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교수는 예방접종 정책이 개인의 관점에서든 공동체의 관점에서든 유익할 확률이 분명히 높다고 말한다. ⓒ시사IN 이명익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7년 11월27일을 각별하게 기억한다. 감염내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비전선포식을 열고 기념석을 세웠는데 거기 쓰여 있던 문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여는 질병관리본부.’ 그가 의사로서 가지고 있던 ‘감염질환 없는 세상’이라는 꿈이 그 문구에 포개졌다.

“그런 세상이 실현되기는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도록 하는 약이 있다면 백신이라는 생각을 질본에서 일하면서 하게 됐어요. 사람의 생명을 구했던 여러 가지 약물이 있죠. 감염내과 하면 1번 약이 항생제예요. 하지만 항생제는 이미 질환이 생긴 사람을 치료하는 거잖아요. 질환이 안 생기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건 백신뿐이거든요.” 그는 학교로 돌아온 이후에도 국가예방접종 사업과 관련해 활발하게 연구와 정책 자문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질병관리청 전문가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우리에게 ‘자유로운 세상’을 돌려줄 수 있을까? 모두가 희망하는 미래이지만 불안감이 어른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뇌정맥동 혈전증,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아나필락시스 등 낯선 의학용어들이 혼란을 부추긴다. 코로나19 백신,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싸고 불거지는 이슈들은 안심보다 불안을 키우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전문가들은 속 시원한 답 대신 ‘백신의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는 논리를 되풀이한다. 개발 기간도 짧은,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이 백신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만 깊어진다. 이런저런 경로로 체감되는 것처럼 코로나19 백신은 정말 위험할까?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최원석 교수를 만나 100분 동안 백신 부작용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지금까지 써온 다른 백신과 비교해 어느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새롭게 발견돼 문제가 되는 이상반응도 있지만, 이슈가 되느냐와 얼마나 더 알려졌느냐가 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는 이미 써왔던 백신보다 발열이나 근육통 발생률이 높다. 발열·근육통은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어떤 백신이든 다 나타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사이에 인과성이 확인되었는데도 그렇게 생각하나?

물론 과거 다른 백신에서 혈전증 이슈가 크게 등장한 적은 없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다른 종류의 중증 이상반응이 문제가 된 적은 있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길랭바레증후군과 같은 이상반응이 그렇다. 인과관계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있지만, 대개 100만명당 1명 정도 비율로 보고가 된다. 그런 이상반응이 없거나 모르기 때문에 기존의 백신을 썼던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을 사용하는 게 훨씬 이득이 많아서 써온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에 제기되는 안전성 이슈도 동일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4월28일 충남 계룡대 예방접종센터에서 안은경 중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항상 이익과 위험을 비교하는 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면 부작용 위험이 있기는 있다는 것 아닌가?

코로나19 백신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가 쓰는 약물 중에서 이상반응이 없는 약물은 없다. 항생제로 쓰이는 페니실린은 아주 드물지만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한약을 먹고 간부전 또는 신부전으로 실려와서 사망하는 분들도 있다. 어떤 약이라도 사용 시 이득과 부작용 가능성 중에서 어느 쪽이 큰지를 따져 선택해왔다. 그동안 인식을 안 했을 뿐이다. 득실을 판단해 백신의 사용을 권고한다는 게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당연한 이야기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문제되는 혈전은 ‘희귀 혈전증’이라고 하던데 어떤 질환인가?

문제가 되었던 건 ‘백신접종에 의해 나타나는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특이 혈전증’이다. VIPIT(Vaccine-induced Prothrombotic Immune Thrombocytopenia)라고 부른다. 이 질환이 젊은 연령, 특히 여성에게 좀 더 빈번하게 생기고 일반적인 발생률보다 높아 보인다는 거였다.

