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사진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할 때가 있다. 탄성이 나오는 대자연의 풍경이나 소시민의 평범한 일상, 전쟁과 테러의 끔찍한 현장까지 한 장의 이미지에도 다양한 스펙트럼과 감정이 있다. 우리가 방구석에 앉아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사진 한 장을 위해 전 세계를 떠돌며 수고와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사진가 덕분이다. 〈스티브 맥커리:가까이, 더 가까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도사진가 집단 ‘매그넘 포토스’에 소속된 스티브 맥커리를 통해 사진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스티브 맥커리는 원래 여행과 영화를 좋아했다. 대학에서도 영화 관련 수업을 모두 찾아 들었고, 다큐멘터리 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봤다. 그러나 영화에는 결정적인 장벽이 있었다. 돈이 많이 들었다. 반면 사진은 훨씬 저렴했다. 다른 누구도 필요 없고 카메라와 필름이면 충분했다. 즉흥적인 것도 매력이었다.

맥커리 역시 철저한 계획에 따르기보다는 즉흥적이었다. 그는 신문사에 다니다 여행을 떠났는데, 6주 일정이 어느새 2년짜리가 되었다. 그는 네팔·파키스탄·타이· 아프가니스탄·인도 등 주로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며 가끔 잡지사에 사진을 보내 근근이 여행 경비를 마련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파키스탄 치트랄에서 난민을 만난다. 난민들은 아프가니스탄 임시정부가 마을을 폭격하고 주민을 죽이고 있다며, 현장의 참상을 세상에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전쟁터에 나가본 적이 없었던 맥커리는 밤새 고민하다가 결국 그들과 함께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 결정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사람처럼 꾸미고 수많은 마을을 돌아다녔으며 저항군의 상징인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도 만났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고통과 참상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기록했다. 1984년에는 파키스탄 난민촌에서 아름다운 눈동자의 난민 소녀 ‘샤르밧 굴라’의 모습을 찍었고, 이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커버 사진으로 쓰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수많은 목숨이 하찮게 버려지는 현장에서 맥커리 역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이런 노고를 인정받아 그는 제26회 로버트 카파 골드 메달을 받았다. 이때부터 더 이상 생계 걱정을 하지 않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을 찾아가 사진을 찍는다.

감정을 억누른 덕분에

혼란과 공포, 흥분이 가득한 상황에서 그는 도리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다. 사건에 휘말리지 않고 위험지대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다. 그가 감정을 억누른 덕분에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장의 분위기와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밑그림 없이 빠르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아티스트 김정기가 그림을 맡아 한국 사람에게는 더욱 의미가 있다. 맥커리의 사진과 인터뷰도 수록하여 소장 가치를 더욱 높였다.

기자명 박성표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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