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4일 미얀마 양곤 외곽에 있는 흘라잉 타운십 산업단지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중국계 공장 다수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AP Photo

밀크티 씨는 2004년부터 취재기자로 일했다. 미얀마 언론 〈투모로 뉴스(Tomorrow News)〉의 편집장을 지낸 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쿠데타 발발 이후 군경을 피해 안전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취재 중이다. 4월1일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가 민족통합정부 출범을 발표하자 그는 “국제사회에서 정부로 인정받는다면 아마 굉장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해 대화가 자주 끊겼다. 4월6일 밤 10시, 예정 마감일보다 5일 일찍 원고를 보내왔다. “여기도 위험해졌다. 내일 새벽부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해서 연락이 어려울 것 같다.” 그가 직접 인터뷰한 미얀마 현지 시위대 이야기와 앞으로 전개될 시위의 방향에 대해 싣는다. ‘행동하는 미얀마 청년연대’ 활동가 웨 느웨 흐닌 소 씨가 번역했다.

“이번 투쟁에서 이길 수 있냐고 묻지 말라!
투쟁의 발대식에서 리본을 가위로 잘랐을 때,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티켓을 내던져버렸다.
여름이 오면 바다욱꽃은 꼭 피어야 해.”
(바다욱:미얀마 설 명절에 피는 꽃)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집결한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시다. 시인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청년들이 목숨을 건 투쟁으로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군부는 ‘쿠데타 반대’를 외치며 싸우는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구타나 고문은 물론 중화기를 통한 무차별 살상까지 서슴지 않는다. 평화적 시위를 펼치는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민불복종운동(CDM) 참여자와 후원자는 물론 민주주의민족동맹(NLD: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정당.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획득) 의원들까지 체포·구금하며 심지어 살해하고 있다.

지금 미얀마는 ‘내전’으로 가고 있다. 반군부 진영은 군부에 저항하기 위한 무장단체인 ‘연방군’을 창설할 움직임을 보인다. 시민 대다수는 연방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얀마 국내는 물론 해외에 있는 미얀마인들이 연방군 창설에 선뜻 기부금을 내고 있다.

쿠데타 정권은 지난 2월 초부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차단하는 등 시민들과 외부세계의 접촉을 막으려 시도해왔다. 미얀마에서는 주택용 와이파이를 제외한 인터넷 접속이 거의 불가능하다. 모바일로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 것도 4월6일 현재 21일째다. 50일 전부터 새벽 1시~아침 9시까지 하루 8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유무선 인터넷을 끊은 상태다. SNS 차단은 4월6일 현재 61일째다. 미얀마 시민과 외부세계는 물론 시민들 사이의 소통까지 차단하려는 군부의 행태다. 타케타 타운십(미얀마의 기초 행정구역)의 한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군경 앞에서 누가 방화를 저지르나

“군부는 전국적 차원에서 무차별적인 폭력과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이런 실상을 숨기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한다. 쿠데타 발발 초기에는 군경이 어느 타운십을 포위·공격하면 이웃 타운십의 시민들이 몰려와 군경의 포위망을 뚫어버릴 수 있었다. 타운십들이 긴급 연락망을 통해 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차단된 지금은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이에 따라 지원조차 불가능해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

현재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대다수 지역에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쿠데타 직후부터 납세 거부 운동을 전개해왔다. 합법적 정부가 수립된 다음부터 세금을 내겠다는 것이다. CDM에 대다수 공무원도 참여하고 있다. 다만 전기 부문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은 저항 시민들이 캄캄한 밤을 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가 계속 근무 중이다. 시민들은 불가피한 이유로 관공서에 남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CDM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공무원들은 쿠데타 군부의 폭력과 잔혹한 고문에 노출되어 있는 다른 시민 동료들과 함께 미얀마의 또 다른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미얀마 시민들은 점점 더 많은 밤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견뎌야 한다. 얀킨 타운십의 한 주부는 이러한 전기공급 차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3월29일 양곤의 사우스 다곤 지역에서 바리케이드가 폭발해 시위대가 몸을 피하고 있다. ⓒAFP PHOTO

“하루에도 몇 번씩 전기를 끊어버린다. 전기가 끊어지면 가슴이 뛴다. 어둠 속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 전기까지 나가버리면 주택용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없게 되니 엄청난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과거 군부통치 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군부가 나름대로의 계산하에서 이런 짓을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미얀마 전역에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발생하는 대규모 화재에 대해서도 군부를 의심하는 시민들이 많다. 화재 발생 시점이 야간통행 금지 시간과 겹친다는 점이 이런 의혹을 더욱 부추긴다. 4월1일에는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로 가옥 100여 채가 한꺼번에 소실되었다. 같은 날, 양곤시의 백화점인 루비마트(Ruby Mart)와 간드마 도매(Gandmar Wholesale)에서 불이 났다. 이 두 백화점은 군부 소유다. 북 욱카라파 타운십의 주민들이 울먹이며 기자에게 호소했다. “군부가 야간통행을 금지한 시간에 불이 났다. 어떤 시민이 그 시간에 방화를 위해 거리로 나설 수 있었겠는가. 공공연하게 사람을 죽이는 군경 앞에서 누가 겁도 없이 방화를 저지르겠냐고?”

화재가 집중되는 지역은 서민들의 생활공간이다. 그런데 전국 각지의 주민센터에도 화재가 잦다. 4월 초에는 양곤시 더봉 타운십과 산차웅 타운십, 타웅지주의 냥퓨, 북다곤 등의 주민센터에서 불이 났다. 비슷한 시기, 만달레이의 아웅메타잔 33번 고등학교, 양곤시 흘라잉 타운십의 요마 생수공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더욱이 미얀마 군경은 불을 끄기 위해 모인 주민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무음 폭탄까지 투척한다. 양곤시 산차웅의 한 주민은 잦은 화재와 군경의 이런 폭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혹을 제기했다.