VIPIT의 기전(병이 생기는 원리)이 점차 파악되고 있는데 일반적인 혈전증과 다르다. 혈전은 혈액이 잘 흘러가지 못하면서 정체되고 그 정체된 혈관 내에서 피가 굳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혈류장애를 일으키거나, 혹은 다른 혈관으로 떨어져 나가서 그곳을 막는 식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유럽 데이터를 보면 일반적인 혈전은 아스트라제네카든 화이자든 백신 접종군에서 더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금 백신 이상반응으로 거론되는 혈전은 그런 형태가 아니다.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반응이 유도되면서 항체가 생긴다. 그런데 아주 소수의 사람한테는 그렇게 생긴 항체가 바이러스가 아니라 혈액 내에 있는 혈소판이라는 성분에 들러붙어 혈소판 수를 감소시킨다. 원래 혈소판은 혈액을 응고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혈소판이 줄어들면 출혈 경향성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VIPIT는 혈소판이 감소했는데도 오히려 혈전(혈액 응고)을 만들어내는 형태로 나타난다. 자가면역질환 같은 형태다.

뇌정맥동 혈전증(CVST), 내장정맥 혈전증(SVT)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뇌정맥동 혈전증과 내장정맥 혈전증은 혈전이 생기는 부위를 일컫는 거고 ‘백신접종에 의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특이 혈전증(VIPIT)’은 기전을 말하는 것이다. VIPIT로 생겨난 혈전이 뇌정맥(뇌혈관)이나 복강맥(복부 혈관)에 나타나면 각각 뇌정맥동 혈전, 내장정맥 혈전이 된다. 처음에는 기전을 잘 모르니까 그 부위에 대한 질환으로 알려졌다.

위험한 병인가?

VIPIT라 해도 생기는 부위에 따라서 위험도가 달라질 것이다. 뇌정맥동 혈전증으로 나타난다면 머리에 생기니 가볍다고 할 순 없다. 뇌경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더 높은 빈도로 올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바이러스 벡터 백신 기술로 만든 백신에서만 이런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어떤 특성 때문인가?

아직 잘 모른다. 몇 가지 추정이 존재하지만 확정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V도 바이러스 벡터 기술로 만든 백신이다. 많은 국가에서 쓰이고 있는데 희귀 혈전증 이슈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물론 안전성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이 국가별로 달라서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점을 보면 ‘바이러스 벡터’가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드문 혈전증이라고 하는데 발생률은 어느 정도인가?

국가마다 상당히 다르다. 인종적인 차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나 약물 사용 패턴, 의료 접근성 등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혈전지혈학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서구권에 비해 한국의 혈전 질환 발병률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더라. 지금까지 국내에서 신고되었던 혈전증 사례에서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특이 혈전(VIPIT)’은 없었다. 뇌정맥동 혈전 한 건이 피해를 인정받았지만 VIPIT에 부합하는 사례는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발표한 자료로는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100만명당 3.5~6.5명으로 나타났지만 국가나 인종에 따라 발생률의 차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연령별로 이익과 손해를 비교했을 때 20대는 이익이 확실치 않아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왼쪽 〈그림 1〉 참조).

코로나19 감염 시 젊은 사람들은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훨씬 낮기 때문에 이익이 낮게 설정됐다. 유럽 EMA나 미국 FDA(식품의약국, 얀센 백신)에서는 모든 연령에서 다 맞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각국마다 접종을 허용한 연령이 다르다. 여기에는 과학과 정책, 두 가지 측면이 다 영향을 끼친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내에는 VIPIT가 한 건도 없었고 그러면 위험이 0이니까 쓰자고 판단 내릴 수도 있겠지만, 방역 당국에서는 외국에서 발생했던 사례와 발생률을 바탕으로 잠재적인 위험을 평가한 것이다. 각 국가의 코로나19 위험도, VIPIT의 발생 위험, 그리고 쓸 수 있는 다른 옵션(다른 백신)에 따라 정책은 달리 정해질 수 있다.

100만명당 3.5~6.5명의 발생률이라면 부작용 위험이 높은 건가, 낮은 건가?

