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포털 심심한 포털
  • 신호철 기자
  • 호수 88
  • 승인 2009.05.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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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애나 주에 사는 마이크 톨리버 씨(28)는 지극히 평범한 미국 누리꾼이다. 그에게 업무 이외에 접속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무엇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구글과 야후로 검색을 하며 AOL 이메일을 쓰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본다. 궁금한 지식이 있을 때는 위키피디아를, 책을 살 때는 아마존닷컴, 블로그는 블로거닷컴, 뉴스는 CNN 사이트를 즐겨 본다. 날씨는 웨더닷컴, 영화 정보는 IMDB에서 얻는다.
톨리버 씨의 인터넷 생활을 보노라면, 한국 누리꾼으로서는 답답할 수도 있겠다. 저 모든 서비스를 한국에서는 단 한 개 사이트에서 해결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쪽이 더 낫고 못한지를 따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한국처럼 한 사이트에 정보가 집적되어 있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필자의 경우에는 국내 사이트가 더 비효율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 포털 사이트 초기 화면 하나를 보기 위해서 웹브라우저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전송받아야 한다. 동영상 배너를 비롯해 기기묘묘한 서비스 기능을 다 다운받은 뒤에야 창이 열리기 때문이다.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 속도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이것도 다 자원낭비다. 그리고 액티브X처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왜 그리 또 많은지. 다음의 한메일은 이 분야에서 악명이 높다. 프로그램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이유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거라고 믿기 힘들다.

언제나 ‘로딩 중’인 한국 포털

무엇보다 해외 사이트는 특정한 사이트가 ‘만물상’이 되어 세상으로 향하는 모든 통로를 독점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스스로 원해서 독점을 피한 게 아니라 독점을 할 능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야후닷컴의 초기 화면은 한국 포털 사이트와 비슷한 방향을 따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구글은 좀 이상한 사이트다. 한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전사처럼 돼버린 구글은, 해외에서는 외려 독점적인 지위 때문에 종종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곤 한다. 그런데 이 독점적 사이트의 초기 화면에 아무런 광고가 없는 것은 신기하다. 그 넓은 공백에 배너라든지 또는 각종 부가서비스 링크를 넣는다면 수익성은 더 높아지고 독점력이 강해질지 모른다. 검색어 연관 광고도 없다. 네이버에서 ‘핸드폰’을 치면 삼성 핸드폰이 아래에 붙어 나온다. 구글은 따라 나오는 광고가 없다.

한국의 어느 언론사는 구글이 이렇게 광고를 못한다며 조롱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구글이 이런 장사를 몰라서 못하거나 천사처럼 착해서 안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메인 화면을 비우는 클린 전략이 장기적으로 더 상업적 수익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난 4주 동안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살아봤다. 업무에 지장이 있었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도 말할 수 있다. 포워딩되지 않은 이메일을 보지 못하는 바람에 몇 번 사과를 한 적이 있다. 국내 대형 포털에서만 검색되는 정보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털에 안 들어간 덕분에 쓸데없는 연예인 신변잡기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직접 가서 읽는 신뢰하는 매체의 경우 작은 기사도 눈에 들어오게 된 반면, 구독하는 매체 수는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기쁨은 특정 사이트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자유인이 된 듯한 느낌이다.

※ 다음 호부터 ‘끊고 살아보기 6탄 -엘리베이터’ 편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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