로나19 감염자의 대부분은 경증환자다. 진짜 중요한 수치는 코로나19로 인한 중증환자 및 사망자 수다. 사태 초기에는 확진자 수 대비 중증환자의 비율이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치료가 좀 더 정교해지고, 백신이 도입되면서 확진자 수 대비 중증환자 및 사망자는 이미 크게 줄었다. 정부와 언론은 더 이상 확진자 수에 집착하지 말고, 중증환자 및 사망자에 집중하여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앞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중증환자 및 사망자 수는 더더욱 감소할 것이다. 계절성 독감과 같이 ‘관리하고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되는 것이다. 고위험군 백신접종이 완료되고, 코로나19가 계절성 독감과 비슷해지게 되는 시점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백신이 충분히 보급되면 될수록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득보다 실이 압도적으로 커질 것이다. 혹시라도 집단면역이 달성될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금처럼 계속 유지한다면 큰 패착이다.

우리는 매해, 매달 혹은 매일 계절성 독감에 걸린 사람의 숫자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걸 일일이 세지도 않는다. 단지 매년 가을마다 열심히 예방접종을 하여 겨울철 유행으로 중환자와 사망자가 대량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막을 뿐이다. 코로나19도 결국 이렇게 될 것이고, 그래야 하며,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자명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 및 정책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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