개개인마다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를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서 만든 인포그래픽 기사에 나온 통계를 참고하면, 폐 색전증은 혈전이 폐에 생기는 심각한 질환인데 12시간 이상 비행기를 탔을 때 폐 색전증이 생기는 비율이 100만명당 5명이다. 그다음에 피임약을 썼을 때 혈전이 생기는 경우가 100만명당 대략 1000명이다. 임신을 하면 100만명당 2000명 정도에서 혈전이 나타난다. 물론 뇌정맥동 혈전증(CVST)처럼 위험한 부위에 나타나는 혈전만 포함된 건 아니다. 그리고 아스피린을 쓰면 혈소판의 문제로 출혈 경향성이 생기는 건수가 100만명당 10만 건 정도다.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우리가 이런 이상반응 때문에 아스피린을 안 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에게나 먹으라고 하지는 않지만 득실을 따져서 필요하면 쓴다. 혈전증의 위험이 있으니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하거나, 피임약을 사용하지 말고, 임신을 피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운동을 할 때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뇌손상을 입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꽤 있다. 미국 자료를 보면 매년 어린이 77만5000명이 운동 중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데 4건 중 1건은 심각한 사고라고 한다. 그렇다고 운동을 금지시키지 않는다. 운동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안전한 방법으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운동하라고 한다. 백신에 대한 평가와 판단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위험한 건 맞지 않나?

희귀 혈전 발생의 측면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다른 부분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아나필락시스도 면역계에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중증 이상반응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에서 아나필락시스 발생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백신접종으로 인한 희귀 혈전의 치사율이 아나필락시스의 치사율보다 크지 않나?

지금까지는 더 높아 보인다. 유럽 자료를 보면 사망률이 20% 내외다. 그런데 초기와 나중은 다를 수 있다. 처음에는 이 혈전이 어떤 형태로 생기는지 모르니 맞지 않는 약을 쓸 위험이 있었다. 혈전을 없애주려고 쓰는 헤파린이라는 제제가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헤파린을 쓰면 오히려 혈전이 악화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도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지만 적절하게 대비를 갖춰서 관리하고 있다. 희귀 혈전도 빨리 인지해 진단하고 치료하면 외국에서 보고된 것과 경과가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백신접종 후 부작용 의심 사례가 나오면 방역 당국은 대부분의 경우 기저질환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에 대해 불만이 쌓여가는 것 같다.

소통에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백신 피해의 인과관계 평가는 다섯 단계로 나눈다. 1. 관련성이 명백한 경우 2. 관련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3. 관련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 4.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5. 명확히 관련성이 없는 경우.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100%를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 오후에 설사를 했는데 아침에 커피도 마시고, 밥이랑 반찬 몇 가지를 먹었다. 어제는 만두랑 닭고기를 먹었다. 뭐가 문제일까? 잘 모른다. 상한 음식이 있거나 같은 음식을 먹은 사람 중에서 동일 증상이 나타나면 명확하겠지만 개별 케이스만으로 인과관계를 평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4월27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붐비지 않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AP Photo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오후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커피를 사고 원인이라 하진 않는다. 이런 게 ‘5. 명확히 관련성이 없는 경우’다. 또 어떤 사람이 칼에 찔린 다음 죽었다면 ‘1. 명백한 경우’다. 하지만 그 중간에 있는 영역은 이런 식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벌어지는 일 가운데 이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원인을 나열한다. 백신 접종자라면 원인 리스트에 백신도 들어갈 것이다. 그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중에 백신이 다른 원인과 비슷한 수준이면 ‘3.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된다. 백신이 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 ‘2. 개연성이 있는 경우’, 다른 원인의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이고 백신은 가능성이 너무 낮다 그러면 ‘4.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3. 가능성이 있는 경우’부터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피해를 보상한다.

기저질환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심근경색·뇌경색 등이 중증 이상반응 의심 사례로 대부분 보고되는데 이런 병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요인이 당뇨·고혈압·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이다. 이런 질환이 있으면 서서히 혈관 내에 피떡이 생기다가 딱 막히면서 병이 생긴다. 기저질환이 백신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 ‘4.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로 분류된다.

