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행동이 #WatchingMyanmar 캠페인 행동 도구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한 ‘용감한 빨간풍선’. ⓒ선재 제공

“WE MUST WIN.” 급하게 쓴 듯 보이는 메모의 마지막 문장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시사IN〉 제711호에 ‘경찰이 휴대전화를 쏘자 모자가 날아갔다’라는 원고를 기고한 흐닌 누 트웨 〈틴간준 포스트〉 기자가 한국 시민들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메시지였다. “미얀마 군부독재를 근절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한국인 여러분, 가능한 한 지속적으로 압력을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미얀마 언론인들과 연락을 담당하고 있는 〈시사IN〉 김영화 기자는 요즘 서울에서 양곤의 시간을 산다. 서울과 양곤의 시차는 2시간30분밖에 나지 않지만 미얀마 내 인터넷 상황이 불안정한 탓에 소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 와중에도 양곤의 시위 조직가인 민 테인 툰 씨는 세 손가락 투표 인증샷을 모아 실은 〈시사IN〉 제709호를 ‘한국의 선거 날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한 한국인들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미얀마를 위해 이런 시도를 하는 한국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미얀마 현지 매체 〈7 Day News〉 코 흐툰 기자는 “한국인들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은 정말 감탄스럽다. 한국의 평범한 시민들도 미얀마 민주주의를 그들 자신의 문제처럼 바라본다고 느낀다”라는 답을 보내오기도 했다. 〈시사IN〉 제709호에 ‘매일 밤 8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기사를 기고한 〈이라와디〉의 조 조 사진기자는 “미얀마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에 알릴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인터뷰에 응했던 케이 진(가명) 사진기자 역시 인사를 보내왔다. “우리 미얀마 기자들을 도와주려는 후원자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한국에서 미얀마의 민주화를 많이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국 시민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이상엽 사진가는 어려운 상황 가운데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 미얀마 현지 기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한 점 내놓았다. “30년을 사진으로 먹고살았는데 아무도 안 사주면 어떡하지 속으로는 걱정했죠.” 기우였다. 2018년 취재차 방문했던 미얀마 바간의 풍경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제안을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당일 구매자가 나타났다. 이상엽 사진가는 액자 제작비용을 제외한 금액 60만원을 ‘미얀마의 언론 자유를 응원합니다’ 캠페인에 보내왔다. “사진을 구매한 사람은 작품을 갖는 동시에 미얀마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고, 저는 명예를 얻었죠. 바람이 있다면 이번처럼 작가와 후원자가 함께하는 방식이 예술계에 퍼져나가면 좋겠습니다.”

4월28일 기준 ‘미얀마의 언론 자유를 응원합니다’ 모금에 참여한 사람은 353명으로 모두 1599만2500원이 모였다. 기부 금액은 1인 평균 약 4만5000원으로 높은 편이다. ‘평균’을 높인 고액 기부 중에서도 송은진씨가 보낸 금액이 눈에 띄었다. 송씨가 “멀리서 응원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합니다. 언론인분들, 미얀마 시민들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보내온 돈은 42만5000원.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송씨는 “지난해 취업하고 나서 매년 생일이 되면 의미 있는 곳에 기부를 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생일인 4월25일 의미를 담아 모금에 참여했다.

베란다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것처럼

이 밖에도 ‘XiuminFan(시우민 팬)’ ‘방탄소년단 아미’ 등 자신의 이름을 대신해 케이팝 팬임을 드러내는 닉네임도 눈에 띄었다. “미얀마 10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들의 앨범과 굿즈를 내놓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들이 얼마나 절실한 마음으로 시위에 참여하는지 느껴져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언젠가 이 소요가 진정되고 미얀마가 평화를 되찾으면, 그 친구들에게 케이팝 앨범도 기부하고 싶어요. 그때까지 꼭 무사하기를 바랍니다. 미얀마의 소식을 전해주는 언론인들에게 감사를 보냅니다(방탄소년단 아미).” 실제 4월23일 미얀마 누리꾼 사이에서 한국의 연대에 감사하는 의미로 진행된 ‘Say Thanks to Korea Campaign’에는 한국어로 된 인사말과 함께 케이팝 가수들의 앨범이나 사진을 함께 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오늘의행동이 #WatchingMyanmar 캠페인 행동 도구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한 ‘용감한 빨간풍선’ 1000개와 ‘휴머니tea’ 500개는 신청 하루 만에 추가 신청까지 마감됐다. 용감한 빨간풍선은 미얀마의 평범한 시민들이 군부의 폭력에 맞서 손에 쥔 것이 빨간 장미꽃과 빨간풍선이라는 데 착안해 제작됐고, 휴머니tea는 미얀마 시민들이 밀크티를 즐겨 마신다는 점에 주목해 만들어졌다. 빨간풍선과 미얀마산 밀크티는 일상에서 구하기 어렵지 않은 만큼, 캠페인 도구를 신청하지 못한 사람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막막함 속에서 풍선과 꽃을 들고 베란다에서 냄비를 두드리고 자동차의 경적을 울리던 미얀마 시민들처럼, 한국에서도 일상에서 연대하는 방법을 각자의 자리에서 궁리해보자는 취지다.

5월부터는 오브젝트 성수, 노원문고(서울), 진주문고(경남) 필기구 코너에서 ‘try 캠페인’을 만나볼 수 있다. 영단어 try가 ‘노력하다’ ‘애쓰다’ 외에도 ‘(좋은지 알맞은지 확인하기 위해) 써보거나 해보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늘의행동은 필기구를 테스트하는 용지를 별도 제작해 해당 문구 코너에 비치할 예정이다. 용지에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응원하시겠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시위의 상징인 빨간풍선 그림을 넣었다. 오늘의행동 서경원 이사는 “기왕에 펜을 테스트하면서 낙서 대신 미얀마를 위한 응원을 적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응원이 적힌 메모를 모아서 미얀마에 전달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필기구 코너를 주로 이용하는 세대가 10~20대잖아요. 미얀마 시위를 주도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WatchingMyanmar 캠페인은 5월18일까지 진행된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오늘의행동 홈페이지(todaygoodaction.org)와 〈시사IN〉 미얀마 특별 웹페이지(myanmar.sisain.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사IN〉 뉴스레터로 소식을 받아볼 수도 있다(뉴스레터 신청 newsletter.sisain.co.kr).

미얀마의 언론 자유를 응원합니다
(4월28일 오후 4시 기준 353명, 1599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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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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