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손가락’ 이미지에 기표 도장 모양을 붙여 넣느라 골몰했다. 해시태그를 어디에 적어 넣어야 잘 보일지도 고심했다. 서울과 부산 등에서 재·보궐 선거가 한창이던 4월7일, 경북 구미 문성초등학교 6학년 3반(빛솔이반) 학생들도 각자 책상 앞에서 투표 인증샷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반 이름인 빛솔이는 ‘별처럼 빛나고 솔처럼 푸르다’라는 의미다. 때마침 민주화운동에 대해 공부하기로 한 날이었다. 담임 김호정 선생님은 미얀마 상황을 연계해 수업하며 사회적 협동조합 ‘오늘의행동’과 〈시사IN〉이 시작한 ‘미얀마의 미래를 투표로 응원합니다(#WatchingMyanmar)’ 캠페인을 소개했다. 빛솔이반 학생들은 캠페인 이미지를 다운로드받아 투표 인증샷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민 뒤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응원하며 투표 인증 챌린지에 참여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사IN〉 카카오톡 채널로 보내왔다. 수업을 마치면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세 손가락 경례’ 포즈로 다 함께 사진 찍는 일도 잊지 않았다.

군부가 2월1일 일으킨 쿠데타 이후 미얀마 상황은 매일 나빠지고 있다. 은행 계좌와 와이파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어려움이 무엇보다 가장 크다. 하지만 〈시사IN〉과 어렵게 연결된 현지 기자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절실하게 요청한 것은 관심이었다. “해외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관심에 힘을 얻습니다.” 군부 통치와 민주화 경험을 가진 한국의 관심은 미얀마 시민들에게 각별하다고 했다.

사회적 협동조합 ‘오늘의행동’과 〈시사IN〉이 #WatchingMyanmar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물론 연대와 응원의 마음을 어떻게 미얀마와 연결할 수 있을까. 군부의 봉쇄·차단·감시를 뚫고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미얀마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우리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은 않았다.

‘미얀마의 미래를 투표로 응원합니다(#WatchingMyanmar)’ 캠페인은 그 시작이었다. 선거 때마다 올라오는 투표 인증샷이 평범한 시민들이 누리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데 착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마친 오늘의행동은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세 손가락 그림에 ‘민주주의를 지키는 또 하나의 투표’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캠페인은 짧은 기간 진행됐지만 SNS에 #WatchingMyanmar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온 연대 메시지는 하나같이 묵직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배기남씨는 “많은 고민 끝에 투표를 마쳤지만 나오는 길이 영 시원치는 않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하는 민중들과 연대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한다는 점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라는 글과 함께 인증샷을 올렸다. 배씨와 같은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이주희씨 역시 “오늘 투표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100가지도 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목숨 걸고 선거를 지키려는 미얀마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라고 적었다.

이 밖에도 정성스러운 투표 인증샷이 답지했다. 트위터 이용자 다두배채 씨(@solontr1)는 투표 인증샷 위에 미얀마어로 ‘민주주의는 소중한 것이에요’라는 문장을 적었고, 곽수정씨는 이미지를 출력할 프린터가 없어서 이미지를 따라 그린 후 기표 도장을 찍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sunjujin’은 직접 그린 세 손가락 그림과 함께 “많이 모아서 미얀마에 꼭 보여주세요!”라는 당부를 보내왔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등을 쓴 박서련 소설가는 “선거는 사월, 사월 다음 오월, 오월은 광주, 광주는 미얀마”라는 문구와 인증샷을 남겼다. 1980년 광주와 2021년 미얀마가 연결돼 있음을 환기시킨 것이다.

구미 문성초등학교 6학년 3반 학생들이 수업 중 ‘세 손가락 경례’ 포즈로 인증샷을 찍어 보내왔다. ⓒ김호정 제공

미얀마 언론인에게 지면을 드립니다

4월7일부터 5월18일까지 41일 동안 진행될 #WatchingMyanmar(#지켜보고있다) 캠페인은 크게 ‘민주주의’ ‘언론’ ‘일상의 실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단단하게 이뤄낸 한국은 아시아 민주주의 선도국으로서 할 일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미얀마의 미래를 투표로 응원합니다(#WatchingMyanmar)’ 캠페인용 이미지를 구미 문성초등학교처럼 일상에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캠페인 기간과 상관없이 미얀마를 응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일도 제안한다.

때마침 서울시가 운영하는 민주주의 플랫폼 ‘민주주의서울(democracy.seoul.go.kr)’에는 ‘미얀마 민주주의와 서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시민 제안이 올라와 있다. “미얀마 상황을 보며 민주주의에 대해 토론하는 일, 국가의 경계를 넘어 군부독재를 반대하고 시민들과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다지는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로 41주년을 맞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계기로,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시민들을 응원하는 활동도 함께 토론해볼 수는 없을까요?” 이 제안이 4월30일까지 ‘100공감’을 얻으면 서울시 검토를 거쳐 시민 토론이 진행될 수 있다.

또 〈시사IN〉은 캠페인 기간에 미얀마 현지 언론인들을 위해 지면을 제공하는 한편, 관련 기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 웹페이지(myanmar.sisain.co.kr)를 운영한다. 이와 관련해 모인 후원금은 언론인들의 취재비와 원고료, 번역료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이며 후원독자 명단은 기사 하단에 기재된다(익명 가능). 오늘의행동은 투표 인증샷 캠페인에 이어 4월8일부터는 ‘당신이 본 곳이 미얀마입니다(#MyMyanmar)’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밖에도 일상 속에서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캠페인 기간 제안할 예정이다.

https://myanmar.sisain.co.kr/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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