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프로듀서 출신인 다니엘 라누아는 ‘That’s The Way It Is’라는 게임음악 명작을 만들었다.ⓒAP Photo

게임을 좋아한다. 아마 돌잔치 때 게임기가 있었으면 그걸 잡았을 텐데 없었다고 한다. 먼저 밝힐 게 하나 있다. 나는 규모의 경제로 대상을 파악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힌트 정도는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언급한다는 걸 이해해주기 바란다. 적시하면 영화와 음악산업의 자본을 박박 긁어모아 합쳐도 게임산업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대중문화들 중 규모의 경제로만 재단하면 게임이 지구의 왕이다. 아니, 우주의 황제다. 자본이 증가하면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은 명백하다. 사람이 붙는다는 거다. 인재풀이 풍성해진다는 거다. 실력 있는 작가가 영화계를 떠나 게임계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게임음악의 퀄리티는 이미 영화음악과 대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이다. 저 위대한 한스 짐머도 게임 주제가를 작곡해 발표했다. 세계적인 뮤지션, 작곡가, 오케스트라가 게임음악에 발을 들이는 건 이제 흔한 현상이 돼버렸다. 영국의 명문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은 게임음악을 연주해 아예 음반까지 냈다. 그래서 준비했다. 추억의 ‘뿅뿅 사운드’만 떠올리는 독자가 혹시 있다면 주목하길 바란다. 아마 많이 놀랄 테니까. 세 곡 모두 스트리밍 사이트 혹은 유튜브에 다 있다.

Terra’s Theme/ 〈파이널 판타지 6〉 (작곡:노부오 우에마쓰)

내 인생 ‘브금’이다. 1994년 게임을 통해 처음 접했다. 당시만 해도 음반을 살 수 없어서 게임팩을 꽂고 오프닝 장면을 보고 또 보면서 이 곡을 들었다. 이후 게임음악이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으면서 유명 오케스트라가 앞다투어 이 곡을 클래식으로 편곡해 무대에 올렸다. 그중에서도 작곡가 노부오 우에마쓰가 직접 프로듀스한 음반 〈디스턴트 월드(Distant Worlds) 2〉 버전으로 찾아 듣기를 권한다. 참고로 그의 별명은 ‘게임음악계의 베토벤’인데 이것은 결코 과찬이 아니다.

That’s The Way It Is/ 〈레드 데드 리뎀션 2〉 (작곡·노래:다니엘 라누아)

다니엘 라누아는 프로듀서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프로듀서다. 그가 세상에 이름을 떨친 건 밴드 유투(U2)의 명반을 통해서였다. 유투의 양대 걸작이라 할 〈조슈아 트리(Joshua Tree)〉(1987)와 〈액텅 베이비(Achtung Baby)〉(1991)가 모두 그(와 공동 프로듀서였던 브라이언 이노)의 손을 거쳐서 탄생했다. 그런 그가 음악을 맡은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전 세계에서 3500만 장가량이 팔렸다. 초대형 히트작인 셈이다. 게임의 말미에 흐르는 ‘That’s The Way It Is’가 주는 여운은 깊고, 진하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유저가 눈물을 흘렸다. 제목에서 ‘레드’는 피를, ‘데드’는 죽음을 뜻한다. 그러니까 피와 죽음으로 스스로를 구원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의 숭고한 희생 뒤에 흐르는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지”라는 노랫말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게임 줄거리는 몰라도 좋다. 음악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감동할 수 있다. “부디 이 게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이 음악 안 들어본 사람은 없게 해주세요” 기도하고 싶을 정도다. 이 곡 외에 디안젤로, 윌리 넬슨, 밴드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조시 옴므 등이 참여한 다른 곡들도 추천한다.

Main Theme/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 2〉 (작곡:한스 짐머)

앞에 쓴 한스 짐머의 바로 그 곡이다. 짐머 특유의 웅장한 연출과 록음악 뺨치는 박력 있는 전개를 통해 게이머들의 찬사를 길어 올렸다. 평가는 유튜브 영상 밑에 있는 다음 글로 대신한다. “지난 10년간 발표된 게임 음악들 중 최고.” 보장할 수 있다. 음악을 들어보면 이게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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