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본 곳이 미얀마입니다(#mymyanmar)’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이 SNS에 올린 사진.

그냥 갔다. 미얀마를 여행지로 정한 건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코로나19로 ‘마지막 여행지’가 될 줄은 예상 못했다. 이제 와서 이렇게 “애틋함이 느껴지는 국가”가 될 줄도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be_humad’는 미얀마를 가본 나라 중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낙후된 나라로, 하지만 일상적으로 정치 행동이 벌어지는 곳으로 기억했다. 그는 ‘당신이 본 곳이 미얀마입니다(#mymyanmar)’ 캠페인에 참여하며 이렇게 썼다.

“그곳 사람들이 특별히 순박하다든지, 착하다든지 같은 느낌은 없었다. 그런 것도 다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한국을 방문한 외국 사람들이 놀라는 점 중 하나가 ‘끊임없이 집회가 일어나는 도심의 광장’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미얀마는 도착한 날부터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심결에 간 국가에서 생각지 못한 집회를 마주하는 것은 꽤 신선했다. 미얀마에선 8888 항쟁이나 사프란 항쟁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을 뿐 늘 민주주의를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노력이 있구나 하고 당시에 느꼈다. 그들이 안전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온전한 일상을 되찾은 후에도 더 시끄럽고 공평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 다시 한번 가고 싶다.”

‘당신이 본 곳이 미얀마입니다(#mymyanmar)’는 〈시사IN〉과 ‘오늘의행동’이 제안하는 ‘미얀마를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다. 2019년 기준으로 미얀마를 다녀간 한국 관광객이 11만2000명이었다는 데 착안했다. 군부 쿠데타로 수백 명이 죽고 다치는 현재가 아닌, 평화로웠던 미얀마를 기억하고 되찾자는 의미를 담았다. #mymyanmar #watchingmyanmar 해시태그를 활용해 미얀마에서 보고 경험한 평화로웠던 시간을 SNS에 공유하면 된다. 오늘의행동 서경원 이사는 이번 캠페인에서 ‘참여하는 사람’이 보이는 점을 의미있게 생각했다. “캠페인은 변화에 동참하도록 하는 일이지만 그동안 많은 캠페인이 질문보다는 정답에 가깝다는 게 늘 아쉬웠어요. 어떤 문제와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는 보이는데 그 안에 참여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캠페인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이고, 각자의 생각이 보여요. 그게 참 좋네요.”

용감한 빨간풍선, 함께 들어주실래요?

오늘의행동이 제작한 ‘용감한 빨간풍선’. 빨간색은 용기를 상징한다.

영국자선지원재단은 매년 약 150개 국가를 대상으로 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를 발표한다. 기부지수는 기부 액수보다 기부 행동에 초점을 맞춰 조사한다. 갤럽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데 핵심 문항 중 하나는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을 도운 적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조사 이래 가장 많이 1위를 했던 국가가 바로 미얀마다(한국은 평균 60위 내외). 영국자선지원재단은 미얀마의 기부지수가 높은 이유를 “오랜 군사독재를 끝내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낙관과 기대감”이라고 분석한다. 전 세계에서 낯선 이들을 가장 잘 도와주는 나라,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에 맞서 도움과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우리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기다린다.

〈시사IN〉과 ‘오늘의행동’은 #watchingmyanmar 캠페인 기간인 5월18일까지 ‘당신이 본 곳이 미얀마입니다(#mymyanmar)’를 비롯해 일상에서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연대 행동을 계속 제안할 계획이다. ‘용감한 빨간풍선’도 그중 하나다. 미얀마 국기에 들어간 빨간색이 ‘용기’를 상징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얀마 군의 폭력 앞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손에 든 것도 빨간 장미꽃이었고 빨간 풍선이었다. 풍선에는 유엔의 개입을 촉구하는 R2P(보호책임, Responsibility to Protect)가 적혀 있곤 했다.

한국에서도 함께 풍선을 들기 원하는 시민들은 오늘의행동이 제작한 ‘용감한 빨간풍선’을 신청한 후 SNS 인증샷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방법은 오늘의행동 홈페이지(todaygoodaction.org)와 〈시사IN〉 미얀마 특별 웹페이지(myanmar.sisain.co.kr) 등에서 4월19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 〈시사IN〉 뉴스레터로 미얀마 소식을 받아보는 방법도 있다(뉴스레터 신청 newsletter.sisain.co.kr).

미얀마 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현지 언론인과 시민기자들의 취재비와 원고료 등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도 계속된다. 4월14일 자정 기준 59명이 참여해 215만원이 모였다. 후원 명단은 매주 취합해 관련 기사 하단에 정리해 싣는다.

미얀마의 언론자유를 응원합니다 (4월14일 자정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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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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