기전을 생각해봐도 백신은 독성이 있는 약물을 다량으로 넣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망에 이르기는 굉장히 어렵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초기에 코로나19 임상연구 결과를 쭉 모아서 학술지에 발표했다. 백신마다 아무리 적어도 임상 참가자 중에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20~40% 이상 포함됐는데 이렇게 큰 규모의 연구에서도 백신접종군을 비접종군과 비교했을 때 기저질환의 악화나 사망자의 증가는 보이지 않았다.

3월29일 최원석 교수가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YouTube 갈무리

기저질환 없이 건강했던 40대 간호조무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사지가 마비되고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인과성 확인이 더뎌 문제가 됐다.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백신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고, 감염에 의해 생기기도 하고, 또는 원인을 모르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저질환 유무에 상관없이 생긴다. 접종 후에 환자가 여러 명 발생하면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을 텐데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처럼 드물게 나타나는 케이스는 이렇게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일주일 전에 백신을 맞았다고 해도 중간에 다른 감염이 있었을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큰 인구집단을 놓고 백신접종군과 비접종군을 비교한다. 백신접종군에서 발생률이 높으면 ‘이게 관련성이 있구나’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판단을 하기가 아주 힘들다. 접종군과 비접종군 자료를 여러 나라에서 다 뽑아보겠지만 한 케이스만으로는 통계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다. 과거에 백신과 연관 가능성이 제시된 적이 있으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현재 시점에서 인과관계를 정확히 말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은 완성형이라기보다는 수시로 바뀌는 현재진행형에 가깝다. 전문가로서 정보를 전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를 것 같다.

쉽지 않다. 사람들은 보통 완벽하게 결정이 난 것을 원한다. 하지만 그런 건 과학에 없다. 100%와 0%도 없다. 우리가 100만명을 관찰해서 부작용이 없었다고 해도 1000만명당 한 명 생기는 부작용은 알 수 없다. 1000만명을 봐도 1억명당 한 명 생기는 건 알지 못한다. 전문가로서 얘기할 수 있는 건 ‘가능성이 높다, 낮다 혹은 극도로 높다, 극도로 낮다’ 정도다. 코로나19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된 게 2019년 12월31일이다. 1년4개월 정도 지났다. 코로나19를 2년 이상 지켜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당연히 제한적이다.

그러면 이 질환을 모른다고 말해야 하나? 백신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해야 되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약이든 또는 어떤 것에 대한 지식이든 아까 말한 것처럼 100%를 알았던 적은 없다. 하나둘씩 알아가고 있고 그때까지 쌓인 지식과 그때까지 나온 근거로 그 시점에 가치판단을 하는 거다. 어떤 분은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100만명당 1명이어도 걸린 사람은 100%라고 할 수 있다. 맞다. 그분에게는 너무 큰일이다. 그렇다고 더 높은 확률로 나빠질 수 있는 쪽을 권고할 수는 없다. 이득이 높은 쪽을 권고하고 대신 그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설명하는 게 전문가로서의 최선이다. 과학자가 아니라면 그냥 선동할 수도 있다. ‘나만 믿어. 안 죽어’ 하면 확신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과학이 아니다. 사기다.

수차례 받았을 질문이겠지만 백신접종을 불안해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우리가 설명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다. 과학을 근거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개인의 관점에서든 공동체의 관점에서든 백신은 유익할 확률이 분명히 높다. 접종한 사람과 안 한 사람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생길 것이다. 접종이 잘된 곳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벌써 보여주는 국가들도 있다. 그런 차이가 우리나라에서도 생겨날 것이다. ‘불안해하지 마세요’라고 해서 불안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불안과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그런 반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예방접종 정책은 어떤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여러 전문가가 모여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결과에 대해 치열하게 가치판단을 한 것이다. 그 결과가 이러하다는 걸 믿고 신뢰해주셨으면 좋겠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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