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에서 사라진 캐서린, <일밤>에 나타난 홍준표
  •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 호수 88
  • 승인 2009.05.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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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풍자’가 사라진 요즘 예능 프로에서 유력 여당 정치인의 어설픈 예능 기질을 보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정치는 정치의 영역에서, 예능은 예능의 영역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면 된다.
   
5월10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오락 프로그램 출연자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 명은 방송에 출연해서 논란이고, 다른 한 명은 텔레비전 화면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논란이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에 출연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KBS 2TV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 출연 중인 캐서린 베일리(뉴질랜드)가 바로 주인공이다.

홍 원내대표는 방송 출연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인이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할 가능성이 크다면 방송사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쌍방 손실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의 출연을 둘러싸고 온갖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홍 원내대표의 정치 감각이 녹슨 탓일까. 그의 <일밤> 출연은 그 자신에게도 그리고 MBC에도 처참한 패배를 안겼다. 시청률 3.1%(TNS미디어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 5월10일 방송)의 저조한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그의 출연에 정치적 이유는 고려하지 않았다”라는 제작진의 설명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MBC <PD수첩> 제작진이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앵커 교체 후유증까지 겪은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홍 원내대표가 개그맨 시험에 응할 뻔했던 경험과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까지의 사연 등을 털어놓은 ‘예능스럽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방송(5월10일)이 나간 지 사흘 후, MBC 기자 3명이 감봉 4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신경민 <뉴스데스크> 전 앵커 교체 등에 반발해 제작 거부를 벌였다는 게 이유다. 상황을 종합하면 홍 원내대표보다 MBC가 잃은 게 더 많은 셈이다. ‘바보’ MBC다.

캐서린, <미수다> 비판해 퇴출?

캐서린 베일리는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지 않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캐서린은 한겨레 4월3일자 인터뷰 이후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인터뷰에는 “(미녀들의 수다) 제작진은 ‘네가 성공하려면 이렇게 말해’라고 요구하고, 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면 편집에서 뺀다”라는 내용이 실렸다. 한겨레에 이 같은 내용을 기고한 한 독자는 제작진의 괘씸죄 의혹을 제기했지만 제작진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반응이다.

사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캐서린의 출연 여부가 아니다. <미수다>에 대한 비판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캐서린의 <미수다> 비판이 눈길을 끈 건, 미녀들의 토크가 리얼이 아니라 대본 플레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민감한 건 편집하고, 제작진이 원하는 이야기 위주로 구성하는 게 리얼 토크일까.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제작진의 입김이 반영돼 있다면 <미수다>의 토크와 웃음에도 진정성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미수다>의 캐서린과 <일밤>의 홍준표 출연 논란은 KBS와 MBC 모두에게 손해를 입혔다. 굳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이유가 없었던 홍준표 원내대표를 출연시킨 MBC는 정치적으로 그리고 예능적으로 모두 참패를 면치 못했다. 반대로 <미수다>는 캐서린의 출연 논란을 쿨하게 대처하지 못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미수다>를 비판한 캐서린을 등장시켜 <미수다> 자체를 토크의 주제로 삼는 아량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예능은 예능다워야 하는데, 요즘 예능은 너무 ‘정치바람’을 타는 것 같다. 바람도 제대로 타면 모르겠는데 어정쩡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MB 풍자’가 사라진 요즘 예능에서 유력 여당 정치인의 어설픈 예능 기질을 보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정치 역시 본연의 구실에 충실하지 못하고 예능에 무임승차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정치는 정치의 영역에서, 예능은 예능의 영역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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