“지역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주민센터, 군부 소유의 공장이나 쇼핑센터 등에 연이어 불이 나고 있다. 그런데 화재 발생 시간은 대부분 시민들이 잠들었을 때다. 큰 불길을 잡으려고 시민들이 모이면, 군경이 총과 무음 폭탄을 사용한다. 시민들이 모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같이 수상하게 느껴진다. 혹시 ‘군부 소유 시설에 시민들이 방화하고 있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것은 아닐까?”

최근엔 군경이 살아 있는 시민의 몸에 불을 질렀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청년들 몸에 있는 민주화 운동 관련 타투를 지우기 위해 전기다리미를 대는 등 잔혹한 고문을 했다는 이야기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전파되는 중이다. 다음은 가두시위에 매일 나가고 있는 어린 소녀에게 들은 이야기다.

“아는 오빠가 군경에 체포됐다. 군인들이 오빠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뺏는 과정에서 팔의 문신을 발견했다. ‘무슨 그림을 그렸냐?’ 보여달라고 한 뒤, 자동차 타이어를 불에 태워 녹인 뜨거운 고무액체를 문신 위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곤봉으로 마구 때리면서. 그렇게 당한 뒤에 찍은 사진을 봤는데 너무나 끔찍했다. 군경은 미얀마 봄의 혁명,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의 주제로 타투를 새긴 사람은 무조건 체포한다. 감옥 안에서 온갖 고문과 폭행을 가한다. 총 개머리판으로 구타하는 것은 아주 옛날부터 군부가 일상적으로 저질러온 만행이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30일 기준 전국적으로 521명이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4월3일에는 550명으로 늘어났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4월6일에는 사망자 수가 570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 수치조차 협회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일 뿐이다.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군부는 언론사를 폐쇄할 뿐 아니라 언론인들도 마구잡이로 체포하고 있다. 반군부 저항운동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연예인들을 기소하겠다고 국영방송을 통해 위협한다. 거리에서의 잔혹한 폭력과 위협으로 인해 4월 초 현재 양곤, 만달레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가두시위의 위력이 잦아드는 기미도 보인다. 대신 기습시위가 많아졌다. 시위대의 한 청년은 위기감을 털어놓는다.

4월3일 양곤의 거리를 감시하는 보안군들. ⓒAFP PHOTO

“군부는 수시로 시민들을 위협하는 내용을 발표한다. 여러 죄명으로 시민들을 기소하고 있다. 타운십 내부로 쳐들어와 청년들을 잡아간다. 수많은 청년이 집이 아니라 은신처에 숨어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가두시위대에 참여하는 인원수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키보드 동원군’이라 불리며 반쿠데타 소식을 전해온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 역시 피신하다 보니 예전만큼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본인들의 계정을 잠시 중단해야만 했다. 이러다 보면 SNS와 시위 현장엔 친군부 사람들과 그들의 끄나풀만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군부는 행정기능을 복원한다며 공무원들을 어르고 달래거나 때론 협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양곤시에서는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숙박 신고제도’를 부활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에 따르면, 한 집안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신상을 지역의 행정 사무실에 신고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거주자 명단과 사진을 집 안에 걸어둬야 한다. 군경이 언제든(주로 밤 시간) 집으로 쳐들어와서 ‘누군가를 숨겨주고 있지 않은지’ 검열할 수 있는 제도다. 손님이 왔을 때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지역 행정소장을 앞잡이로 삼아 시행했던 숙박 신고제를 다시 실시하려는 것이다.

미얀마의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카친독립군(KIA)과 카렌민족연합(KNU) 등은 저항 시민들의 편에서 싸우고 있다. 카친독립군은 군부 쿠데타에 맞서지 말라는 외국(중국을 의미)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으나 이에 굴하지 않는다. 카렌민족연합이 공격적인 성명서를 발표하며 투쟁 의사를 확고히 하자 군부는 카렌족 민간인의 거주 지역을 전투기로 폭격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와 1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다른 소수민족 무장단체들도 반쿠데타 시민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한편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되었으나 쿠데타로 의원직을 상실한 NLD 소속 정치인들로 구성된 임시정부)는 지난 3월31일, 연방민주주의헌장(Federal Democracy Charter)을 발표했다. 이 헌장은 새로운 미얀마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미얀마는 다민족 국가다. 주류인 버마족과 소수민족 간의 갈등으로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CRPH 헌장은 미얀마 내의 모든 민족이 연대해서 연방제에 근거한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고 자유와 평등, 정의를 함께 누리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CRPH 측은 무장단체, 시민단체, 시민불복종운동 참여자 등 광범위한 반독재 세력을 포괄해서 새로운 합법정부를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CRPH는 이와 함께 연방군 창설을 주도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새로운 합법정부와 연방군 창설을 기다리고 있다. 유엔이 미얀마 사태에 ‘보호책임 원칙(Responsibility to protect:한 국가 내에서 집단학살 등 반인륜적 사태가 발생할 때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해당 국가에 개입할 수 있다는 국제규범)을 적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은 자국 국민에 대해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해온 군부통치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중국의 미얀마 군부 지원에 항의하기 위해 중국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내전에 의해서든, 국제사회의 ‘보호책임 원칙’ 행사에 의해서든 피해가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시민들은 과거의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가기보다는 차라리 군부와 싸우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자면 암 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암이 퍼져 있는 피부 전부를 도려내야 하는 것으로 현재 상황을 정의한다. 미얀마인들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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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밀크티 (가명·프리랜서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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